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쎄시봉’에서 송창식의 모습을 그려낸 조복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단연 조복래라는 배우에 대한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송창식과 흡사한 외모는 물론이고, 가창력까지 겸비한 조복래는 전작에서도 신스틸러로서 몫을 톡톡히 해내왔다.
‘몬스터’에서는 시골경찰로, ‘하이힐’에서는 허곤(오정세 분)의 뒤를 잇는 2인자로, ‘명량’에서는 탈영을 계획하다 이순신(최민식 분) 장군에게 목이 베이는 오상구로,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는 부적을 두려워하는 소매치기 형으로 등장하며 조금씩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대중들보다 먼저 그를 알아봤던 건 장진 감독이었다. 2005년 서울예대에 입학해 스물여섯의 나이에 졸업한 조복래는 극단 목화에서 연극 무대에 올랐다. 그러다 학교 동아리 30주년 기념 공연을 장진 감독이 연출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 조복래를 장 감독이 찍은 것이다. 함께 공연을 하자는 제안도 받았지만 소속이 있었기 때문에 아쉽게 참여하지 못했다. 좋은 기회를 놓치고 극단생활을 계속 하던 중 그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잡게 됐다.
“감독님이 대학로에서 ‘연극열전’이라는 타이틀로 연극을 준비 중이라고 해서 놀러 갔어요. 그냥 구경이었는데, 더블로 공연을 뛰는 선배들이 자리에 없어서 저에게 리딩을 시키시더라고요. 불쌍해 보였나 봐요. 하하. 그렇게 ‘연극열전’에 참여하게 된 거예요.”
이후 그는 장진 감독과 ‘리턴 투 햄릿’ ‘서툰 사람들’을 함께 했고, 장진 감독이 대표로 있는 소속사 필름있수다와 계약하고 영화 ‘하이힐’ ‘우리는 형제입니다’ 등으로 또 호흡을 맞췄다.
“분장실에서 감독님이 ‘같이 하자’라면서 ‘내가 같이 하자고 먼저 말한 배우는 3명 뿐’이라고 하더라고요. ‘첫 번째가 정재영, 두 번째가 류승룡, 그리고 세 번째가 너’라고 하시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죠. 무명이었는데 감독님의 그 말이 정말 힘이 됐어요. 그 기대에 만족감을 안겨드리고 싶었어요.”
↑ 사진=이현지 기자 |
조복래의 배우의 매력을 발견한 사람은 또 있었다. 바로 ‘쎄시봉’의 김현석 감독이다. 개량한복을 입고 오디션에 임해 시선을 끌고 의외의 노래실력, 거기에 연기에 대한 간절함까지 더해져 오디션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 그가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데 있어서 가장 큰 것은 ‘가수 송창식’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평소 송창식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존경하는 분이셨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욱 간절함이 있었죠. 고등학교 때부터 옛날 음악을 좋아해서 그 시대의 노래를 다 찾아보고 다른 앨범들도 좋아했죠. 극에서 지금의 송창식이 아닌, 20대 송창식을 연기하는 거였기 때문에 더 경쟁력이 있었죠. 근데 사실 오디션에서 진짜 못했어요. 원래 기타도 조금 다룰 수 있었는데 웬걸요, 벌벌 떨었어요. 하하.”
그렇게 존경하던 송창식 역할을 따낸 것도 모자라 실제로 그를 만나게 된 조복래는 “감격스러웠다”는 한 마디 말로 표현했다. 그가 송창식을 처음 만난 것은 쎄시봉 콘서트 현장이었다. 송창식은 자신을 찾아온 조복래에게 “노래는 잘 부를 생각 하지 마”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선생님이 해준 조언대로 노래를 잘 부를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제가 말은 또 참 잘 듣거든요. 하하. 과감하게 내려놓고 ‘가객 송창식’이 아닌 ‘인간 송창식’의 젊었을 당시를 공부했어요. 특히 소년같이 웃는 모습에서 순박한 이미지가 보이는 것이 매력적이었거든요. 무대 위에서 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많이 못 봤어요. 제가 제일 매력 있게 느꼈던 송창식 선생님의 모습을 저를 통해 조금이나마 보여줄 수 있다면 선생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 사진=이현지 기자 |
실제 송창식은 아이 같은 티 없는 미소로 무대에 올라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켰고, 영화 ‘쎄시봉’에서 조복래 역시 그런 송창식의 모습을 빼다 박은 듯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노래에는 힘을 뺐다고 하지만, 노래도 발군이었다.
“맞아요. 노래에 대한 부담감이 사실 클 수밖에 없었어요. 하루에도 몇 시간씩 노래 연습, 기타 연습을 했어요. 그래도 송창식 선생님만큼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뽑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잖아요.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천재인데…. 근데 선생님이 영화를 보시더니 ‘재미있었다’ ‘몇 개월만 더 연습하면 가수해도 되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걱정이 눈녹듯이 사라졌죠.(웃음)”
‘가나다라마바사’ ‘담배가게 아가씨’ 등 송창식을 대표하는 곡들을 극에서 선보이며 놀라울 정도의 싱크로율을 자랑한 조복래에게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은 무엇일까. 생각 외로 그는 첫 등장 신을 꼽았다.
“큰 롤로 영화를 찍은 적이 거의 없었어요. 현장에서 주·조연으로 촬영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였죠. 더구나 긴장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제가 좌중을 휘어잡아야 하는 신이었잖아요. 아무리 촬영이라 하더라도 주변에 있던 출연진의 시선이 라이브로 와 닿더라고요. 역시나 많이 얼어있더라고요.”
20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만큼 영화 ‘쎄시봉’은 올해 서른이 된 조복래에게 더욱 특별했을 거다. 지금 조복래의 20대와 극중 송창식의 20대의 배경이 다르지만,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법도 하다.
“저는 꿈을 위해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청춘을 바쳤어요.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세월에 연연하지 않고 싶어요. 30대에 큰 성공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제 은사님들 중에는 지금까지도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분들이 있어요. 70대가 넘은 나이죠. 그런 분들처럼 인생을 길게 보고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