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하늘(25)은 소리소문없이 대세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조용히 한 발 한 발씩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뎌왔다.
최근 인지도를 높인 드라마 ‘미생’을 대표작이라고 뽑을 것 같은데, 1~2회 출연이 전부였던 드라마 ‘엔젤아이즈’를 “제일 좋아한 작품”으로 꼽는다.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내 연기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좋은 평가를 해줬기 때문”이다. 비중과 역할, 흥행은 그가 연기할 때 생각하는 첫 번째는 아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조선 개국 7년, 서로 다른 욕망을 순수하게 좇는 세 남자의 선 굵은 드라마가 담긴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에서 욕정만을 좇는 야비한 인물 김진을 택한 이유도 그렇다.
욕을 엄청나게 먹는 인물을 연기했기에 그동안 쌓아놓은 이미지를 깎아 먹는다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다. 특히 소속사는 “광고가 떨어진다”고 만류했지만, 강하늘은 연기를 배울 기회이자 공부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고집을 부렸다.
강하늘은 “광고 모델이 돼 돈을 벌려고 연기를 하는 건 아니다. 2~3년 안에 내가 뭔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내 길을 멀리 봤을 때, 공부가 되는 연기를 선택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강하늘을 좋아하는 팬들은 ‘순수의 시대’를 보면 꽤 배신감을 느낄 것 같다. 욕정을 좇아 아버지의 첩을, 마을 부녀자를 겁탈하는 인물이라니…. 강하늘은 멋쩍게 웃었다.
“이미지 변신을 위한 선택이었느냐고요? 그런 건 아니에요. 시나리오를 읽고 김진은 부마(임금의 사위) 지위를 갖게 되지만, 그의 몸은 부마가 될 위인도 아니고 그런 정신도 있는 사람이 아니라 느꼈어요. 그 차이가 재미있었죠. 치기 어린 사람, 어린애의 모습을 잘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순수의 시대’를 언급하며 정사신을 빼놓을 순 없다. 김진이 여자를 겁탈하(려)는 신이 꽤 많다. “연기하며 첫 정사신이었다”는 강하늘은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정사신의 민망함보다는, 액션신처럼 합을 맞추는 것과 같이 생각을 많이 하고 몸에 익혀야 해 힘들었다. 카메라가 비추는 시점에 맞춰 손 동작과 움직임을 바꾸는 등 많은 걸 계산해 타이밍을 맞췄다. 상대 여배우를 겁탈하는 신을 찍고는 “남자로서, 사람으로서 미안하더라. 촬영이 끝나고 미안하다고 계속 얘기한 것 같다. 그 분은 연기니깐 괜찮다고 했는데, 난 ‘연기니깐’이라는 말이 안 나오더라”고 떠올렸다.
여주인공 강한나와의 베드신은 나름(?) 특별하다. 대학교(중앙대 연극학) 입학하고 첫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게 1년 선배인 강한나였는데, 시간이 좀 지나 강한나의 첫 영화에 강하늘이 상대로 나섰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이가 아니라서 무척 민망하기도 했을 것 같다고 하니 “학교에서 연기를 할 때, 다른 현장에 가서 만나도 다른 사람이 돼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에 처음에만 ‘한나 누나네!’라고 생각했지 그 이후에는 다 잊게 되더라”고 전했다.
“여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고백한 그지만 ‘순수의 시대’에서는 김진의 모습을 완벽히 소화, 표현했다. 악역이자 욕을 먹어도 괜찮을 나쁜 놈을 연기에 영화에는 도움을 줬다. 관객들에게 김진은 악역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강하늘은 “악역이긴 하지만 그렇게만 바라보지만은 않았다”고 몰입했다. 이유가 있다. “연기를 처음 배웠을 때 이 세상에 모든 역할 중에 악역은 없다고 배웠어요. 악역이라고는 하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나쁘게 보일 수 있는 거죠. 이번 역할에 솔직히 공감하진 못했지만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웃음)”
사랑에 목숨을 거는 신하균이나 잠깐씩 등장했어도 그 카리스마가 상당했던 장혁의 역할이 한 번도 부럽지는 않았을까.
“이제껏 참여한 작품에서 다른 역할을 원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뿐이죠. ‘쎄시봉’에서 윤형주 선생님 대사가 있는데 ‘안 좋은 작품에서 주연할 바에야 좋은 영화에서 단역하는 게 낫다’는 말을 해요. 그게 딱 제 마음이에요. 또 솔직히 제가 다른 분들의 연기를 하기에는 아직 너무 부족해서 욕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요.(웃음)”
중학교 때 교회 성극단 소품 팀으로 연극을 시작했고, 이후에 연기 실력을 쌓아 다양한 작품으로 인사하고 있는 강하늘. 이제 최고로 바빠진 20대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영화만 해도 최근 ‘쎄시봉’으로 관객을 만났고, ‘순수의 시대’에 이어 ‘스물’까지 곧 개봉한다. 잠깐 만나 그의 인생 전체를 판단할 순 없다. 하지만 그가 연기를 향한 열정과 애정이 얼마나 있는지, 그가 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솔직히 사람이 단 것에 빨리 취하잖아요. 요즘 신경 써주고 관심 가져주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