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이 사이보그 T-1000으로 출연한 외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터미네이터5)가 국내 시장에서 선을 보일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당초 CJ엔터테인먼트가 국내 배급을 맡으려 했으나 불발된 작품이다. 한국에서도 역대 외화 중 사랑받은 시리즈 가운데 한 편인 ‘터미네이터’이지만, 그 잠재적 흥행 가능성을 포기했다는 다른 말로 들린다. 물론 CJ엔터 측은 이병헌 관련 이슈가 작용한 게 아니라, 제작사 파라마운트의 결정일 뿐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긴 하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터미네이터5’를 선보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롯데엔터가 이병헌의 힘을 믿고 배급할 의향을 내비쳤다는 설명이다. CJ엔터와 함께 빅2인 롯데엔터가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의 투자와 배급을 담당했으니, ‘터미네이터5’까지 맡는 게 이상한 게 없다는 분위기다. 앞서 롯데는 이병헌이 출연한 외화 ‘레드: 더 레전드’를 맡아 한국 관객의 관심을 불러오는 데 성공했고, 파마마운트 영화인 ‘월드 워Z’도 맡아 흥행시킨 바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이병헌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최근 진행됐던 ‘50억 협박’ 관련 선고공판에서 자신을 협박한 걸그룹 글램의 다희와 모델 이지연이 각각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병헌은 재판에서 승리했지만, 결과적으로 여론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가해자는 두 여성이고 피해자는 이병헌이라는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졌지만, 재판부가 “사건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언급한 것만 강조된 분위기다. 이병헌이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덕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번 사건으로 일반 대중이 ‘사람’ 이병헌과 ‘배우’ 이병헌을 분리해 생각하지 못하게 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병헌과 관련해 대중의 인식이 얼마나 나빠졌는지는 쉽게 파악된다. 언론 기사와 커뮤니티에 올려진 게시물에는 대부분의 댓글이 부정적이다. 나쁜 소문이 있었어도 연기에만 몰두에 사랑을 받았던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인터넷 공간의 글이 이병헌을 향한 의견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는 역대 연예계 사건·사고 베스트 3안에 들 정도로 비난의 강도가 세다.
대중의 평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출연한 작품이 저조한 성적을 낸 걸 이미 경험한 경우도 꽤 된다. 흥행이 잘 될 수도 있지만, 낙관적인 전망을 내릴 수만은 없다.
사실 50억 협박 관련 이슈 때문에 롯데엔터는 ‘협녀: 칼의 기억’의 개봉을 지연했다. 애초 지난 연말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밀리고 밀렸다. 이병헌이 주연한 또 다른 영화 ‘내부자들’을 투자 배급하는 쇼박스 측도 개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양측은 “개봉하기 좋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는 했지만, 언제가 될지 모를 일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관련 이슈가 수그러들길 기다리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이지연과 다희가 항소했기 때문이다. 관련 재판에서 또 다른
롯데엔터 측은 특히 ‘터미네이터5’와 관련해 무척 조심스럽다. 관계자는 “‘터미네이터’는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개봉을 확정하지 않았고,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콘텐츠 팀에서 개봉과 관련한 결정이 나면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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