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이수경입니다.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서 강호경 역으로 출연했어요. 네, 바로 그 ‘이수경’입니다. 참 실수도 많이 하고,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이제는 진짜 모든 면에서 조심스러워졌는걸요. ‘왈가닥’에서 ‘요조숙녀’가 됐달까.(웃음) 그래도 언니, 오빠들이 정말 잘해줘서 ‘호구의 사랑’을 떠나기 섭섭해요. 다들 벌써 보고 싶네.(웃음)
◇ ‘호구의 사랑’의 호경이, 저와 참 닮았죠.
‘호구의 사랑’은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화기애애하고 딱딱한 부분 하나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안의 따뜻한 메시지를 더욱 잘 살릴 수 있었던 것 같았어요. 이번 종방연 때 다 같이 둘러앉아서 마지막 회를 봤어요. 또 그렇게 함께 드라마를 본 건 처음이라서 굉장히 쑥스러웠어요. 하필 제 키스신도 있고 그랬는데.(웃음)
저는 호경이와 참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 더 ‘호구의 사랑’을 떠나보내기 힘든 것도 있죠. 집안에서의 모습이 참 닮았어요. 심지어 호경이가 집에서 쓰고 있는 안경이 진짜 제 것인걸요. 극중 호경이가 매일 입고 다니는 트레이닝 복은 제가 촬영장이건 집에서건 하도 입고 다녀서 소품팀에서 드라마가 끝나자 제게 기념으로 줬어요. 지금도 집에서 그 트레이닝 복 입고 있고요.(웃음)
제가 짝사랑하는 역할인 변강철을 맡은 (임)슬옹 오빠는 평소에 굉장히 장난도 잘 치고 그래서 편하게 해줘요. 최우식 오빠는 모든 스태프를 통틀어 나이 상으로 제 바로 위에요. 처음 미팅을 끝내고 촬영에 들어가는데 그 때부터 정말 용기 많이 북돋아주고 편하게 해줬죠. 그래서 ‘호구의 사랑’ 안에 있는 제 부모님, 우식오빠 이렇게 네 명이 찍는 장면들은 제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처럼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 없었어요.
↑ 사진제공=CJ E&M |
이게 제 첫 드라마인데요. 사실 영화도 많이 한 건 아니지만, 드라마는 확실히 ‘바쁘다’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호구의 사랑’ 촬영장이 다른 드라마보다 덜 바쁜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드라마라면 얼마나 더 바쁠까’ 이런 생각도 했어요. 표민수 감독님도 워낙 잘 살려주시고 잘해주셔서 다른 분들께서 ‘첫 드라마가 표민수 감독님 작품인 거면 정말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표 감독님께서 저를 믿어주시는 느낌이 정말 강했어요.
◇ 실수를 하면서 더 성장했죠, 성숙해졌고요
‘호구의 사랑’에서의 제 연기를 다행히 시청자 분들께서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저는 댓글들 다 봐요. 처음에 제작발표회에서 그렇게 실수하고 나서 후회도 많이 하고 마음이 너무나도 불편했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시청자 분들이 연기로 저를 봐주셨어요.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하아. 제작발표회는 정말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죠. 누굴 탓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제가 무조건 잘못한 거였잖아요. 제가 워낙 잘못한 거여서 말을 못 하겠어요.(웃음) 그 실수로 제게만 피해가 오면 괜찮은데 저 때문에 언니나 다른 오빠들, 감독님께 피해를 입힌 것 같아서 죄송했어요. 유이 언니에게도 정말 죄송했고, 다른 스태프들, 회사 식구들에게도 죄송하고. 모든 게 저 때문이었어요.
↑ 사진제공=호두엔터테인먼트 |
제 의도는 ‘언니 오빠들과 이만큼 친해져서 편해졌고 촬영장이 이만큼 화기애애하고 즐겁게 촬영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였는데. 하지만 제가 말을 잘못해서 오해를 일으킨 것 같아요. 정말 후회 많이 했고, 배운 것들이 많아요. 더 빨리 사과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중에라도 사과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요.
사실 저도 이런 제작발표회 자리가 처음이었고, 늘 기사로만 봐오던 자리라 낯설고 떨렸어요. 정말 많이 배운거죠. 언니 오빠, 감독님이 자리 끝나고 나서 위로를 해줬어요. 전화와 문자로 ‘괜찮다’고 해주시고요. 그게 더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했어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 말 밖에 안 나올 정도로요.
◇ 좋은 운들의 연속 반응, 그게 바로 지금의 저예요
연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인데요. 전에 악기도 많이 해보고 했는데 맞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피아노, 첼로, 플롯 등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예요. 그런데 다 잘 안 맞으니 아버지께서 ‘이번엔 연기를 해보자’하고 연기 학원을 보내주셨어요. 그런데 연기랑은 또 정말 잘 맞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연기를 하다가 예고를 진학해서 꾸준히 하게 됐어요.
저는 단편영화를 주로 찍었어요. 단편영화에서 만난 감독님들께서 소개를 해주셔서 다른 영화에 또 출연하고 이런 게 이어졌죠. 그러다 ‘차이나타운’ 오디션 기회도 얻게 됐어요. 지금 회사도 영화 오디션 영상을 보고 저를 뽑으신 거라고 알고 있어요. 운이 정말 좋았죠. 제가 한 단편영화들도 잘 돼서 그런 기회도 얻게 된 거잖아요. 다른 분들은 제가 소속사를 들어간 후 영화를 찍었다고 알고 있는데, 원래는 영화 찍으면서 소속사가 정해졌어요. 김혜수 선배님도 제가 같은 회사라는 걸 굉장히 후에 아셨다고 하더라고요.
데뷔작은 2012년 ‘여름방학’이라는 단편영화에요. 17살 때 촬영을 했는데 학교 선생님과 감독님이 동기라서 저를 추천해주셨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봤는데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합류했고요. 그 작품도 정말 모든 연기가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그 작품이 상도 타고 좋은 평가를 받아서 저도 계속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거죠. 운이 좋다고 밖에 표현이 안 돼요. 가끔은 너무 운들이 좋으니까 불안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항상 그 생각은 해요. 제가 잘하면 좋게 봐주실 거라는 것. 어느 작품에 들어가더라도 ‘주변 분들은 다 완벽해. 나만 잘 하면 돼’라는 생각을 하죠. 그건 지금도 똑같아요.
↑ 사진제공=호두엔터테인먼트 |
제게 좋은 연기는 어떤 거냐고요? 이번 ‘호구의 사랑’에서 만난 표민수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게 갑자기 떠오르네요. ‘캐릭터에 네가 들어가려고 하지 말고 그 캐릭터를 빌려서 입으라’는 말씀이요. 그 캐릭터와 저는 다른데 어떻게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냐고 반문하시더라고요. 그게 정답인 것 같아요. 저와 캐릭터의 공통점을 찾아가면서 그 캐릭터의 것들을 빌려와서 저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게 좋은 연기의 출발인 것 같고요. 그래서 제가 호경이를 더 편하게 소화를 한 것 같기도 해요. 공통점이 많으니까요.
항상 어떤 캐릭터를 맡으면 그 캐릭터와 저의 공통점부터 찾는 편이에요. 호경이는 저의 밝은 모습을 닮아있고 ‘차이나타운’ 속 캐릭터는 저의 어두운 모습을 닮아있어요. 그 중간 어디 즈음에 제가 있을 거예요. 그런 식으로 닮은 점을 찾고 주어진 상황 안에서 ‘그렇기 때문에 나라면 이렇게 할 거야’라는 느낌을 찾죠. 그 다음에는 저와 캐릭터의 다른 점을 바라보며 ‘왜 이 캐릭터는 이런 행동을 했을까’라는 것을 고민해요. 혼자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서 정말 부단히 생각을 많이 해야 하죠. 안 그러면 바로 티가 나더라고요.
◇ 연기, 정말 어렵지만 제 운명인 걸요
연기요? 일단 정말 어렵죠. 세상에 모든 일들이 어렵지만 연기도 어려운 일인데, 다행히 연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 하면 할수록 풀리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정말 수수께끼 같아도 가만히 앉아서 부단히 생각을 하다보면 불현 듯 ‘어? 어?’하면서 떠오를 때가 있거든요. 마치 수학 문제 같이 말이에요. 그런 게 정말 매력있어요.
그리고 제가 금방 무언가를 질려하는 편인데 연기는 항상 새로운 역할들을 맡고 그러다 보니 성격에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연기 아니면 없는 것 같아요. 다른 걸 많이 해봐서 알아요.(웃음) 제가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고. 제가 어렸을 때부터 공연 보는 걸 좋아했는데 그래도 그런 것들이 거름이 잘 된 것 같아요. 그런 걸 돌이켜보면 제가 이렇게 연기를 하게 된 게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버지께서 얼마 전에 친구 분과 통화를 하는데 제 자랑을 하시더라고요. 그게 정말 뿌듯했어요.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부모님께서도 막내딸 자랑을 할 수 있기도 하고 말이예요. 정말 ‘연기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에요. 행복하고요. 앞으로 더 성숙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될 거예요. 지켜봐주세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