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드라마 속의 낭만적인 제빵사, 실제의 제빵사는 어떨까.
드라마 속에는 제빵사가 자주 등장한다. 김탁구가 최고 제빵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2010년 KBS2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는 아직도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제빵’만 쳐도 관련검색어로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얼마 전 종영한 MBC 드라마 ‘전설의 마녀’에서도 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이처럼 제빵사는 드라마에서 몇 번이나 등장하는 직업이지만, 늘 예쁜 빵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아기자기한 빵들을 만드는 한가한 직업으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이를 본 현재 제빵사의 생각은 어떨까.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제빵사로 7년 째 근무 중인 정 모 씨(30)는 “제빵의 과정에서 낭만은 없다”고 단언했다.
정 씨는 자신도 ‘전설의 마녀’ 애청자였다고 밝혔지만 “주인공 문수인(한지혜 분)과 마태산(박근형 분)의 경쟁은 제빵사로서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문수인이 운영하는 개인 빵집의 분위기도 실제 제빵사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 사진=전설의마녀 방송 캡처 |
제빵사의 하루는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 정 씨는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직영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약 3명의 제빵사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한다. 이들은 오전조와 오후조로 나뉘어 일을 하는데, 오전조는 새벽 5시까지 출근해서 오븐을 예열해야 한다. 그 사이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들어오는 반죽들을 해동하고 하루의 계획을 세운다.
그 이후부터는 전쟁이다. 시간에 맞춰 빵들을 구워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프랜차이즈 제과점이라도 빵 종류나 빵 굽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주로 아침 대용으로 많이 구매하는 단과자(단팥빵, 소보루빵 등) 종류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빵을 구워나간다. 12시 이전에는 빵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기 때문에 한시도 쉴 틈이 없다.
더욱이 빵 굽는 일은 변수가 많고, 화기를 다루기 때문에 더욱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정 씨의 설명. 정 씨는 “한눈을 팔면 순간의 실수로 빵이 타버리거나 모양이 변형된다. 뿐만 아니라 작업장이 위험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얼마 전에 실수를 해서 고로케를 튀기는 튀김기에 손을 빠뜨렸다. 다행히 튀김기를 다 사용하고 난 다음이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튀김기가 꺼진 상태였어도 손에 물집이 잡히는 화상을 입었다”고 아찔한 상황을 떠올렸다.
물론, 정 씨가 근무하는 제과점의 규모가 크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지점이라 더욱 바쁘다. 그는 “매장마다 조금은 환경이 다르다. ‘전설의 마녀’ 속 등장했던 규모의 정도면 홀로 해도 가능할 듯”이라고 봤지만 “그렇다 해도 손님이 그렇게 많으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다”고 말했다.
‘전설의 마녀’나 ‘제빵왕 김탁구’의 경우는 등장인물들이 직접 새로운 빵을 만들고 이 레시피를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에 대해 정 씨는 “사실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건 본사의 개발 팀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개인 제과점에서는 가능하지만 어차피 빵의 기본적인 제작 과정 중 기본이 되는 것들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설의 마녀’에는 극중 문수인이 복역했던 교도소에서 제빵 클래스를 처음 수강하고, 빵의 매력에 빠져 결국 자신이 복역했던 교도소로 봉사활동 선생님으로 활약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 기업인 파리바게뜨 측은 MBN스타에 “‘전설의 마녀’에 등장하는 것처럼 제빵사가 봉사를 하는 제도는 사내에서는 없다”고 밝혔다. 재소자들이 참여하는 교도소 내 빵 공장 또한 극적 설정이란다.
↑ 사진=전설의마녀 방송 캡처 |
파리바게뜨 측은 “본사 차원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교도소에서 제빵 클래스를 운영하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교도소에서는 재소자들이 사회성 복원을 위해 혹은 출소 후 사회에 잘 적응하라는 의미에서 여러 실무 형 기술 교육을 시키기는 하지만, 프랜차이즈 기업이 직접 그런 제도를 운영하기에는 힘들다는 뜻이다.
비록 ‘전설의 마녀’나 ‘제빵왕 김탁구’처럼 빵 하나에 죽고 사는 모습은 사실적으로 그려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 씨는 “‘전설의 마녀’에서 문수인이 빵을 사랑하는 모습 하나만은 똑같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덧붙인 한 마디. “빵 만들다 연애하고 한눈팔면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 제빵 현장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