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금요드라마 ‘초인시대’가 상상 못한 파격 결말로 막을 내리며 끝까지 ‘극강 B급 코드’를 자랑했다.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초인시대’ 7회에서는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악당(김수용 분)과 이를 막으려는 유병재(유병재 분), 이이경(이이경 분), 김창환(김창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악당은 50번째 생일을 혼자 맞으며 절망에 빠졌지만 자신의 염동력이 각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국산에만 반응한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중국산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악당의 능력은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악당은 길가의 사람들뿐 아니라 예언가 파주댁(이용녀 분)과 인력소 소장(기주봉 분)마저 해치며 악행을 저질렀다.
↑ 사진=초인시대 방송 캡처 |
소장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유병재, 이이경, 김창환은 인력소로 향했다. 하지만 중국산 넥타이를 메고 있는 이이경과 중국산 해머로 김수용을 습격하려 했던 김창환은 모두 중국산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악당에 목숨을 빼앗기고 말았다. 유병재는 그 사이 악당 앞에서 대변을 보며 과거로 시간을 돌려 친구들을 구해냈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몇 번이나 돌리자 유병재는 더 이상 대변을 볼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시간도 과거로 돌릴 수 없었다. 김창환, 이이경, 소장님이 모두 죽고, 중국제 사제폭탄을 설치하고 사라진 악당 때문에 유병재도 목숨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다행히 중국제 폭탄이 오작동을 일으켜 유병재는 인력소를 탈출했고, 그 길로 평소 좋아했던 송지은(송지은 분)을 찾아가 고백을 했다.
이는 시간을 되돌리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유병재는 다른 사람 앞에서 대변을 보는 것보다 더한 부끄러움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송지은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에 마음을 고백한 것. 역시 예상대로 송지은은 미안해하면서도 정중히 그의 마음을 거절했고, 유병재는 어련한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 있었다.
유병재는 악당이 길가에서 생일 파티를 벌이는 사람들을 질투하며 죽이려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악당에게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생일 축하한다”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악당은 이를 듣고 “엄마 말고 이렇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준 사람은 처음”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유병재는 “예쁜 얼굴 다 망가진다”며 그의 눈물을 닦아주다 두 사람은 묘한 기류에 휩싸였다.
1년 뒤, 악당과 유병재는 연인이 됐다. 함께 솜사탕을 먹으며 즐거워하는가 하면 화장실에 간 유병재의 가방을 들고 화장실 앞에서 그를 기다리는 악당의 모습은 여느 연인들과 다를 바 없었다. 유병재는 악당에게 무릎을 꿇고 청혼을 하며 해피 엔딩을 맞았다. ‘동정’을 상징하는 두 사람의 ‘체리 문신’도 사라졌다. 두 사람은 비록 능력은 사라졌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
파주댁의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말과 “악당의 능력을 없애야 한다”는 소장의 말을 유병재는 모두 실현시키며 세상의 숨은 영웅이 됐다. 김창환은 미소선배(이미소 분)와 결혼했고, 이이경은 회사 생활을 나름대로 잘 버텨내며 각자의 삶 안에서 행복을 찾았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행복해지며 ‘초인시대’는 끝이 났다.
‘초인시대’의 결말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파격 결말’이었다. 사실 파주댁과 소장이 말하던 ‘심판의 날’이 계속 암시만 됐을 뿐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세상의 멸망과 이를 막는 유병재 일행의 모습이 제대로 그려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악당을 물리치는 게 아닌, 악당을 사랑하며 세상을 구해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시청자들은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 사진=초인시대 방송 캡처 |
악당의 악행과 이를 해결하는 유병재의 활약 등 ‘세상의 위기’에 대한 내용은 한 회라는 짧은 시간 안에 풀어져야 했음에도 나름의 인과관계를 잘 구성했다. 소재나 전개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허황됐지만 캐릭터들의 상황 중 터무니없는 설정은 없었다. 사랑을 받지 못한 김수용이 악당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유병재가 사랑으로 세상을 구한 것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악당’이나 ‘초인의 힘으로 악당을 물리친다’는 진부한 설정보다는 차라리 설득력이 있었던 셈이다. 그동안 ‘초인시대’가 보였던 ‘병맛코드’를 잘 담아낸 마무리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전개와 마무리는 시청자들을 아쉽게 했고, 마지막 파격 결말도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무리한 설정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초반에서는 시청자에 주려는 메시지와 B급 ‘병맛 코드’가 잘 어우러졌지만, 몇 회 지나지 않아 두 요소의 균형감이 떨어지며 드라마의 힘도 떨어졌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애청자들 사이에는 “뭔가 시원한 한 방이 필요했다”며 씁쓸해하는 반응들이 많았다.
이처럼 몇몇 아쉬운 점들이 있었지만 ‘B급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젊은이들의 고민을 심각하게 그려내지 않아도 그 무거움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에 ‘초인시대’의 의미는 충분했다. 사람들의 예상을 모두 무시한 채 ‘마이 웨이’를 걸었던 ‘초인시대’의 결말도 시청자의 뇌리에 여러 가지 의미로 잊히지 않을 듯하다. 7회를 끝으로 ‘초인시대’의 본편은 종영하며 오는 29일에 방영되는 8회에는 페이크 다큐 형식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방영될 예정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