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힐링캠프’가 확 바뀌었다. 기존 스타 게스트 하나를 초대해 MC 김제동, 이경규, 성유리가 다양한 질문을 하는 토크쇼(‘기쁘지 아니한가’) 포맷에서 500명의 시청자 MC와 직접 소통하고 삶의 문제를 논하는 자리(‘500인’)로 변신한 것. 다소 낯선 감은 있었지만, ‘힐링캠프’라는 제목의 본질에 더욱 가까워진 건 분명했다.
27일 오후 방송된 ‘힐링캠프 500인’에서는 배우 황정민이 나와 자신의 삶에 대해 들려주고 객석을 가득 메운 시청자 500인과 다양한 얘기를 주고받는 시간이 펼쳐졌다.
이날 방송에서 황정민은 ‘배우가 꿈인 남자’ ‘삶을 리셋하고 싶은 중년 여성’ ‘손잡기가 어색한 풋풋한 커플’ 등 저마다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마주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들려주고 소통했다. 그의 농담 가득한 화법에 때론 웃음이, 때론 감동의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 사진=SBS 방송 캡처 |
또한 대기만성형 배우로서 고충도 있는 그대로 털어놨다. 그는 서른 즈음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힘들고 고통의 시간을 잘 견뎌낸 정민아.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캐스팅 전화를 받고 너무 좋아서 대학로를 껑충껑충 뛰었던 게 생각난다. 첫 단추를 잘 꿰어 지금의 내가 있게 한 정민아, 사랑한다”는 고백으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속내를 내비쳤다.
이어 배우가 꿈이지만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는 남성 시청자의 질문에 “기다려라. 그릭 자신의 일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배우가 될 수 없다”며 “일에 대한 확신을 갖고 때를 기다리면 분명히 될 것”이라고 진심을 다해 조언했다. 청년에게 건넨 말이었지만 황정민의 지나온 삶을 짐작케하는 문장이기도 했다.
이처럼 4년간 고수하던 스타 1인 토크쇼를 과감히 버린 제작진의 선택은 주효했다. 스타 강연이라는 콘셉트로 새 옷을 입은 ‘힐링캠프 500인’은 황정민의 진솔한 입담과 스토리로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프로그램이 추구했던 스타와 시청자에 ‘힐링’을 동시에 선사한다는 기획의도가 가장 잘 녹아들었던 방송이었다.
그동안 ‘스타 홍보의 장’ ‘문제 연예인의 복귀 프로그램 혹은 변명의 자리’ 등 프로그램 취지와 어긋나게 수많은 오명을 쓰며 비난을 받기도 했던 ‘힐링캠프’가 드디어 정체성을 찾은 모양새였다. 기존처럼 달변가나 능숙한 진행은 없었지만, 아마추어 MC 500인의 질문은 힘이 있었고 황정민의 대답에도 인간미가 녹아있었다. 모두가 함께 어우러졌던 그 자리야말로 진정한 ‘힐링캠프’였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