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와 제36회 모스크바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돼 관객의 관심을 받은 한국영화 ‘조류인간’(26일 개봉). 15년 전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묘령의 한 여자(소이)와 함께 길을 떠나게 된 소설가(김정석)가 믿을 수 없는 진실을 추적한다는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다.
문학과 영화를 공존시키는 독창적인 스타일의 신연식 감독이 또 한 번 관객을 스크린에 몰입하게 한다. 그 중심에 배우 정한비(29)가 있다. 4년 전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어린 예승(갈소원)의 유치원 선생님으로 등장했던 그는 이번에는 여주인공으로 인사한다. 소설가의 사라진 아내 한비가 그가 맡은 역할이다.
극 중 배역 이름이 본인의 이름과 같다. 신 감독이 정한비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애정이 가득하다는 다른 말이기도 하다.
“다른 배우분들도 마찬가지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일단 저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준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또 감독님이 신비롭게, 예쁘게 포장해 찍어주신 것 같아 좋아요. 현장에서 한 선배님이 저보고 ‘따오기 닮았다’고, ‘그래서 캐스팅된 거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도 감독님이 왜 저를 택했는지는 몰라요. 그런데 진짜 제가 따오기 닮았나요? 하하하.”
“사실 저와 같이 일하던 매니저 언니 덕분인 것 같긴 해요. 감독님이 ‘매니저가 보낸 장문의 메일을 봤다’고, ‘요즘에도 이런 매니저가 있나?’라고 생각했대요. 매니저가 기특하다며 미팅했는데, 저도 괜찮다고 생각하셨는지 예쁘게 봐주셨고 인연이 이어졌죠.”
‘배우는 배우다’는 현재 그룹 엠블랙을 탈퇴하고 연기자로 전향한 이준의 연기를 인정받게 한 작품이다. 정한비가 출연했으면, 그 역시 또 다른 이목을 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한비는 출연을 놓친 게 아쉽지는 않다. 결국 돌고 돌아 언제건 기회가 오는 게 인간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 물론 처음에 ‘조류인간’의 시나리오를 받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인간이 새가 된다?’ 이게 설득력이 있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설득당했기 때문에 관객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죠. 또 언제 이런 독특한 역할을 맡아 보겠어요.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새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을 소화해야 하다니…. 관련해서 감독님이 ‘굳이 새가 됐다고 생각할 필요 없고, 현실과 이상이 괴리감을 느꼈을 때를 생각해보라’고 하셨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연기가 많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괴리감을 느낀다’고 했는데 감독님은 제 생각이 너무 현실적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정한비는 나름 새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곡식도 먹어보고, 다큐멘터리와 책을 보며 새 공부를 했다. 새를 좋아하지 않았던 그지만 동물원에 가서도 새들과 교감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도 날아봤다. 마치 한비의 생각을 담은 듯한 자우림의 ‘샤이닝’이라는 노래도 반복해 들으며, 점점 영화 속 캐릭터가 됐고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신 감독이 원한 신비롭고 묘한 여성 한비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조류인간’은 한국판 ‘버드맨’이라는 오해도 받았다. 최근 끝난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을 받아 4관왕에 오른 ‘버드맨’과 소재와 내용도 다른 영화인데 우스갯소리로 이런 얘기가 들렸다. 정한비는 “소이 언니가 ‘버드맨’을 언급해서 그런 것”이라며 “관련은 없다”고 웃었다. 이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며 ‘조류인간’과 1주 차로 스크린 경쟁할 수 있는 ‘버드맨’에 대해 “개봉하면 꼭 보고 싶다. 우리영화도, ‘버드맨’도 흥행이 잘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경기대 중어중문학과 출신으로 뒤늦게 연기를 시작한 정한비. 여전히 자신의 연기가 이상한 점만 보인다는 그지만 열심히, 차근차근 잘 달리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다작을 한 것도, 얼굴을 많이 알린 것도 아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