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오의식입니다.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썬 레스토랑 주방 4인방 중 최지웅 역을 맡아 여러분께 인사드리고 있어요. 이 작품이 제 첫 드라마인데요,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오죽하면 (조)정석이 형에게 “원래 드라마 현장이 다 이래요?”라고 물어봤을 정도라니까요.(웃음) 그동안 공연만 하다 드라마를 하게 돼서 낯설음이 좀 있을 법도 한데, 긴장감이나 어색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어요. 물론, 회식도 많이 하고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저희 ‘오 나의 회식님’으로 소문났다고요.(웃음)
◇ 저의 첫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오 나의 귀신님’ 배우들이랑은 좀 친해졌냐고요? 그럼요. 가끔 뮤지컬 팀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에요.(웃음) 특히 주방 멤버들은 남자들끼리니 더 빨리 친해진 게 있어요. 특히 ‘쑤셰프’ 허민수 역으로 나오는 강기영 씨가 저랑 동갑이라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저는 (강)기영이보다 더 오래 공연을 했고, 기영이는 또래 대학로 출신 배우 중에서 빨리 방송에 진출한 편이라 서로 가진 장점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서로에게 ‘큰 도움’까진 못 되지만 자잘한 도움은 주려고 노력해요.(웃음)
한편으론 ‘오 나의 귀신님’이 잘 돼서 더욱 분위기가 좋은 게 있는 것도 같아요. 저는 첫 드라마에서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으니 신기할 뿐이죠. 아직 모르는 게 훨씬 많은데. 개인적으론 드라마가 잘 되는 것보다 좋은 작품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됐다는 게 더욱 기분이 좋아요. 공연 오래 한 사람들은 단체신만 보면 현장 분위기를 딱 알거든요. 그런데 많은 공연계 분들께서 제게 ‘거기 분위기 정말 좋은가보더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고수들이 보기에도 우리의 분위기가 정말 좋아 보이는구나 싶었죠.
무엇보다 유제원 감독님의 영향이 정말 커요. 저 같이 드라마를 처음하거나 작은 비중을 맡은 연기자들도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하세요. 그러면 연기할 때의 엔돌핀과 자신감도 생기기 마련이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힘을 주고요. 요즘 예능에서 ‘괜찮아요’ 신드롬이 있잖아요. 유 감독님이 그런 스타일이에요. 배우들을 편하게 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역량을 끌어내는 감독님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 같아요.
↑ 사진=오 나의 귀신님 방송 캡처 |
그리고 공연계 출신 분들이 많다는 것도 제게는 도움이 많이 됐어요. 조정석 형도 오랫동안 공연을 하셨고, 조동철 역을 맡은 (최)민철이 형을 비롯해 많은 조연 배우 분들이 그렇고요. 기영이는 제 공연을 보러 따로 오기도 했어요.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현장 적응 하는 것에 걱정을 하던 차여서, ‘한 명은 알고 가자’는 마음으로 기영이와 따로 만났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금방 친해진 친구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친해졌어요. 지금은 뭐, 미주알고주알 하루 일상을 말하는 친한 친구가 됐고요.(웃음)
특히 주방 4인방은 그런 생각을 해요. 우리 중 누군가가 ‘튀어 보이려고’ 그 뜻을 거스르는 순간 재미가 없어질 것이라고요. 민수(강기영 분)가 보이는 게 우리가 보이는 길이라 생각했고, 민수가 통통 튀어 올라야 우리 네 명이 다 주목받을 것이라 여겼어요. ‘보이려는 자 안 보일 것이고 보이지 않는 자 보일 것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서로가 같이 칼날을 세웠으면 아마 그렇게 돋보이지 못했을 거예요. 오히려 그렇게 했더니 허민수가 보이고, 그 뒤의 최지웅도 보이게 된 거죠.
현장이 이렇다보니 모든 배우의 연기가 죽이 잘 맞아요. 현장에서 즉흥으로 만드는 애드리브 장면들이 굉장히 많죠. 썬 레스토랑 직원들끼리 MT를 간 장면도 거의 다 애드리브에요. 기타치고, 서로 놀리고, 뺨 맞고, 깔깔 거리고. 그게 그냥 그 자리에서 만든 거였어요. 한 번 시작하면 감독님께서 컷을 안 외치시거든요.(웃음) 그래서 계속 하게 되는데 그 땐 실제로 웃는 것까지 다 삽입됐더라고요. 그리고 방송이 꼭 안 되더라도 우리끼리 그렇게 노는 게 그냥 재밌어요.
◇ 늦게 시작한 연기, 그리고 지금에 오기까지
제가 2007년에 배우로 데뷔를 했는데 이번에 드라마를 처음으로 했어요. 늦은 편이죠. 그런 상황에서 첫 드라마를 모든 게 다 좋은 ‘오 나의 귀신님’을 만나게 됐으니 얼마나 신이 나겠어요. 감독님께서 제 공연을 두 번이나 보러 오셨던 게 기억이 나요. 첫 대화에서 느낌이 왔죠. 제가 물론 작품을 선택할 만한 위치는 아니지만 저도 ‘끌림’이라는 게 있잖아요. 유제원 감독님이 그랬어요. 제가 그런 ‘끌림’에 좌지우지되는 스타일이에요.
왜 이렇게 드라마를 늦게 시작하게 됐냐고 물으신다면, 흠. 사실 정말 공연이 좋았어요.(웃음) 전에도 TV에 출연할 기회가 많기는 했지만 ‘내려놓지’ 못하겠더라고요. 공연을 한소끔 내려놓는다고 제가 잘 되리란 보장도 없고.(웃음) 저는 연극을 ‘내가 어떻게 시작했지’라고 할 정도로 스르륵 끌려가듯 시작했는데 지금의 소속사에 오게 된 것도 그렇게 오게 됐고, 올해 초 소속사에 들어오니 이렇게 드라마를 시작할 수도 있게 됐어요.
↑ 사진제공=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
그리고 저는 시기가 항상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이 ‘다른 가족’들을 만날 시기가 돼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저는 연기 비전공자고, 20대 중반 늦은 나이에 연극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뻗칠 수 있는 가지도 많지 않았고, 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았어요. 사실 대학로에서도 관심을 받은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요. 대중에 알려지기까지가 남들보다 더욱 느렸던 것 같아요.
왜 이렇게 늦게 배우를 시작하게 됐냐고요? 제가 제주도에서 살았는데 소위 ‘취업’ 때문에 스무 살 때 서울에 왔고, 인테리어 일도 좀 하다 20대 초반을 다 보냈어요. 그러다 늦게나마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원래 배우가 꿈이었냐고 물어보신다면 제가 입 밖으로 이걸 내보인 적은 없었어요. 그야말로 ‘쑥스러운 꿈’이었거든요. 아마 제가 배우하고 싶다고 말했으면 친구들이 하루 종일 놀렸을 걸요?(웃음)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살았죠. 누구나 다 그런 경험을 있잖아요. 장래희망 란에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닌 ‘회사원’ ‘선생님’ 같은 무난하고 평범한 직업을 쓴 경험이. (배우가)상상 밖의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살았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서울을 올라와서 보니 ‘무대’라는 공간이 있더라고요. 제 가슴 깊숙하게 숨겨놨던 그 꿈을 펼칠 수 있는 또 다른 환경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던 거예요.
그 순간 모든 걸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아마 어떤 분들은 ‘이쪽 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나와는 다른 사람이야’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런데 사실 막상 만나보면 정말 다 똑같은 사람이거든요. ‘다른 세상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더라고요. 그제야 ‘상상 밖의 일’이 아니라는 게 어렴풋이 느껴졌어요.
제가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저와 비슷하게 늦게 시작하는 후배들이 상담을 요청하곤 해요. 그런데 저는 ‘고민이 많이 된다’고 하는 친구들에게는 ‘하지 말라’고 말해요. ‘단호박’이라고요?(웃음) 고민되는 걸 보면 아니라고 말하게 되죠. 저는 고민이 아무 것도 안 됐거든요. 예를 들어 이런 거예요. 어렸을 때 삐삐를 사고 싶은데 엄마가 내일 사준다고 말해도 나는 오늘 당장 사야하는 그런 심정. 아무 것도 생각 안 들고 ‘사야 해’라는 생각만 드는 그 상태랑 비슷하죠.
↑ 사진제공=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
저는 배우가 되기 전에는 하루하루가 지루했어요. 시간이 너무 안 갔죠. 30분 지난 것 같은데 10분 지난 매일을 보냈어요. 그러던 중 어느 날은 공연을 보는데 그 공연의 배우가 엄청 잘 하지도, 그 공연이 특별히 재밌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딱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가만, 저 사람은 저게 직업이야?’ 제 직업이 저거면 정말 좋겠다는 그 생각. 그게 제가 모든 생각을 멈추고 뛰어들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였어요.
◇ 사실 5년만 해보자 싶었던 연기
연기요, 사실은 5년만 해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했어요. 5년을 하면 서른 가까이 될 텐데 만약 실패를 해서 다른 일의 밑바닥부터 다시 한다 해도 그건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정말 좋은 사람들 만나고 즐겁게 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5년을 하니까 다른 걸 할 수 있는 게 없어진 것도 있어요.(웃음) 5년 내내 연습하고 공연하는 걸 거의 안 쉬고 하다 보니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제가 정말 힘들었을 때 딱 한 번 ‘다 때려치고 제주도 갈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할 줄 아는 게 없는 거예요.(웃음)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게 그제야 실감나면서 무서워지더라고요. 그 때 ‘정신 차리고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더욱 뒤돌아보지 않고 연기를 하게 됐죠.
한 8년을 한 대학로 생활 후에 새롭게 드라마를 하는 걸 보고 몇몇 분들이 ‘오랫동안 공연을 했고 비중도 큰 역할들을 많이 하는데 TV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게 아쉽지 않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전 하나도 아쉽지 않아요. 전혀 섭섭하지도 않고.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있지만 사실 대학로에서도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고, 스타는 ‘우리 엄마가 알아야’ 스타거든요.(웃음)
그리고 정말 주인공들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조정석 형이나 (박)보영이를 보면서 더욱 느껴요. 지금 제게 썬 레스토랑의 지웅이는 ‘쌓아갈 수 있는’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만약 다음에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책임을 주는 역할을 맡기신다면 마음의 준비가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보다 더 큰 책임을 지금의 제게 맡기셨다면? ‘멘붕’이 왔을 거예요.
저는 그동안에도 욕심이 그렇게 큰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늘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을 고수했죠. 물론 큰 꿈을 가지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의 제 템포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큰 꿈을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 같은 사람도 있는 거죠. 제가 그렇게 큰 꿈을 가지고 살았다면? 저는 오히려 빨리 포기했을 것 같아요. 빨리 지쳐버릴 것 같고. 주어져있는 것들에 감사하면서 지금 내가 하는 것에 대한 욕심을 낼 뿐이었어요. 지금도 그건 한결같고요.
곧 영화에서도 볼 수 있지 않겠냐고요? 장르를 가리지는 않을 거예요. ‘안 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거든요. 영화건, 연극이건, 드라마건, 뮤지컬이건 작품이 좋으면 안 할 이유가 없죠. 제가 좋아하는 선배들은 무엇을 하든 진심을 담아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주세요. 그래서 저의 대답은 어떤 작품들이 들어오든 간에, 제가 좋다고 생각하고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언제든지 오케이’라는 거예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