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진아(사진=강영국 기자) |
태진아는 24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 용산구청 내 대극장 미르에서 장장 1시간이 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취재진과 질의응답이 없는 기자회견치고는 상당히 긴, 냉정함을 잃고 분노를 표출하는 이례적인 장면들도 여럿 나왔다.
장황한 설명을 거둬내고, 태진아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개한 증거 자료들만을 추려 이번 논란의 핵심 내용과 향후 행보를 요약했다.
↑ 태진아(사진=강영국 기자) |
■ 첫째, A매체 협박·금전 요구 사실
태진아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인의 권창범 변호사는 이날 캘리포니아 LA에 거주 중인 하워드 박 씨와 A매체 대표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들려줬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A매체 대표는 태진아 측에 20만 달러(한화 약 2억원)를 투자자금 명목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5만 달러는 하워드 박에게 더 받아 챙기라고 설득도 했다. 그는 더불어 "이러한 작업은 비밀로 해달라. 내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스스로 불법성을 시인했다.
이 과정에서 A매체 대표는 '태진아가 한방에 300만원을 찍었다더라. 하룻 저녁동안 했으니까 10만 달러 이상은 날라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취재를 통해 사실 확인한 것이 아닌, 전해들은 이야기이거나 추측이다.
이에 앞서 A매체 대표는 "10만 달러면 1억이다. 그럼 이게 1억대 도박? 아니다. 그렇게 기사를 쓰지 않는다. (판돈과 횟수) 곱하기 곱하기 해서 하룻밤 하면 고액의 억대 도박판이 되는 것이다. 그럼 (태진아는) 끝이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
■ 둘째, 태진아가 도박을 한 것도 맞다. 그러나…
태진아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실은 분명하다.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다.
총 네 차례다. 태진아는 2015년 2월 15일 LA에 있는 허슬러 카지노에서 1000달러를 바꿔 게임(도박)을 했다. 1시간 남짓 동안 약 5000달러를 따고 나왔다. 게임한 곳의 최저 배팅금액은 10달러. 최고 1만5000달러까지 가능했다.
같은달 17일에는 또 다른 카지노 할리웃파크에 방문, 3000달러를 바꿔 게임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도 그는 1500달러를 땄다. (태진아는) 뒤늦에 알았지만 여기는 VIP룸이 맞다. 하지만 밀폐된 곳은 아니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단순히 최저배팅액이 조금 높아 현지에서는 VIP룸이라고 부른다. 최저 배팅 금액이 25달러부터다. 최고 배팅액은 1만5000달러로 동일하다.
이후 라스베이거스에 머물 때 호텔 내 카지노가 있어, 그곳에도 두 차례 방문했다. 1500달러로 시작해 500달러를 손에 더 쥐었다. 결론적으로 태진아는 미국에서 총 4차례 카미노를 찾아 7000달러 정도를 챙겼다.
태진아는 "카지노를 방문했을 때 아들 이루는 결코 게임을 하지 않았다. 나를 데리러 들어온 적은 있다. 내가 거짓말이면 어떻게 여기서 이렇게 얘기하겠나. (거짓말이면) 그냥 혀 깨물고 죽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 태진아(사진=강영국 기자) |
■ 셋째, 불법 원정 도박 혐의 피하기 위한 말 바꾸기?
사실, 태진아가 도박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번 돈으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게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규모다. 우리나라 외국환 관리법은 해외에 나갈 때 1만 달러 이상을 지니면 신고를 하게 돼 있다. 이 금액 이상을 소지하고 도박을 했다면 외환관리법 위반이다. 과거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처벌받은 이들은 대부분 '환치기'를 했다가 덜미를 잡힌 경우가 많다.
태진아 측은 "카지노에서의 총 게임 금액(배팅액+들고 나온 금액)이 1만 달러 이하로 입을 맞춘 것 아니냐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무근이다. 반박할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태진아는 또 이번 기자회견 전 몇몇 매체와 인터뷰에서 카지노 방문 횟수가 바뀐 것에 대해 "한국에서 첫 보도 당시 '카지노 갔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그곳에) 한 번 갔다'고 답했을 뿐이다. 이후 나머지 (다른 곳) 어디 어디 몇 번 갔다는 내용 모두 다 내 스스로 밝힌 내용인데 그것을 두고 말을 바꿨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고 한탄했다.
■ 넷째, 미국 현지 카지노 관계자 증언은…
LA 허슬러 카지노 지배인과의 즉석 통화도 기자회견장에서 이뤄졌다. 이 통화에서 지배인은 대부분 태진아 측 주장과 일치하는 증언을 했다. 다만 그의 증언을 무조건 신뢰할 만한 근거는 없다. 태진아 간 4곡의 카지노 중 한 곳의 지배인일뿐더러, 그 입장에서 고객 보호가 우선일 수 있다.
그는 태진아를 봤던 기억을 떠올려 "카지노에서 게임도 했지만 가족분들과 그냥 차를 드시기도 했다. 그 시간이 총 1시간 정도 되지 않았나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장을 했다는 A매체 주장과 반대로 그는 "단번에 태진아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옷차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루는 게임을 하지 않았다. 태진아가 나갈 때는 약 6000달러가량을 환전했다. 그 금액을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태진아가 영어 소통이 원활히 되지 않아 내가 통역을 도왔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직장 헐리웃파크 카지노에 있는 동료에게도 물어보니 보도된 억대 규모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 기사를 보고 안타까워서 내가 먼저 태진아 측에 연락했다.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돕겠다 메시지를 남겼다"고 했다.
↑ 태진아 기자회견장(사진=강영국 기자) |
■ 다섯 째, A매체 추가 증거 자료 공개 가능성은?
A매체는 "태진아가 이루와 함께 카지노에서 게임한 CCTV 영상과 사진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2탄 3탄 보도가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보도가 있었다. 실제 가능한 일일까.
허슬러 카지노 관계자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카지노 측에서는 CCTV를 절대 개인한테 제공하지 않는다. 법적인 문제가 생겨 검찰 혹은 FBI 등 수사기관의 요구가 있을 때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억대 도박 규모 정도라면 고객의 개인정보를 꼭 받아두게 돼 있는데 태진아는 없다. 카지노가 세운 룰이 아니라, 미국 법이 그렇다. 그걸 지키지 않으면 카지노 라이센스를 뺐긴다. 태진아의 억대 도박은 여러 모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되나…"美서도 법적 대응"
태진아 측 변호사는 "현재 고소장을 작성 중"이라고 밝혔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방송·신문·인터넷을 통해 확산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부분은 손해배상청구 및 정정보도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방송에 출연해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몇몇 인물에 대해서도 꼭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태진아 측 변호사는 "A매체 대표가 미국 시민권자여서 한국 수사기관 소환에 불응할 경우를 대비한다"며 "미국에서도 공식적으로 민·형사상 법적 대응, 현지 수사기관을 통해 CCTV 등도 확보할 수 있으면 이 또한 공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태진아는 기자회견에서 "(논란의 진위 여부를 떠나) 그동안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신 많은 팬 여러분들께 본의 아닌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하면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억대 도박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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