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로 돌아온 빅뱅(지드래곤·탑·태양·대성·승리) 이야기다. 그들에게서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의 냄새가 났다.
빅뱅은 지난 25일과 2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오는 2016년까지 약 15개국에서 펼쳐질 월드 투어(BIGBANG - “MADE" TOUR TRAILE)의 서막을 열었다. 신곡 무대는 '루저(Loser)'와 '배배(Bae Bae)' 2개뿐이었지만 빅뱅의 새 앨범을 엿볼 수 있는 분위기가 그대로 감지됐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범죄 스릴러 장르 영화 '저수지의 개들', '장고 : 분노의 추적자'에서 본 듯한 장면과 음악적 향기가 물씬 풍겼다.
'나는 외톨이. 센 척 하는 겁쟁이. 못된 양아치. 거울 속의 상처뿐인 머저리. 점점 쓰레기. 거울 속의 넌 루저. 언젠가부터 난 사람들 시선을 두려워 해'라는 식이 신곡 '루저' 노랫말이다.
반면 해당 음악은 잔잔한 피아노 반주 속 강한 드럼 비트와 어우러진 알앤비 리듬의 멜로디 요소가 서사적이다. 이 역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킬 빌', '펄프 픽션'의 향기가 났다면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겠으나 분명 누군가는 그렇게 느끼기 충분했다.
물론 공연 도중 기타를 부수는 퍼포먼스나 아낌 없는 폭죽, 화려한 레이저 장치를 활용한 덕에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하는 요소는 그대로다. 공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음향 역시 최신 기술인 ‘에이덤슨에너지아시스템(Adamson Energia System)’을 도입, 온전한 사운드를 그대로 들려줌으로써 관객의 몰입도를 더했다.
공식적인 엔딩곡이자 두 번째 신곡 '배배'에서 빅뱅은 달콤함과 재치를 보여줬다. '지금처럼만 아름다워줄래 너. 시간이 지나도 설렐 수 있게'라는 일종의 팬들을 위한 고백송이다. 감미로우면서도 중독성 강한 후렴구는, 신곡임에도 긴 여운과 함께 팬들의 떼창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12년 6월 '스틸 얼라이브(Still Alive)' 이후 약 3년 만 돌아온 그룹 빅뱅을 이번 서울 콘서트만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빅뱅에게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부인하기도 어렵다. 그들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세계 무대를 향한 긍정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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