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배우 김희선이 친근하면서도 따뜻한 엄마의 면모를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26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 3회 분에서는 딸 오아란(김유정 분)을 위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조강자(김희선 분)의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이날 조강자는 오아란을 괴롭힌 범인이 고복동(지수 분)임을 직감으로 알았다. 조강자는 틈만 나면 고복동에 다가가 “네가 오아란을 때렸지”라며 신경을 긁었고, 이에 고복동은 시비를 걸어오는 조강자를 물리치지 못하고 맞붙으며 싸움에 휘말린다.
↑ 사진=앵그리맘 캡처 |
조강자는 학교 내 세력 관계에 빠삭한 왕정희(리지 분)로부터 고복동, 홍상태의 정체를 알게 됐다. 고복동은 주먹으로 교내를 평정했으며, 실제 조직폭력배와 연관이 있는 위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런 고복동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홍상태였다. 홍상태는 재력가 집안의 자재로 말 한마디면 선생님도 마음대로 갈아치울 수 있는 파워를 지녔다.
그럼에도 조강자는 두 사람 앞에서 눈 하나 꿈쩍 않는다. 그는 “서열 정리 다시 해야겠다. 너희들(조강자와 고복동) 중에 이긴 애한테 목줄을 채워주겠다”고 말하는 홍상태에게 “이놈의 자식.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라며 호통 치는 대담함을 지녔다.
조강자의 이런 용기(?)는 딸을 구하겠다는 일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아란은 누구인지 모를 범인으로부터 구타와 협박을 당했고, 심리적인 불안을 느껴 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조강자는 그런 오아란을 끌어안고 “엄마가 벌 줄 거다. 엄마만 믿으라”고 다짐한다.
↑ 사진=앵그리맘 캡처 |
조강자가 다른 어른들과 다른 점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는 “별로 아프지도 않아 보이는데 유난이냐”고 말하는 ‘꼰대’들과 다르다. 딸이 학교 폭력 피해자의 위치에서 받았을 상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쓴다. 물론 오아란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교 폭력의 원인이 뿌리채 뽑혀야하지만, 시청자들은 오아란의 곁에 조강자 같은 엄마가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그런 면에서 조강자가 세상 물정 따위 모를 것처럼 순수한 박노아(지현우 분) 선생에게 하는 말은 의미 깊다. 그는 “이유 불문, 상황 불문을 불문하고 폭력이라는 건 언제나 행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힘의 크기를 따져본다. 그리고 그 속에서는 아무도 지켜주지 않으니까 싸우는 거다. 보호자가 보호자 노릇을 못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조강자가 오아란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 경험했던 일 덕분(?)이기도 하다. 조강자는 고등학생 때 만나던 애인을 칼로 찔러 죽였다. 이는 순전히 사고였지만, 조강자는 오랜 시간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남자친구의 형은 조직폭력배 안동칠(김희원 분)이었고, 그는 자신의 동생이 조강자와 어울린 이후 나쁘게 물들었다고 생각해 두 사람이 헤어질 것을 원했다. 안동칠은 조강자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폭력과 협박을 선택했다. 결국, 두 사람은 칼을 들고 살벌한 싸움을 펼치게 됐다. 이를 말리려다 동생은 조강자의 칼에 맞고 즉사했다.
이런 경험은 조강자을 단단하게 만들었으며 동시에 오아란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학창시절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처하게 되는 위기, 벗어날 수 없는 학교 폭력의 굴레, 학생들만의 신경전, 어른의 세계를 닮아 지독하게 변한 아이들의 세계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강자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딸이 입게 될까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딸의 상처를 보듬으려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조강자는 이미, 제대로 된 어머니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