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지난해 12월17일 개봉한 ‘국제시장’은 1300만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역대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국제시장’이 천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윤제균 감독은 한국 영화감독 최초로 ‘쌍천만 감독’이 됐다. 앞서 ‘해운대’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8위에 올라 있다. 그야 말로 ‘스타감독’이다.
윤제균 감독은 이제 ‘쌍천만’ 감독이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사실 과거가 화려하지만은 않다. 과거 코미디물인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같은 영화로 관객을 웃기기도 하며 다양한 색깔을 보여줬지만 ‘낭만자객’ ‘7광구’ 등이 처참히 실패하며 쓴맛을 보기도 했다. 쓴맛과 단맛을 여러 차례 느껴본 덕에 윤제균 감독은 더 겸손하고, 더 진정성 있는 영화를 내놓는다고 했다. 관객을 속일 수는 없는 일이라고.
↑ 사진=MBN스타 DB |
Q. 한국영화 최초로 ‘천만 영화’를 두 편이나 내놓은 감독이 됐다.
A. “’해운대’ 때는 사실 기쁘고 흥분되고 들떴죠. 이번에는 오히려 담담하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어요.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에게도 감사하고, 제일 중요한 건 관객들이에요. 어르신들, 젊은 친구들 다 좋아해 주셨으니까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뿐이었어요. ‘국제시장’같은 경우는 아버지에 대한 헌사로 소박하게 시작했던 영화라 천만까지 기대하지 않았었거든요. 진정성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600만 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Q. 어떤 부분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걸까.
A. “아무래도 진정성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개봉하고 나서 이념적으로, 정치적으로 논란이 많이 됐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영화였으면 좋은 결과가 안 나왔을 거 같아요. 일부에서 그런 논란이 나왔는데, 영화를 보면 그렇지 않잖아요. 이 영화의 진정성을 봐주셨고, 대다수의 관객들은 거기에 박수를 보낸 게 아닌가 싶어요. 논란이 오히려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 몫 한 것도 사실이죠. 논란이 있다는 건 주목을 받은 거니까요. 처음에 나왔을 때 속상하고 상처도 많이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흥행에는 결론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 한국인들 기본적으로 ‘한’이라는 정서가 있지 않나. 그런 걸 건드린 것도 흥행의 한 요소인 것 같다.
A. “맞아요. 그건 진정성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인데 베를린 영화제 프로그래머나 외국인들이 봤을 때는 이렇게 절절한 반응은 아니었어요. ‘잘 만든 휴먼 드라마’ 딱 그 느낌이었죠. 우리나라 국민이 보면, 한국인들만 가지고 있는 정서가 있는데 그걸 느껴주신 거죠.”
Q. 이전부터 그랬지만, 이번 ‘국제시장’의 흥행으로 ‘스타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A. “주변에서 말씀해주시면 감사한데, 그런 말 듣는 게 부담스러워요. 하하. 천만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영화만 잘 만들어서 되는 게 아니라 운도 작용하고, 영화 외적인 부분도 작용 되어야만 나올 수 있잖아요. ‘스타감독’보다 ‘운 좋은 감독’이죠.(웃음) ‘국제시장’ 같은 경우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보다 많은 사랑 받았어요. 스스로 생각해도 제가 잘해서 천만이 넘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말씀은 고맙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Q. 대중의 감성을 건드리는 지점이 명확하다.
A. “영화는 감독과 비슷하게 나오기 마련이에요. 제가 영화를 보는 눈높이 자체가 대중적이고 관객들과 비슷한 것 같아요. 하하. 제가 즐겨 보는 영화 자체가 재미가 있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거든요. 눈높이 자체가 대중과 비슷하고, 이를 토대로 만드니까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Q. 영화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
A. “어떤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식자층, 평론가들에게 칭찬을 받는 것도 행복하지만, 그보다 제 영화를 보고 나오셨을 때 대중들이 ‘재밌다’ ‘좋은 영화다’라는 평을 내려줄 때 행복감을 느껴요. 사람이 변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는 조금 더 상업적인, 그리고 대중적인 영화를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 성공을 할 수는 없지만 약간 달라진 게 있다고 하면 예전에는 상업성이 먼저였는데 이제 나이가 조금 드니까 가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지더라고요. 하하. 내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Q.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서 흥행 공식이 있다면?
A. “하면 할수록 흥행은 모르겠어요. 그게 제 지론입니다. 왜냐면 관객의 트렌드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보다 앞서가는 것 같거든요. 관객이 어떻게 변하고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는 정말 무서워요. 제 나름 대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건 단 하나에요. 진정성이죠.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머리로만 계산해서 만든 영화인지, 진심을 가지고 가치를 위해서 만든 영화인지 관객들은 다 아시는 것 같아요. 관객을 절대 속일 수는 없거든요.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재미’든 ‘가치’든 결국은 진정성이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흥행 공식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역시 ‘사람 냄새나는 감독’이라는 평이 이해가 된다.
A. “저는 제 스스로 주제파악을 하고 있어요. 서민들의 이야기, 소시민들의 이야기는 잘 할 수 있어요. 소위 말하는 상류층의 이야기는 잘할 자신이 없어요. 제가 평생을 고생하고 서민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할 수 있어요. 경험보다 더 진실 된 건 없잖아요. 대학교 1학년 때 어머니 돌아가시고 그 때부터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고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할 수 있다는 거죠. 당시에는 정말 힘들고 속상했는데, 그 기억이 영화를 만드는 자양분이 됐으니까 감사하게 생각하죠.”
Q. 현장 스태프들은 물론, 기자들의 이름을 다 외운다고 하던데. 그런 면도 인상적이다.
A. “스태프도 그렇고, 기자도 그렇고 사람을 만나면 이름 외우는 게 제일 힘들잖아요. 누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고, 못났으면 또 얼마나 못났겠어요. 사람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외우는 거예요.”
Q. 현장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했던 것도 사람을 챙기는 한 가지 방법이었던 건가.
A.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투자배급사였던 CJ E&M에서 하라고 했죠. 하하. 과연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투자자가 추가 수당이 발생해도 다 감수를 할 테니 한 번 해보자고해서 출발을 했죠. 해보고 나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Q. 표준근로계약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A. ‘(촬영시간)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초과할 경우 추가 수당을 지급한다(낮일 경우 1.5배, 밤일 경우 2배)’ ‘일주일에 한 번씩은 무조건 쉰다’ ‘4대보험을 적용한다’. 이렇게 딱 네 가지에요. 제 생각에 이 조항들에는 ‘인간적으로’라는 말이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그 ‘인간적으로’가 빠진 채로 촬영을 해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막내 스태프들 입장에서는 ‘비인간적인’ 입장에서 촬영을 한 거죠. 정말 행복한 촬영장이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JK필름에서 만드는 모든 영화에는 이 표준근로계약서를 적용할 생각입니다.“
Q. 이래서 사람들이 윤제균 감독을 따르나 보다. 믿고 따르는 사람이 많은 만큼 작품에 대한 부담은 더하지 않나?
A. “그런 부담은 전혀 없어요. 이제는 제가 내려올 일 밖에 없잖아요. 하하. 일단 다음 작품은 ‘국제시장’을 떠나보낸 후에 생각할 예정이에요. 다만, 너무 큰 기대를 안했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잘 만들겠다는 건 약속드릴 수 있어요. 절대 교만하지 않고 항상 초심 잃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말이죠.”
Q. 닮고 싶은 감독이 있나?
A. “임권택 감독님이요. 그 연세에 현장에서 메가폰을 들잖아요. 그게 제 꿈이에요. 제 생각엔 그 연세에 하시는 분이 임권택 감독님 한분뿐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감독 수명이 짧은 데 오랫동안 하는 게 꿈이에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