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 속 복면이 더 이상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해 우려를 사고 있다.
‘복면가왕’은 복면을 쓴 노래 실력자들이 가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토너먼트 식의 대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토너먼트 대결에서 탈락한 복면가수들은 자신이 쓴 복면을 벗고 정체를 공개하게 돼 있다. 승리한 복면가수는 자신이 탈락할 때까지 복면을 벗지 못한다.
이 때문에4, 5, 6대 가왕을 거쳐 지난 5일 7대 가왕 자리까지 차지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는 처음으로 등장한 한 5월17일부터 지금까지 ‘복면가왕’에 쭉 출연하고 있다. 판정단인 김구라가 “이쯤 되면 회식 한 번 할 때도 됐다”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말이다. 워낙 뛰어난 실력을 갖춘 ‘클레오파트라’를 꺾을 이가 과연 등장할 수 있을지에 시청자들 또한 회의적인 분위기다.
↑ 사진제공=MBC |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두 달 가까이 ‘클레오파트라’의 목소리를 들은 시청자들은 사실 거의 그의 정체에 대해 짐작한 눈치다. ‘클레오파트라’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자연스럽게 한 가수의 이름이 연관검색어에 오른다. 이는 ‘클레오파트라’뿐이 아니다. 다른 복면가수들도 ‘이 사람 아니야?’라고 후보에 오른 가수들이 연관검색어로 엮여있는 상태다.
그전까지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시청자들은 오롯이 무대와 노래를 즐겼고, 복면가수의 정체가 드러난 순간 짐작했던 가수가 아니면 반전의 소름을, 짐작했던 가수가 맞으면 ‘맞혔구나’라는 환희를 만끽했다. ‘누군지 반드시 알아내야지’보다는 ‘맞히면 좋고, 틀려도 좋고’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시청자들은 ‘복면가왕’을 일종의 게임처럼 즐겼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의 장기 집권은 한 가수의 노래가 계속 반복되니 무대를 즐기는 재미가 반감됐다. 시청자들은 이에 대해 “이미 누군지 알고 있는데 계속 노래를 듣는 것보다는 다른 가수의 목소리도 듣고 싶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런 아쉬움이 담긴 것이 바로 ‘명예 졸업 제도’다. 시청자들은 “솔직히 ‘클레오파트라’로 짐작되는 가수를 이길 만한 가수가 있을까”라고 말하며 ‘명예 졸업’밖에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사진=복면가왕 방송 캡처 |
이에 대해 민철기 PD는 한 차례 “명예 졸업 제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굳이 제도를 바꾸면서까지 시청자들에 혼란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렇다면 적어도 2015년 동안에는 ‘클레오파트라’의 노래를 들어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복면가왕’에서 가장 핵심은 ‘복면’이다. ‘나는 가수다’나 KBS2 ‘불후의 명곡’ 등 가수들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를 둘 수 있었던 것도, 노래의 감동 끝에 반전을 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복면’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가 누군지 거의 다 알만한 상황인 지금은 과연 이 ‘복면’이 제 기능을 하느냐는 것에 반문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우려는 그동안 누리꾼수사대(?)의 활약으로 복면가수들의 정체가 암암리에 공개됐을 때에도 몇 차례 불거졌다. 에프엑스 루나의 경우 ‘황금락카 두통썼네’로 출연했을 당시 1라운드 만에 많은 이들이 정체를 알게 됐다. ‘소녀감성 우체통’ 또한 특색 강한 목소리로 그의 정체가 가수 린이라고 기정사실화 됐다. 그렇다보니 확실히 3라운드까지의 과정이 느슨하게 느껴지고 ‘나는 가수다’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시청자들의 의견들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클레오파트라’의 노래는 여전히 전율을 주고, 새로운 도전자 중에는 송원근이나 문희경처럼 전혀 생각지 못한 인물들은 반전을 선사한다. 하지만 ‘파죽지세’의 ‘복면가왕’도 다시 한 번 지금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연승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모르고, 언젠가는 ‘클레오파트라’ 만큼 오랫동안 가왕 자리를 차지할 복면가수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무언가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