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안방극장을 점령하던 ‘나쁜남자’의 시대는 가고 이제 일명 ‘호구’라고 불릴 정도로 순종적인 착한 남자들이 안방극장을 주름잡기 시작했다.
그동안 안방극장 여성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키워드는 바로 ‘나쁜 남자’였다. 욕망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야성미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드라마 속 나쁜 남자들의 치명적인 매력은 뭇 여성들의 심금을 울리며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2015년 봄, 이 같은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 남성상은 지각변동을 이룰 전망이다. 착한 외모와 성격은 기본, 순수하면서도 자신의 여성에게 순종적인 ‘호구남’들이 여성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같은 ‘호구남’들의 대표주자로는 tvN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의 최우식과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의 지현우,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의 윤박이 그 주인공이다.
이름부터 호구인 ‘호구의 사랑’의 강호구(최우식 분)는 ‘적당히 하자’가 가훈인 집안에서 자라 거대한 야망도 없고, 그 흔한 썸도 없이 자라온 24살의 청년이다. 그에게 ‘좋은 사람=좋은 남자’가 아니라는 여자들의 진리는 너무나 어려우며, 그 흔한 밀고 당기기 또한 해 본적이 없다.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치는 호구는 얼핏 보기에 지루하고 따분해 보이는 남자지만 이상하게 보면 볼수록 끌리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강아지처럼 순진해 보이는 눈망울은 여성들의 보호본능을 일으키고, 이를 입양시키려고 하자 이에 분노할 줄 아는 바른 정신과 사랑하는 도도희(유이 분)의 아이 금동이까지 도맡아서 돌보고자 하는 책임감까지 갖췄다. 최근 얼마나 매력남으로 거듭났는지 여자들 뿐 아니라 철벽남 변강철(임슬옹 분)의 마음까지 뒤흔들며 신(新) 마성남으로 떠오르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에서 명성고 신임 국어교사인 박노아(지현우 분) 역시 의심할 줄 모르고 욕과 폭력을 싫어해 화를 낼 줄 모르는 인물이다. 박노아는 어수룩할 정도로 순진하고, 강직하지만 어리바리한 성격으로 인해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무시 받는 ‘호구교사’로 불리기도 한다.
남들은 비웃어도 ‘세상은 아직 아름다워’를 외치며 학생들을 돕기 위해 뛰어다니는 순진무구한 박노아를 보고 있자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요령 없는 행동이 다소 답답해 보일 수는 있지만, 온갖 비리의 정점인 명성고에서 유일한 청정지역인 박노아를 통해 묘한 ‘힐링’을 느끼는 것이다. 후에 차노아는 학교폭력에 정면으로 뛰어든 조강자(김희선 분)의 편에 서서 학교에 대항할 예정이다.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의 박차돌은 착한을 넘어선 이 시대의 진정한 ‘캔디남’이다. 대학시절 사고시절 연인이었던 백장미(한선화 분)가 자신과 딸 박초롱(이고은 분)을 버리고 미국으로 도망가고, 그 와중에 백만종(정보석 분)에 의해 아이를 납치당하는 등의 위기 속에서도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혼부 박차돌은 자직의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헌신적인 아빠다. 7번 넘어져도 8번 일어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운동화 디자이너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애를 쓰는 인물이다.
천성적으로 착한 성품의 박차돌은 아무리 친구가 배신해 운동화 아이디어를 도둑맞고, 거짓된 인터뷰로 자신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져 고생을 해도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주인공이다. 바보같이 착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박차돌을 도와주기 위해 백장미를 비롯, 고연화(장미희 분), 정시내(이미숙 분) 등 많은 여자들이 발 벗고 나서면서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의 박재준(윤박 분)은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자신이라면 끔찍한 엄마 마여사에게 한없이 약한 남자다. 엄마 뜻에 따라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의대에 입학하고,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서유라와 맞선을 보기 위해 먼 가오슝까지 날아가는 인물이다. 박재준은 독한 모성과 야망을 위해 달려 나가고자 하는 이들이 판을 치고 있는 ‘여왕의 꽃’에서 유일하게 자상한 남자의 모습을 그리며 사랑받고 있다.
이 같은 착한남자가 사랑받는 이유는 힘들고 어려운 현실 속, 사랑하는 이를 향한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는 착한남자들의 한결같은 사랑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여기에 이들은 바보온달이 평강공주를 만나 온달장군이 됐던 것처럼, 여성의 지지에 따라 얼마든지 더 멋진 남성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품고 있다.
박노아 역을 연기하는 지현우는 ‘앵그리맘’ 제작발표회 당시 “몇 년 전에는 나쁜 남자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 역시도 다소 예의 없는 캐릭터로 많이 활동 했었다”며 “호구 역할이 어떻게 보면 매력이 없게 느껴질 수 있다. 공감을 못 하실 수도 있고 ‘왜 저렇게 답답하게 살지’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보다보면 마음이 정화된다는 것이다. 저는 촬영 하면서 이 작품을 통해서 제가 순수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호구남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