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이클 부블레, 첫 내한공연 “또 올게요” 한국 품고 떠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기자]
“아이 러브 코리아. 감사합니다. 또 오겠다고 약속합니다.”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e, 39)는 노래를 마칠 때마다 “땡큐(Thank you)”라고 인사했다.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도 빼놓지 않았다. 신사다운 매력이 잔잔히 퍼져 나왔다. 예상치 못한 농담으로 관객들을 웃기기도 했다. 밴드 조율 문제로 20분 늦게 등장한 것은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4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마이클 부블레의 첫 내한 공연 ‘투 비 러비드(To be loved)’가 열렸다. 이번 공연은 그의 다섯 번째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부블레는 “지금까지 33개국에서 174회 콘서트를 진행했다. 열정적인 한국 관객과 만나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블레 공연의 시작을 알린 건 부블레가 아니었다. 첫 40분은 함께 내한한 아카펠라그룹 ‘내추럴리7’이 장식했다. 이들은 몸을 이용해 악기 소리를 내며 환상의 하모니를 선보였다. 이 자체로 콘서트 하나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부블레에게 무대를 넘기겠다”고 퇴장한 뒤 20분이 지나도 부블레는 나오지 않았다. 공연 관계자는 “밴드 조율 문제 때문에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완벽’을 추구했던 부블레는 강렬한 불꽃과 함께 등장했다. 첫 곡은 무대 설정에 알맞은 ‘피버(Fever)’. 관객석의 열기도 덩달아 올라갔다. 무대 중앙에 설치된 리프트에 올라있던 부블레는 미끄러져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으나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연달아 ‘해브 낫 멧 유 옛(Haven’t Met You Yet)’을 부르던 그는 무대 아래로 내려가 관객과 ‘셀카’를 찍고 포옹을 하는 등 친숙한 모습으로 흥을 돋웠다.
부블레는 장내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다. 잔잔한 재즈풍 음악(‘Try A Little Tenderness’, ‘All of Me’)으로 가슴을 울리다가도 신나는 댄스곡(‘Moon Dance’, ‘Come Dance With Me’)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특히 한 관객이 객석에서 흥겹게 춤을 추자 부블레는 그를 무대 위로 불러냈다. 이 관객은 ‘광란의 댄스’로 온 관객을 폭소케 했다. 부블레는 “나는 게이가 아니지만 이 남자와 사랑에 빠질 것 같다. 내가 본 광경 중 최고다”라고 웃으며 이에 보답하듯 ‘필링 굿(Feeling Good)’을 열창했다.
그룹 빅뱅의 태양이 부른 ‘눈, 코, 입’도 짧게 흘러 나왔다. 부블레는 이 곡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은 곡”이라면서도 “아마 ‘가장 많은 사랑(The Biggest)’은 아니겠지만”이라고 농담을 던지며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한국 팬들을 위한 서비스였다.
자신을 보러온 ‘고향 팬’들을 위한 곡도 있었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노래 ‘홈(Home)’이었다. 부블레는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가족’처럼 느껴진다”며 차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외국인 관객들 중엔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공연은 이내 흥겨운 분위기로 전환됐다. 다프트펑크의 ‘겟 럭키(Get Lucky)’를 커버한 부블레는 연달아 ‘후즈 러빙 유(Who’s Loving You)’ ‘잭슨5(Jackson5)’ ‘투 러브 섬바디(To Love Somebody)’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 ‘버닝 러브(Burning Love)’ ‘뷰티풀 데이(Beautiful Day)’를 선사했다.
부블레는 자신의 첫 내한 공연을 위해 총 100여 명에 달하는 현지 스태프들을 동원했다. ‘팀 부블레’로 지칭되는 빅밴드를 소개하는 순간, 부블레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마치 스포츠팀을 소개하듯 엠블렘이 전광판에 떴다. 부블레가 직접 한 명씩 호명하면 연주자들의 독주가 이어졌다. 이들의 프로필은 360도 회전하는 식으로 제작돼 마치 스포츠선수 소개 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

영상미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대 정중앙에 설치된 메인스크린, 양옆으로 놓인 보조스크린은 영화관 스크린 보다 선명해보일 정도로 화질이 뛰어났다. 특히 메인스크린을 활용한 ‘쇼’는 ‘부블레 천국’으로 빠져드는 데 일조했다. 부블레가 여려 겹으로 겹쳐 보이는가 하면, 빙글빙글 돌며 정신을 쏙 빼놓았다.
부블레는 마지막 앙코르로 ‘크라이 미 리버(Cry Me River)’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Save the Last Dance)’ ‘송포유(Song for You)’를 부르고 퇴장했다. ‘송포유’는 무반주 속에서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만 불렀다. 그럼에도 장내를 가득채운 그의 목소리가 마음을 파고 들었다.
고요한 가운데 그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부블레는 무대 바닥에 키스를 했다. 눈물이 글썽였다. 부블레는 상기된 얼굴로 두 손으로 왼쪽 가슴을 치며 “오늘을 잊지 않겠다. 여러분의 사랑에 가슴이 뜨겁다. 감사하다. 반드시 꼭 다시 한국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 마이클 부블레 첫 내한 공연 ‘To Be Loved’ 셋리스트
1. Intro(Naturally 7)
2. FEVER
3. HAVEN’T MET YOU YET
4. TRY A LITTLE TENDERNESS
5. ALL OF ME
6. MOON DANCE
7. COME DANCE WITH ME
8. FEELING GOOD
9. LUCKY13
10. WORLD ON A STRING
11. DON’T STOP BELIEVING
12. EVERYTHING
13. THAT’S ALL
14. HOW CAN YOU MEND A BROKEN HEART
15. PIANO
16. HOME
17. GET LUCKY(DAFT PUNK)
18. WHO’S LOVING YOU
19. JACKSON 5
20. TO LOVE SOMEBODY
21. ALL YOU NEED IS LOVE
22. BURNING LOVE
23. BEAUTIFUL DAY
[ENCORE]
24. CRY ME A RIVER
25. SAVE THE LAST DANCE
26. SONG FOR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