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출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촉망받는 해군 장교로 성장한 윤영하(김무열 분) 대위. 군인정신으로 357호 대원들을 이끄는 원칙주의 리더인 그는 조그만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단호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하지만 한결같은 강직함과 진실한 모습으로 조금씩 357호 대원들의 믿음을 얻게 된다. / ‘연평해전’
[MBN스타 여수정 기자] 바른 이미지와 군기 잡힌 행동까지 배우 김무열은 해군 장교 역을 소화하기에 어색함이 없어 보인다.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비주얼과 분위기까지 천상 군인 같다. 때문에 그런 그가 제대 후, 그리고 윤승아와 결혼식을 올린 후 가장 먼저 대중을 만날 수 있는 통로로 영화 ‘연평해전’을 택한 건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다.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대한민국이 월드컵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그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감동 실화이다. 극에서 그는 윤영하 대위 역을 맡아 리얼리티를 더했다. 실화이기에, 실존인물을 연기해야 되기에 부담감도 많았겠지만, 김무열은 당황하지 않고 연기력을 뽐냈고 군대에서 느꼈던 연기 갈증을 해소하며 관객까지 대리만족하게 만든다.
↑ 사진=MBN스타 DB |
“관객들의 많은 관심에 우선 감사하며 영화는 영화로만 봐줬으면 좋겠다. 애국심이기 이전에 나라가 아니라 우리 아니겠냐. 사실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어렵더라. 이들의 이야기를 관객들이 들어줬으면 한다. 배우들은 물론, 유가족들도 많은 관객들이 ‘연평해전’을 보는 게 바람이다. 실존인물을 극대화했기에 과장된 부분도 있을 텐데, 좋은 작품으로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김무열에게 ‘연평해전’은 단순히 출연한 작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제대 후 첫 복귀작이자 공개연인 윤승아와의 결혼 후 복귀작이기에 이전보다 한층 성숙해진 그를 만날 수 있다. 게다가 개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애정은 높아졌고 잊힐 뻔한 이야기를 목소리 높여 ‘기억해 달라’고 말하고 있어 보고 즐기기용 영화가 아니다. 생각하고 여운을 안길 묵직한 작품이다.
“내가 출연한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다. 그러나 이전에는 내가 연기한 작품이고 캐릭터였는데 이번엔 한 발짝 물러서서 힘을 보태고 싶더라.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여태까지 참여했던 다른 작품들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현재까지도 영화에 대해 많은 호불호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감당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조심스러운 부분도 물론 있다. 때문에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어려웠다. 그러나 내가 연기를 해도 된다면 이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촬영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이들을 연기할 수 있어 영광스러웠다.”
↑ 사진=스틸 |
“매우 오랜 기간의 부담감이 있었다. 복귀에 대한 부담감은 물론이고 그러나 다행히 ‘연평해전’ 시나리오를 읽고 많이 해소됐다. 복귀작이라는 욕심을 버릴 수 있었던 작품이다.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관객에게 던지고 공감한다는 게 좋아, 어렵지 않게 출연을 결정했다. 내가 어떤 작품으로 복귀했다는 것보다는 좋은 작품에 동참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다. (웃음) 사실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작품의 일원이 되야겠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존 인물을 연기하다는 건, 그것도 매우 먼 과거가 아닌 불과 몇 년 전의 일 속 인물을 연기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실존 인물에 대해 참고하긴 했지만 흉내를 내지 않으려했고, 마음으로 신중하게 연기하려 했다. 좀 더 멋있게 그려지길 바라기도 했다. 유가족들에게도 인사를 건넸고, 다시 한 번 배우라는 직업 덕분에 이런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영광이라 생각했다.”
김무열은 진구, 이현우에 비해 대사의 양도 적고 등장하는 장면도 많지 않다. 그러나 짧은 등장에도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은 돋보이며, 말보다 눈빛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이 부분이 그의 연기톤을 기다린 관객에겐 달갑지 않은 상황이지만, 폭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알리기엔 제격이다.
“감정을 눈빛으로 표현하기 위해 멀리 보는 연기를 했다. (웃음) 눈빛을 어떻게 해야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처한 상황을 먼저 생각했다. 어디를 공격당했는지 등,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지를 하려고 주목했던 것 같다. 해상 전투장면을 위해 100M, 200M 등 배가 보이는 시선까지 연기했다. 미묘한 차이를 주는 게 힘들더라. 또한 군복을 위해 잔근육이 아닌 큰 근육질의 몸을 만들었다. 그런데 촬영장이 덥고 힘들다보니 갈수록 말라가더라. (웃음) 바다 촬영 한 번할 때 2~3kg 씩 빠진다.”
↑ 사진=MBN스타 DB |
“리더상에 대해 고민해보진 않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냐. (웃음) 인간 김무열의 감정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더라. 마지막 장면은 내게 가장 크게 와 닿았고 괜히 찡하더라. 윤영하를 연기하면서 겉으로는 웃지 말자, 감정을 드러내지 말자는 생각에 갇혀있었다. 부하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내면으로 가져가려 노력했다.”
이젠 연극만 하면 된다는 김무열은 작품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지만, 아내 윤승아를 향한 애정도 은근슬쩍 드러내 광대 승천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예정됐던 ‘연평해전 VIP 시사회가 메르스 때문에 연기돼, 자신의 작품을 아내에게 보여줄 기회가 늦춰졌고 당당히 손을 잡고 공식석상에 나타날 기회까지 연기됐다.
“이제는 어디든지 윤승아의 손을 잡고 당당히 갈 수 있는데 아쉬움도 있다. 윤승아 역시 배우이기에 연기에 대한 조언보단 응원을 많이 해준다. 결혼을 하고 나니 안정감이 생긴 것 같고 편해졌다. 난 가정을 위해 일을 하겠지만 항상 이상을 좇고 싶다. 안주하지 않고 머무르지 않고 도전하면서 살고 싶다. (웃음)”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