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대한항공 ‘땅콩리턴’ 논란으로 전국민이 공분한 지 벌써 한 달 남짓 지났다. ‘땅콩리턴’은 지난해 12월 5일 조현아 전 부사장이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너트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항공기를 램프 유턴시킨 뒤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할 것을 요구해 항공편이 지연된 사건이다. 대표적 ‘재벌 갑질’로 대중의 지탄을 받은 이 사건은 곳곳에서 패러디되더니 어느새 방송가를 점령하고 말았다. 개그 프로그램, 드라마까지 집어삼킨 ‘땅콩 리턴’은 여파는 어디까지일까.
최근 들어 브라운관에는 ‘땅콩 리턴’의 패러디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 시작은 KBS2 ‘개그콘서트-가장자리’에서 개그우먼 이현정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그대로 재현한 뒤 크게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당시 이현정은 남편으로 분한 이수근이 “당신 마트에서 무슨 짓이냐”고 잔소리하자 검찰 조사 당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입고 나와 화제가 된 옷차림을 그대로 본 딴 채 “미안하다”고 답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현정은 방송 직후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랐고, 인터뷰 기사들이 쏟아지며 ‘땅콩 리턴’ 효과를 제대로 봤다.
‘무한도전’도 패러디 열풍에 동참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지난해 12월13일 방송분 속 서장훈, 정준하가 정형돈을 술자리에 오게 하려고 여러차례 전화하는 상황에서 “진상에 대처하는 매뉴얼” “차 리턴시킬 환상의 진상 연기” 등의 자막을 넣어 웃음보를 자극했다.
↑ 사진 제공=KBS2 "개그콘서트", MBN |
이후 개그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땅콩 리턴’은 자주 등장했다. SBS 월화드라마 ‘펀치’ 7회에서는 병역비리 브로커가 탄 비행기의 착륙, 그리고 하경(김아중 분)이 이 비행기를 회항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법무부장관 윤지숙(최명길 분)이 아들과 연루된 병역비리 브로커가 이태준(조재현 분)에 의해 국내로 송환되려 하자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하도록 신경전을 벌였던 것. 요즘 예민한 소재인 항공사를 배경으로 이뤄진 ‘갑질’ 행태라 유독 시청자의 시선을 끌었다.
지난 3일 방송된 주말드라마 ‘떴다 패밀리’에서도 항공사 ‘갑질’이 반복됐다. 한국행 비행기 일등석에 탑승한 진상 승객을 준희(이정현 분)가 혼내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패러디를 펼친 것. 극 중 진상승객이 라면부터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승무원 서비스를 트집을 잡자 참다못한 끝순(박원숙 분)이 따끔하게 한마디 했고, 이때 준희가 나서서 승객을 무술로 제압해 보는 이의 속을 통쾌하게 뚫어줬다.
↑ 사진 제공=SBS |
이밖에도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와 MBC드라마넷 ‘스웨덴 세탁소’에서도 대한항공 사태를 풍자했다. 이처럼 ‘땅콩 리턴’이 안방극장을 접수한 것은 현실로 풀지 못한 갈증을 이들의 블랙코미디 안에서 해갈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한편 조 전 부사장은 19일 진행된 공판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회장을 다음 재판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