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은(사진=유용석 기자) |
"(한국에) 오래 머물 줄 모르고 여벌 옷을 가져오지 않아, 아는 언니·동생한테 빌려서 입고 다닌다. 길도 잘 모르는데 여기저기 찾아 다니느라 눈이 더 동그래졌다. 옷 보따리 들랴 전화 받으랴. 정신은 없는데 신 난다. 예전에는 정말, 하루 13~14개 스케줄을 어떻게 소화했는지 모르겠다."
밑도 끝도 없는 폭풍 수다가 쏟아졌다. 소녀 같다. 영턱스클럽 임성은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를 찾았다. 지금은 취재팀장이 된 선배와 십 수년 만의 만남인 모양이다. 반가운 마음이 큰 건 두 사람뿐 아니다. '다른 여자 생긴 거라면 혼자 있고 싶어서라면'(영턱스클럽 '정')이란 문장을 읽음과 동시에 멜로디가 떠오른 당신이라면, 마찬가지일 테다.
임성은은 오는 2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콘서트 '백투더나인티스 빅쑈(BACK TO THE 90's BIG SHOW)' 무대에 영턱스클럽 원년 멤버들과 함께 오른다.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덕분이다. 지난해 12월, 친구 도원경의 20주년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여했다가 용기를 얻었지만 반신반의했다.
"다시 돌아간 보라카이에서 나를 보는 한국 사람들마다 '왜 여기 있느냐. 토토가 못봤느냐'고 묻더라. 영턱스클럽이 빠졌다고. 난리였다. 나중에 눈물 흘리면서 '토토가'를 봤다. 당시 '무한도전'에서 섭외 요청이 있었으면 나갔을 것이다. '나름 사업하면서 잘 나가는 데 방송 다시 하겠느냐'고 관계자들끼리만 이야기하다가 말도 안 꺼내고 포기했다더라. 아쉽다."
↑ 임성은(사진=유용석 기자) |
콘서트에 이어 그의 본격적인 활동 재개 계획도 들려왔다. 그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에게 딱 맞는 곡을 기다릴 생각이다. 사실, 달라진 음악 시장 환경에 많이 놀랐다. 우리 때는 노래 한 곡이 인기를 끌면 1년을 갔는데, 요즘은 1~2주일 1위하는 게 자랑이더라. 대형마트에 가서 신기해 하는 나를 보고 친구가 '촌티 난다'고 창피해 할 정도다.(웃음) 사랑받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지금은 내가 더 듣고 보고 배울 때다."
떠올리면 즐겁고 행복한 추억들이 많지만 '굴욕담'도 없지 않다. '동안 미모' 비결도 관심사라는 물음에 그는 "이제야 덧니 때문에 덕을 보는 것 같다"며 웃을 수만은 없는 과거 이야기를 털어놨다.
"신인 때는 나보고 '입 다물라'고 했다. (덧니) 너무 밉다고. 상처가 엄청 컸다. 그래서 교정이나 수술 유혹이 여러 번 있었다. 협찬해준다는 치과 제안에 토끼귀가 돼 할까 말까 망설인 적도 많다. 그런데 과정이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 그냥 생긴 대로 살기로 했는데, 잘한 결정이었다."
영턱스클럽 탈퇴 이유도 일부 혼선이 있었다. 리더 최승민은 과거 한 인터뷰를 통해 "돈은 벌어야 하는데 인기와 달리 금전적 보상이 없어서 멤버들이 나갔다"고 밝힌 적 있다. 영턱스클럽이 최고 인기를 누리던 시기, 솔로로 전향한 그를 두고 삐딱한 시선도 있었다. 임성은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한 일들이었다.
"분위기가 그렇게 조성됐었다. 나는 애초 리드 보컬이 필요해서 스카웃 형태로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박)성현이가 예정돼 있었던 거다. 바로 나갈래, 2집 '미련'까지 하고 나갈래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남아 있으면 천덕꾸러기 아닌가. 그래서 바로 나왔고, 성현이가 굉장히 미안해 하길래 '괜찮다' 그러지 말라고 했다. 팀 탈퇴는 멤버들간의 불화나 내 의지가 아닌, 회사 뜻이었다. 당시에는 팀은 팀, 솔로는 솔로였다. CF 모델 제안이 단독으로 들어오면 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회사에서는 아마 이러한 여러 부분을 생각했던 것 같다."
영턱스클럽은 1996년 '정'으로 데뷔한 그해 신인상부터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시상식의 상이란 상은 다 받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가장 인기가 많았던 리드보컬 임성은의 탈퇴 이후 사실상 내리막길을 걸었다.
"솔직히 조금 아쉽다. '타인'을 내가 불렀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원래 여자 노래였고, 내가 연습까지 다 했었는데 성현이가 부르게 되면서 남자 키로 바뀌고, 여자들이 랩을 하게 된 것이다."
↑ 임성은(사진=유용석 기자) |
잠시 일을 돕고 있다는 임성은의 이웃 동생은 "우리가 선곡하면 언니(임성은)가 마지못해 부르곤했다. 언니가 영턱스클럽 노래할 때 표정은 정말 달랐다. 이 언니 '살아 있다'는 느낌이 있다. 다른 노래 부를 땐 그 표정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 보면 안다"고 말했다.
"가슴 뛰는 삶을 살자고 늘 다짐한다. 또 다른 세계에서 바쁘게 살면서 마음 한 구석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가슴 뛰는 삶', 무대를 빼고는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다. 에이핑크, 효린, 현아…예쁘고 멋있는 후배들 정말 많다. 오래 전 가요계를 떠났던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설레고 고맙다.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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