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1. 누적 관객수 1761만 명으로 역대 박스오피스 1위,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연기상과 작품상 등을 휩쓴 ‘명랑’은 2014년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다. ‘명량’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단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무찔렀던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영상 저작물이다. ‘명랑’은 과연 앞서 명량대첩과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2004)을 표절한 작품일까. 그리고 ‘불멸의 이순신’은 그보다 앞선 만화 난중일기(1997)를 따라한 것일까.
#2. 2013년 한 방송사에서 인기절정을 달리는 재벌 2세의 유명한 아이돌 스타와 평범한 대학생이 비밀 연애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A’가 선풍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러던 중 재벌2세 연예인과 평범한 직장인의 로맨스를 그린 인터넷 소설 ‘B’의 작가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A’와 ‘B’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자신의 소설이 2011년에 만들어 졌으니, 드라마가 자신의 소재를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이 누리꾼의 주장처럼 ‘A’는 ‘B’를 표절한 작품인 것일까.
#3. 준성이 일하는 남성전용 고시원에 4차원 여자 미루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엮은 단막극 ‘달팽이 고시원’(2010)이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와세다 대학 앞에 있는 작고 허름한 자취집 노노무라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카노 히데유키의 소설 ‘와세다 1.5평 청춘기(1997년)’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출석을 대신한다”라는 소설 속 대사가 드라마에서도 나오면서 표절 의혹은 더욱 가중됐다. ‘달팽이 고시원’은 표절의혹을 피할 수 있을까.
국내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항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뜻한다. 이는 다시 말하면 저작권법은 창작성 있는 표현은 보호하지만, 소재라든지 아이디어, 작품의 영감을 준 역사적 사실을 보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자면 ‘이러이러한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야지’의 과정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이 같은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켜서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구체화 시킨 표현은 창작자의 창의성이 드러나는 만큼, 그 순간부터 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다.
표절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중심 소재 뿐 아니라, 극중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특정 습관과 대사, 그리고 원작에만 있는 특이점이 일치해야만 한다. 만약 이 모든 과정들이 인정을 받게 된다면 이는 아이디어가 아닌 고유한 표현을 훔쳐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해 줄 증거도 없이 단순히 역사적 실존인물인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다루는 #1과 중심 소재만 유사한 #2의 경우 표절로 인정받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다양한 매력을 자랑하는 ‘조선의 악녀’ 장희빈을 만날 수 있었고, 재벌2세와 평범녀의 러브스토리를 관람할 수 있었다.
#3에서 소개됐던 ‘달팽이 고시원’이 표절시비에 휘말렸던 이유 중 하나는 소재도 소재지만 바로 “학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출석을 대신한다”라는 소설 속 대사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당시 ‘달팽이 고시원’의 연출을 맡았던 제작진은 “작가 윤지희씨가 그 소설을 좋아해 대사를 메모해뒀다가 차용했다”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면서 문제가 일단락됐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선덕여왕’과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이다.
2009년 방송된 드라마 ‘선덕여왕’은 종영한 직후인 2010년 1월 대본을 도용당했다는 뮤지컬 ‘무궁화의 여왕 선덕’ 측과 법정 분쟁을 벌이게 됐다. 자그마치 3년 반 동안 이어졌던 ‘선덕여왕’의 표절시비는 “뮤지컬 대본을 미리 입수해 줄거리를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주인공의 대립 구도나 사건 전개에서 일부 유사한 점이 있지만, 우연히 같은 내용이 됐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완전히 유사하지는 않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겨우 마무리 됐다.
‘별그대’ 2013년 말 강경옥 만화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별에서 온 그대’가 ‘설희’를 표절했다며 “광해군 시대 UFO 불시착, 외계인 등장, 불로불사, 특별한 능력 등의 설정이 비슷하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강경옥 작가는 3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걸었다. 이에 ‘별그대’의 제작사인 HB엔터테인먼트는 “‘별그대’는 지난 2003년부터 준비해온 것이다. 그동안 입은 정신적, 물적 손해 뿐 아니라 향후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대응에 나섰다.
‘선덕여왕’의 사례와 같이 길어질 것 같았던 이들의 분쟁은 강경옥 작가가 ‘제3자의 중재로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했다’고 돌연 소를 취하하면서 마무리 됐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