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2015년 상반기에도 방송가에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쏟아졌다. 지상파에서 소개된 상반기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대박드라마’는 없었다. 인기는 있지만 작품성이 떨어지거나 대중의 높은 관심도와 비례하지 않는 낮은 시청률을 나타낸 작품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 “다 좋은데 2%가 부족해!”
올해 상반기 안방극장에 수놓은 작품들의 마무리는 항상 ‘2% 부족’함이 섞여 있었다. SBS ‘펀치’ ‘피노키오’ ‘풍문으로 들었소’ MBC ‘킬미 힐미’ ‘앵그리맘’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 ‘힐러’ 등 본방사수를 부르는 힘이 있었던 평일드라마는 상반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이다. 그러나 체감 온도는 조금 달랐다. 마의 시청률 10%의 벽을 격파하고 높은 시청률을 보일 것 같았으나 결과는 10% 초반 시청률에서만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대박드라마를 쉽게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상반기 작품들은 들쑥날쑥한 성적을 보였고, 특히 시청자의 차가운 시선을 받는 작품들도 다수 등장했다. KBS ‘블러드’는 메디컬과 판타지의 결합으로 신선함을 불렀지만 주연 배우들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고 대중적인 장르물이 아니다 보니 혹평과 호평 사이를 쉴 새 없이 넘나들었다. 결국 ‘블러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상황 속에서 끝까지 굴욕을 안고 마감했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현빈이 출연한 SBS ‘하이드 지킬, 나’ 역시 아쉬운 성적을 거둔 작품이다. ‘하이드 지킬, 나’는 같은 시간대 비슷한 소재로 이루어진 MBC ‘킬미 힐미’에 밀리고 작품 자체의 화제성도 떨어지면서 평균시청률 5.3%의 낮은 수치로 종영했다. MBC ‘화정’ ‘맨도롱 또똣’도 반응이 시원치 않다. 예능으로 히트를 친 차승원이 등장하고 김이영 작가가 집필함에도 ‘화정’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으며, ‘맨도롱 또똣’은 홍자매 작품 치고 저조한 성적과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효자’로 소문났던 주말극도 작품의 성적이 아슬아슬하다. 전통적으로 주말극 강세를 보이고 있는 KBS는 ‘가족끼리 왜이래’로 방영 내내 주말 드라마 시청률 1위는 물론, 주간 시청률 정상을 꾸준히 지키는 위엄을 과시했다. 그러나 후속작 ‘파랑새의 집’은 전작에 비해, 그간 KBS 주말극이 강세를 보다는 저조한 성적으로 2%의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MBC 역시 KBS 못지않은 주말극 강세를 보이지만 올 상반기는 KBS와 마찬가지로 들쑥날쑥한 실정이다. ‘전설의 마녀’는 배우들의 찰진 연기와 누구나 쉽게 웃고 즐기며 볼 수 있는 평범한 듯 특별한 스토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장미빛 연인들’ 역시 비리와 협박이 난무하는 과한 설정 속에서도 전하는 묘한 재미로 사랑을 받았다. ‘여왕의 꽃’은 회를 거듭할수록 뒷심을 잃어가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에 진부한 갈등 등으로 부정적인 신경을 심어주면서 ‘여왕의 꽃’을 시청률 상승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 이제 ‘막장’은 그만
극단적인 상황, 자극적인 장면을 내세운 막장드라마가 시작되면 시청자는 작품과 관련해 시시비비를 가리기 바빴다. 뜬금없고 황당한 전개로 분노를 표출하거나 은근한 중독성을 이야기하며 재미포인트로 공감대를 형성해나가기 때문이다.
‘막장의 대모’라 불리는 임성한 작가는 MBC ‘압구정 백야’로 또다시 ‘막장드라마’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임 작가는 극 중 배우들이 폭언, 폭행을 일삼는 것을 그리는 것은 물론, 생각지도 못한 뜬금포 전개로 시청자를 쥐락펴락했다.
이는 매회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압구정 백야’의 비윤리적이고 극단적 상황 묘사 등을 지적하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5조(윤리성)제1항, 제44조(수용수준)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임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현재 방송가에는 툭 하면 나오는 설정이 바로 ‘막장’이다. 정말 아무도 예상 못한 ‘막장’이라도 느껴질 만한 설정이라면 거부보단 흥미를 돋울 수 있지만, 꼭 극의 넣지 않으면 안되는 듯한 드라마의 공식처럼 막장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홍수를 이루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방심위와 한국방송비평학회는 저품격 드라마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토론회까지 개최했다. 이들은 막장드라마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입장을 들어보고 온도차를 전했고, 방심위 한정희 위원은 “품격 드라마의 개선을 위해서는 시청률 평가 기준 외에 사회성, 독창성, 오락성을 중심으로 하는 드라마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요즘 막장드라마가 판을 치고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막장’ 소재를 이용해야만 대박을 터뜨리는 것은 아니다. 뜨거운 감자였던 ‘압구정 백야’는 점점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이더니 최고 시청률 16.3%, 마지막회는 20%의 벽을 넘지 못하고 15.6%를 기록하며 씁쓸하게 퇴장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