[MBN스타 금빛나 기자] “예전엔 내가 잘나서 받은 줄 알았는데 이젠 스태프들의 고생으로 이 상을 받는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안타깝게도 작가 이름을 모릅니다. 최 작가, 김 작가, 막내 작가 하나쯤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2014.12.30 SBS 연애대상 대상 수상 소감 中)
2013 SBS 연예대상 최우수상을 받았던 이경규는 수상 당시 “쟁쟁한 후배들과 경쟁 자체도 큰 행복인데, 최우수상까지 주니까 기쁘다. 오늘 나오면서 우연히 이어령 선생의 좋은 글귀를 읽었다. 열대 우림에 있는 나무는 나이테가 없지만 우리나라 나무는 나이테가 있다. 바로 혹독한 겨울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데뷔한지 33년이 됐는데 내년에는 나이테가 하나 더 생기는데 한살의 나이테라 생각하고,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겠다”고 소감을 전했었다.
그의 말처럼 나이의 나이테가 하나 더 늘어난 이경규는 정확히 1년 뒤 같은 방송사에서 최우수상을 뛰어넘어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명예의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2010년 KBS 연예대상 이후 4년 만에 다시 대상의 트로피를 거머쥔 이경규는 50대가 넘는 나이임에도 여전한 기량을 자랑하며 35년 경력이 결코 그냥 쌓인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 |
당시 ‘일밤’ MC였던 주병진의 옆에서 보조 MC로 활약하며 인기를 얻게 된 이경규는 1991년 그의 대표작중 하나인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를 선보이면서 더욱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몰래 카메라’는 조용필, 노사연, 최진실, 최민수, 정한용, 고현정 등 당대 인기 스타들이 엉뚱한 사건 속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으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었다. 큰 사랑을 받았던 ‘몰래카메라’는 이경규의 10년 무명생활을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 1991, 1992 MBC 방송대상 코미디부문 대상까지 석권하면서 그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후 이경규의 인기는 ‘승승장구’였다. 1993년 개그맨으로서 유일하게 고소득 연예인 10권에 이름까지 올렸던 이경규는 비록 영화 ‘복수혈전’으로 흥행실패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일밤-스타 청문회’ ‘오늘은 좋은날-별들에게 물어봐’ ‘이경규쇼’ 등을 흥행시키며 명실상부 최고의 개그맨으로 군림하게 된다. 9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어서 이경규는 ‘우리주변에 있는 이 시대의 양심’을 찾아 나서기 위해 ‘양심냉장고’를 걸고 펼친다는 ‘이경규를 간다’를 진행하게 된다. ‘이경규가 간다’는 교양적 코미디의 대표적 예로 꼽힐 만큼 연일 화제와 감동, 그리고 웃음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최정상의 자리에서 화려하게 활약했던 이경규는 1998년 돌연 일본유학을 선택하게 된다. 이 유학생활은 이경규가 ‘지금 돌아와서도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로 꼽고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10년 동안 방송 방송…지쳐서 떠났어요. 10년 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일밤’을 만들었잖아요. ‘이경규가 간다’로 안다년본 곳도 없고. 남들은 ‘양심 냉장고’로 떴다지만 난 속으로 골병들었어요”(1999년 경향신문)
이후에도 방송에서 이경규의 활약은 활발했다. ‘느낌표’ ‘전파견문록’ 등을 차례로 성공시켰을 뿐아니라 2002년 월드컵축구와 예능을 접목시킨 ‘이경규가 간다’는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영원한 1인자는 없는 법. 리얼리티예능이 자리를 잡아가면서부터 그의 입지는 과거의 명성에 비해 점차 줄어들게 된다. 특히 ‘일밤’에서 하차한 2008년은 ‘이경규 위기설’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그에게 있어서 힘들었던 시기였다. ‘일밤’ 하차 이후로 이경규는 출연자를 하대하고 공격적인 발언을 일삼는 ‘막말개그’가 호감을 얻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한물갔다” “인기가 꺼졌다”는 소리까지 듣게 된다.
“다 아시는 이야기지만 ‘일밤’에서 타의로 하차를 하게 됐습니다. 쉽게 말해서 미끄러졌었죠. 그때 많은 분석을 했어요. 왜 내가 이렇게 됐을까, 이 지경까지 왔을까. 재능의 한계일까 생각한 결과 내가 많은걸 받아들이지 않고, 내 욕심을 부리고, 내 생각을 너무 강하게 주장하고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날 떠나는구나 그걸 깨닫게 된 거죠. 미끄러지니깐 깨닫게 된 거지 안 미끄러졌으면 깨닫지 않았을 겁니다”(2011년 9월 tvN ‘피플 인사이드’)
![]() |
KBS 대상 수상 후 2011년이 되면서 이경규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2011년 9월 방송된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이경규는 “왜 사람들이 이경규를 무섭다고 생각할까”라는 백지연의 질문에 “이는 굉장히 와전이 된 것이다. 성격이 까다롭다, 안 좋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다. 나는 사적인 일에는 화를 내지 않는다, 일이나 프로그램 대했을 때 화를 좀 낼 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2011년 SBS 토그쇼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의 MC로 나선 이경규는 여전히 화려한 입담 속에서도 ‘힐링’을 주제로 한 만큼 한층 부드러워진 면모를 보이면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힐링캠프’ 촬영을 하려면 네다섯 시간 동안 꼬박 출연자 얘기를 들어야 해요. 내가 떠들고 놀아야 재밌는 건데, 남의 이야기만 들으려니 지겹고 힘들죠. 방송을 하면서 듣는 연습이 많이 됐습니다. 들어주기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군요”(2014년 6월 월간중앙 인터뷰 中)
쉼 없이 달려온 이경규는 2014년 다시 대상의 트로피를 얻으며 최정상에 섰다. 2015년을 맞이하는 이경규는 조금 더 인간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설 예정이다. 그의 딸 이예림과 함께 SBS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가족)에 출연을 확정한 것이다. 평소 표현이 서툰 아빠들와 20대의 딸과 함께 지내며 좌충우돌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이경규는 아빠로서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난 채비를 하고 있다.
2015년 그의 변신이 과연 성공으로 남을지 아니면 조용하게 끝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설이 아닌 현역으로 기억되고 싶은 이경규는 지금까지 계속 달려왔고 앞으로도 계속 달려 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멈추지 않은 이상 이경규의 전성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