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한선화의 물오른 연기와 함께 그가 출연 중인 MBC 주말극 ‘장미빛 연인들’ 시청률도 승승장구 중이다.
16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5일 방송된 ‘장미빛 연인들’은 24.2%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 전날 방송분이 나타낸 22.0% 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파랑새의 집’에 이어 주말극 2위다.
이날 방송에서는 파렴치한 아버지의 과거를 알아버린 장미(한선화)의 모습이 그려졌다. 악성 루머의 근원지가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확인 했다. 또한 익명의 협박범으로부터 아빠가 4년 전 자신이 버린 딸, 초롱이를 차돌(이장우)에게서 뺏어 유기했다는 사실까지 알아버렸다. 충격에 빠진 장미는 마지막으로 아빠를 찾아가 모든 죄를 인정하고 차돌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왜곡된 진실도 원상태로 돌려놓으라고 눈물로 부탁했지만 예상대로 만종(정보석)은 끝까지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며 폭언을 일삼았다.
결국 아버지에게 질려버린 장미는 진실 규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모든 과거를 밝히면서 만종을 기절케 했다. 그저 부잣집 막내 딸, 마냥 철부지였던 장미가 진정한 성인으로 성장하며 드라마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사실 드라마 자체만을 보면 ‘장미빛 연인들’은 전형적인 ‘막장’에 가깝다. 주인공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 비현실 적일만큼 일관된 악랄 캐릭터 만종, 그리고 ‘불륜인 듯 불륜 아닌 불륜 같은’ 중년의 사랑 등 온 천지가 그렇다.
하지만 주인공인 한선화의 캐릭터만 놓고 보면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하다. 한선화가 열연 중인 ‘장미’는 드라마 속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로, 파란만장한 성장 과정을 겪는다. 그녀를 둘러싼 에피소드가 자극적이긴 하지만 캐릭터 자체만으로 봤을 땐, 상황에 따라 충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반항을 거듭하던 장미는 결국 난생 처음 따귀를 맞고 집에서 쫓겨난다. 이것이 그녀의 인생 위기 1막.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옥탑방에서 첫 보금자리를 마련하나 곱게만 자라온 장미이기 동거는 순탄치 많은 않다.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장미는 막막한 현실에 좌절을 거듭하다 아이도 사랑도 버린 채 유학길에 오른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돌아온 백장미는 가슴 속에 절대 지울 수 없었던 딸 초롱과 우연히 마주하며 뜨거운 모성애를 터트린다. 진정한 2막이 시작되는 순간. 장미는 자신을 원망하며 힘든 시간을 보낸 차돌의 얼어붙은 마음까지 녹여낼 정도로 초롱을 향한 애절한 모성애 그리고 미안함을 전한다. 어렵사리 차돌과 초롱을 되찾은 장미는 예상대로 또다시 만종의 반대에 부딪힌다. 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시청자는 답답하고 분하지만, 장미의 캐릭터는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간다.
이처럼 한선화는 단순한 듯 복잡한 플롯 안에서 단계별 깊이 있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과거 발랄하기만 했던 귀여운 걸그룹 멤버에서 어엿한 여배우로 성장한 그의 모습에 연일 칭찬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앞서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 ‘신의 선물 - 14일’, ‘연애 말고 결혼’을 통해 무난하게 연기 경험을 쌓아온 그는 기대 이상의 호연으로 출연하는 작품마다 의외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각종 예능을 통해 워낙 ‘백치미’ 이미지가 강렬한데다, 그간 맡은 역할이 대부분 조연이었기 때문에 긴 호흡의 주말극 주연 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오판이었다. 한선화는 자신의 이미지와 꼭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철딱서니 장미부터 뱃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험난한 과정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무기력증에 빠진 연기, 거듭된 아버지의 악행에 분노의 끝에서 마지막 결단을 내리는 단호한 모습까지 완벽에 가까운 몰입도를 보여주고 있다. 상대 배우 이장우와의 연기 호흡은 물론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도 묻히지 않는 존재감으로 열연 중이다. 막장 스토리 안에서도 유독 그녀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장미빛 인생’은 어린 나이에 크게 한 번 넘어졌지만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나 인생에 대한 해답과 행복을 찾아가는 주인공과 그 가족을 통해 희망을 그린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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