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작은 영화들이 턱없이 부족한 상영관으로 인해 개봉 날부터 울상이다. 이는 쟁쟁한 영화들의 상영관 독점 때문이다. 상영관 독점은 계속 문제만 되고 있을 뿐, 적당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아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반복 중이다.
앞서 지난 2014년 12월31일 개봉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은 평단과 관객의 긍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부족한 상영관 수가 아쉬움을 이끌어냈다. 보고 싶어도 제한된 상영관과 시간 때문에 관객들은 볼 자유를 잃어버리게 됐다.
때문에 관객들이 직접 SNS 홍보를 통해 ‘개훔방’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으며,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배우들 역시 응원 릴레이를 펼치며 작은 영화에 용기를 불어넣었다. 제작진 역시 더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더했다.
결국 ‘개훔방’은 큰 영화들의 상영관 독점 때문에 날개를 피지도 못하고 조용히 사라져갔다. 관객들의 자발적인 홍보에도 이 같은 일이 벌어져 배우와 제작진, 관객들 모두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논란은 계속됐지만 적절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아 급기야 ‘개훔방’ 배급사 리틀빅픽처스 대표 겸 영화제작자 엄용훈이 사임했다.
엄 대표의 사임은 상영관 독점과 대형 배급사의 스크린 독식에 대한 논란을 다시금 강조했지만, ‘개훔방’ 상영관 수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 후 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개훔방’ 사건에 대해 장문의 호소 글을 남겼다.
해당 글에는 ‘개훔방’이 개봉 날부터 현재까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설명해놓았고, 한국영화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독한 쏠림현상과 대기업 배급사에 줄서기를 해야만 영화인으로 살아남는 현상의 심화를 알렸다. 또한 법으로 동이 계열기업 간에 배급과 상영을 엄격히 분리시키고, 상영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세워 한국영화의 무궁한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가하면, 극장과 정부 기관, 제작사를 향한 당부의 말도 건넸다.
더욱 안타까운 건 29일 ‘개훔방’ IPTV와 VOD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불법 유출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에 배급사 리틀빅픽처스와 유통사 캔들미디어는 전문 조사 기관에 의뢰해 불법 게시물이 올라온 사이트들에 대한 게시물 삭제 및 경고 조치를 취했으며, 사이버 수사 의뢰 및 저작권보호센터 조사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최초 유포자와 불법 게시자, 다운로드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 그래도 상영관 때문에 울상의 연속이던 ‘개훔방’이 또 다시 불법 유출로 상처를 받아 안타깝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29일 개봉한 ‘어우동-주인 없는 꽃’(이하 ‘어우동’) 역시 그 놈의 상영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월15일이 원래 예정된 개봉 일이었지만 좀 더 안정된 상황에서 관객을 만나기 위해 29일로 날짜를 변경했다.
‘어우동’에는 배우 송은채와 백도빈, 여욱환, 유장영 등이 출연했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다소 인지도 낮은 배우가 등장하는 건 맞지만 대중성 있는 배우가 대거 출연한 ‘개훔방’도 상영관 때문에 울상이었으니 배우의 인지도가 상영관 확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예고편과 포스터 공개 당시 예비 관객들로부터 꽤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음에도 정작 실전에선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해 안타깝다.
2014년에도 상영관에 울고 웃는 작은 영화들이 넘쳐났다. ‘다이빙벨’ ‘미조’ ‘또 하나의 약속’ ‘귀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돈 존’ 등 신선한 소재와 뉴페이스의 등장, 사회적 메시지 등이 돋보여도 대중성이 비교적 낮은 독립, 저예산 상업, 다양성,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철저하게 극장에서 외면 받은 바 있다.
일부 영화의 상영관 독점은 작품을 선택할 관객들의 선택의 자유와 상영할 자유를 빼앗는 일이다. 거기에 작은 영화제작사, 배급사의 의지와 열정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골라보는 재미가 아닌 몇 개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보게 만드는 극장의 현실이 좀 많이 안타깝다.
진정 영화계의 발전과 관객들의 영화를 보는 수준을 높이고 싶다면, 일부 영화의 상영관 독점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많은 상영관을 내주지 못할지언정 계획됐던 상영관을 빼앗지 말아야 되고, 이왕 내줄 거라면 조조와 심야가 아닌 모두가 관람 가능한 황금 시간대로 안내해야 끝 모르는 상영관 독점을 향한 일말의 해결책이 조금은 보인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