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사랑과 관심만을 원했던 한 소녀가 있다. 이름은 아리아로 유명 피아니스트 엄마와 유명 배우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개성 강한 두 언니들 틈에 치여 존재감 없이 살아간다. 그는 첫째 언니처럼 분홍색과 크로와상에 집착하지도 않고 둘째 언니처럼 허무맹랑한 꿈도 꾸지 않는다. 오직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 이해, 약간의 겸손을 바랄 뿐이다.
가족들에겐 아웃 오브 안중인 아리아는 혼자 있는 시간이 다반사이고 두 언니들 보다 더욱 어른스럽다. 마치 어른 병에 걸린 것처럼. 그러나 수준급의 그림과 글짓기 실력을 뽐내고 있어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잠깐 우울할 순 있지만 예술적 감각을 지닌 아리아의 진면목을 볼 수 있어 놀랍다. 중간 중간 그의 대범한 모습도 돋보인다.
영화 ‘아리아’는 사랑받고 싶은 소녀 아리아의 지독한 성장통을 담았다. 아역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아시아 아르젠토가 메가폰을 잡았다. 익히 알려진 대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있다. 아시아 아르젠토 감독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처럼 충분한 사랑을 받기 어려웠다. 이런 유년시절이 내 인생과 생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언급하면서도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사랑받기를 꿈꾸는 건 누구나 있는 일이고 또한 부모님이나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역시 한번 쯤 경험하는 일”이라고 영화 속 요소들이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걸 일부 일정하지만 결국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을 담고 있음을 강조했다.
↑ 사진=포스터 |
아리아의 부모님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하지만 모두 ‘치명적인 흠’이 있다. 피아니스트인 엄마는 팜므파탈 매력을 과시하지만 방탕한 연애를 벌이고, 배우인 아빠는 왕성한 활동을 하지만 미신 강박증으로 예민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비주얼 충격을 선사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평범하기 그지없는 아리아는 미운 오리 새끼이다. 그러나 아시아 아르젠토 감독의 말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아리아의 성장통을 담았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몽환적이고 중간 중간 막장 요소도 결합돼 유쾌하다. 때문에 앞서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풀어낸 호응을 얻었던 김태용 감독의 ‘거인’을 보는 듯하며 여감독이 주는 섬세함까지 더해 ‘소녀판 거인’을 보는 듯하다.
‘님포매니악’ 볼륨1, 2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나쁜 사랑’에선 빠른 감정선 변화로 대중을 만나왔던 할리우드 배우 샤를로뜨 갱스부르가 아리아의 엄마로 열연했다. 주어진 역할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는 그의 연기가 이번에도 일품이다.
아이들만이 볼법한 동화로 시작한 ‘아리아’는 다양한 상황과 인물관계를 지나칠수록 어른도 같이 볼 수 있는 동화로 전략해 사랑의 위대한 힘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그 놈의 사랑을 위해 학대 수준으로 무관심 받는 아리아의 모습이 부모 관객들 눈에는 가슴 아플지 모르겠다. 오는 23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