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외모만 보면 걸그룹으로 착각할 만하다. 나이도 꽃다운 92년생이다. 하지만 구수한 트로트에 빠졌다.
소유미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트로트를 접목시킨 ‘일렉트로트’라는 새로운 장르의 곡 ‘흔들어 주세요’를 발표했다. 세미 트로트답게 신나는 리듬에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곡으로 젊은 대중들의 귀까지 사로잡았다.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더라. 수록곡 중에서 ‘명품 남자’라는 곡도 있는데 이 곡은 전통 트로트다. 그래서 이 곡은 할머니랑 아빠가 특히 좋아했다. 어른들도 귀엽고 신난다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 사진=D.O엔터테인먼트 제공 |
일렉트로트라는 장르도 생소하지만 이 곡을 만든 사람을 알고 난 후엔 더 놀랐다. 90년대 힙합 댄스 듀오로 큰 인기를 얻었던 듀스의 이현도가 소유미의 소속사 대표이자 이번 ‘흔들어 주세요’를 만든 장본인이다. 힙합 음악만 하던 이현도에게도 도전이었던 셈이다.
“이현도 대표님이 기계로 가이드를 해서 곡을 들려줬는데 정말 좋았다. 힙합을 하시는 분인데 트로트까지 만드시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랐다. 제가 편하게 할 수 있게 의견을 존중해주시고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신다.”
이번 앨범에서 유달리 돋보이는 곡은 트로트가수 소명의 곡을 리메이크한 ‘빠이빠이야’다. 이 곡의 주인공인 소명은 바로 소유미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여기에 오빠인 소유창까지 트로트계에 종사하고 있다. 소유미가 트로트가수가 된 것 자체가 운명처럼 보여진다.
“아빠가 리메이크를 한다고 하니까 당장 가져가라고 하시더라. 아직도
‘빠이빠이야’로 행사를 하셔야 하는데도 딸이라니까 흔쾌히 허락하셨다. 어릴 때부터 집에 가면 오빠나 아빠가 노래를 하는 것밖에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다른 꿈을 꾼 적이 없다. 오빠는 워낙 노래도 잘 하고 악기도 잘 다루는데 전 노래를 못한다고 아빠가 가수를 안 시키려고 하셨다. 그래도 오빠랑 지방 행사나 가요제에 같이 서려고 노력을 많이했다. 오빠 덕에 컸다.”
사실 소유미는 두 번의 아픔을 겪고 다시 무대에 섰다. 19살에 브이엔티(VNT)라는 팀으로 데뷔를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초등학교 친구였던 디아의 도움으로 키스앤크라이로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키스앤크라이도 3장의 앨범만 남기고 사라지게 됐다.
“키스앤크라이는 자연스럽게 해체를 하게 됐다. 계약기간이 남았었는데 회사와도 이야기를 잘 해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저희 끼리의 문제로 해체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당시에 서로 아쉬워하고 많이 울기도 했다. 나중에 다 잘 돼서 4명이서 앨범을 내기로 했다.”
한 번 데뷔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근데 소유미는 다 다른 이름으로 세 번이나 그 꿈을 이뤄냈다. 그것만으로도 가수의 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저도 능력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한다. 한번 데뷔하는 자체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데뷔를 못하고 그만 두는 친구들도 많다. 그게 얼마나 힘들고 가슴 아픈지 알기 때문에 나오고 다시 들어가는 아픔도 있었지만 계속 가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다 좋은 분들을 만났다. 아픔보단 저에게 경험이 됐다.”
걸그룹으로 활동할 당시부터 특유의 뽕끼 때문에 ‘뽕유미’로 불렸었다. 그게 오히려 현재의 소유미에겐 장점이 되었다. 현란한 꺾기 보다는 애교 섞인 콧소리가 더 어울리는 ‘흔들어 주세요’와 소유미의 보이스는 딱 맞아 떨어졌다. 걸그룹 시절 갈고 닦은 춤실력 덕분에 일렉트로트 속 안무도 능숙하게 해내는 밑바탕이 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또 다시 출발선에 선 소유미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롱런하는 가수’,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쉽지 않은 꿈을 위해서 말이다.
“사실 1집밖에 못 내봐서 2, 3집 내고 꾸준히 활동하는 트로트가수가 되는 게 제 목표다. 잘 돼서 아빠, 오빠랑 함께 가족 콘서트르 여는 게 꿈이다. 아이돌로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트로트로는 결혼하고 나서도 쭉 하고 싶다. 지금은 저에게 어울리는 세미 트로트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 내공이 쌓이면 전통 트로트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기대해달라.”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