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2015년 영화계가 삐거덕거리고 있다. 더 나은 영화 환경을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란 시간에 때 아닌 갈등의 연속과 해결책 없는 외로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 사진=MBN스타 DB |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자진 사퇴의 뜻을 내비치며 영화인들의 모든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는 거슬러 올라가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대한 감사결과를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전달했고, 우회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때문에 ‘사실상 사퇴를 종용했다’는 논란을 받아왔다. 이에 일각에선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 사건을 다룬 영화 ‘다이빙벨’을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상영해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품이라 부산시는 상영을 반대했고, 이용관 집행의원장은 예정대로 영화를 상영하며 독립성을 지켜왔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종용 논란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측이나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공식 입장을 정리한 후 공개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1월25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한국 영화관계자는 1월26일,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권고에 적극적인 반발에 나섰다.
그 후 2월11일 오후 부산 우동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제안을 하고 싶다”며 “부산시의 지도점검 결과와 우리가 내놓은 소명자료를 공정하게 검증을 받고 싶다.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민과 해당 업무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필요하다면 언론까지 포함한 검증단을 구성해 부산시의 지도점검 결과와 우리의 소명자료를 같이 검증해 보고 싶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영화제 내부 자료조사도 하고, 필요하다면 청문회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그 검증 결과가 집행위원장이 책임을 져야 할 정도라면, 기꺼이 내가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동안의 여러 논란과 공방을 모두 깨끗하게 털고, 부국제가 일신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별다른 해결책 없이 영화관계자들의 관심만을 받은 채 시간이 흘렀다. 모두가 답답한 가운데 3월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공청회가 열렸다. 이는 올해로 20회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에 대해 많은 성원을 보내주고 좋은 안을 건넨 것에 대해 먼저 감사하다”며 “공동위원장 제안은 내게 사퇴를 권고했을 때 나온 이야기다. 물러나야 되는 이유를 묻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더라. 몇 개월 동안 생각해봤는데도 대단한 쇄신과 패러다임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아 부산시와 충돌이 반복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실상 공동위원장은 내가 (집행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이야기였다. 물러나되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위원장을 모셔오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 후 3월11일 오후 MBN스타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자진 사퇴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고, “영화제에 쌓인 오해와 20회를 준비 중인 영화제가 빚게 될 차질, 앞으로 이런 문제가 여지를 남긴 채 계속된다면 안 된다. 때문에 난 정리를 하고 영화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다음, 영화제에 새로운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자진 사퇴에 대해 영화계와 의논을 하진 못했지만 많이 고민하고 내린 것”이라며 “새로운 분이 부산국제영화제의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나 역시 옆에서 도와줄 것이다. 내가 주장한 공동집행위원장제의 1~2년이라는 기간은 실제로 새로운 집행위원장이 오면 난 이선으로 후퇴하고 그 분이 윗선에서 활동하도록, 적응하도록 도와준다는 임의의 기간이다. 새로 온 분이 혼자해도 된다고 느끼면 언제든 난 물러나겠다”고 여전히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다가오고 있는데 여전히 부산시와 영화제 측은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엇갈린 입장만 보이고 있는 상황. 답답한 건 영화제를 기다리고 있는 관객의 몫일까.
건국대학교 영화학과와 영상학과의 통폐합 소식이 전해졌다. 특정 학교와 학생의 싸움으로 보일 수 있지만, 넓게 본다면 한국 영화계의 미래를 위협하고 정체성을 흔드는 문제의 시발점일지도 모른다.
3월22일 건국대가 학생들에게 학사개편을 통보했다. 학사구조개편안에는 2016년부터 기존 15개 단과대학 73개 학과 체제에서 10개 학과를 통폐합하고, 63대 학과에서 신입생을 선발한다. 다소 일방적인 통보에 학생들은 학교 측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건 거듭되는 거절뿐이었다.
3월25일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건국대 영화학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성명서를 내고 “건국대 영화학과는 교무처로부터 ‘영화학과’와 ‘영상학과’를 통합하는 학사개편안을 통보 받았다. 이해할 수 없고 수용할 수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 상황에서 학생들은 ‘필름이 끊기지 않는 한, 우리는 무직이 아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영화학과와 영상학과의 통폐합을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함께 진행했다.
이에 건국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학과와 영상학과가 통합 운영되는 것이지 폐지는 아니라고 알렸고, 비대위는 반박했다. 비대위는 3월30일 오전 10시부터 건국대 교무처의 학사개편 관련 총학생회는 학사개편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영화과도 참여해 성명문을 낭독했다. 영화과 비대위는 단식릴레이를 비롯해 해시태그 운동 등 건국대 예술대학 학사개편관련 원점 검토 요청을 이어갔다.
3월31일, 건국대 총학 및 통폐합대상 6개 학과에서 부총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고 면담을 요구했으나, 학교 측으로부터 거부당했다. 4월2일 비대위는 “건국대 총학 및 통폐합대상 6개 학과 등을 포함한 건국대 학생들은 1일 오전 9시, 부총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고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으로부터 또 거부당하고, 대화의 시간을 이어갔지만 학교 측은 원안을 고수하려는 입장”이라며 여전히 학과 통폐합으로 갈등 중임을 알렸다.
또한 건국대 총학생회는 가장 큰 학생의결기구인 학생총회를 열었고, 두 가지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측의 입장은 통폐합을 진행하게 된 배경과 통합이후 진행할 사항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고 전해왔다.
4월13일 비대위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건국대는 학생을 기만하는 거짓 선전을 멈추고 예술학교에 대한 구조조정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금도 여전히 학교와 비대위는 엇갈린 입장을 내비치고 있고, 학생들은 과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사진=포스터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어린이, 청소년 영화 축제로, 이미 세계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8월5일부터 12일까지 제17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진행된다. 그러나 때 아닌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1월 영화진흥위원회 (이하 ‘영진위’)는 영화제에 대한 보조금 배정 철회를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영화제에서 두 명의 프리랜서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영진위는 “이들도 엄연히 근로를 했다”며 임금 지급을 권고했고, 지난 1월 영화제를 향한 지원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영화제 측은 “두 사람이 무보수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해서 ‘숙박과 항공권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돈을 요구했고, 영화제 스케줄과 상관없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으며 다음날 일정에 참여하지 않은 일이 부지기수였다. 출장 후 써야 할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진위는 “불공정특위는 2008년 11월부터 운영했고, 영화산업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신고 및 제보 접수, 법률 상담 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영진위에서 시정권고를 내린 건 영진위기금정산 중 영수증제출건 미흡에 관한 것이었고, 임금 미지급 문제를 해결한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공판 당시 해결한 사례와 유사했던 사례 등을 자료로 제출하라는 법원의 요구를 거부한 사실도 전해져 사실상 증거없음이었다.
또한 영화제에 따르면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서 제재를 결정한 회의의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으나, 영진위가 거절했다. 법원에서도 요구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영화제는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은 것 자체가 특위 내에 부조리가 있다는 것이다. 예산을 가지고 횡포를 부리며 결정을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 통보하는 건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여전히 갈등 중인 가운데, 3월 말 법원은 집행정지 판결을 내리며 영화제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영진위는 “본안에 대한 위법이나 부당 등의 판단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며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영화제는 아직 없다”고 반대 의견을 냈고, 최대 로펌의 변호사 여섯 명까지 고용했다.
영화제의 고문변호사는 “영진위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위와 마찬가지로 영진위와 영화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싸움 중이다. 어쩌면 한쪽의 일방적인 압박일지도 모른다.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영화제가 자국에서 철저하게 외면을 받는다면 이는 당연히 부끄러운 일이고, 자국이 지켜주지 않는 영화제를 어느 누가 나서서 지켜줄까 의문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