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덕삼과 덕문, 마치 형제 같은 이름 같죠(웃음). 덕삼이와 제가 비슷한 면모는 잘 모르겠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것과 당시 이미지를 보면서 덕삼이에게 맞춰갔죠. 근데요, 덕삼이 같은 인물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전 못할 것 같아요”
최덕문은 영화 ‘암살’에서 자신이 맡은 황덕삼 캐릭터에 대해 얘기하며 감탄을 연발했다. ‘암살’은 1930년을 배경으로, 일본군에 노출되지 않은 세 독립군이 암살을 수행하는 과정이 큰 궤인 작품이다. 최덕문이 맡은 황덕삼은 안윤옥, 속사포와 함께 은밀하고 계획적으로 일본과 친일파를 겨냥한다. 폭탄 전문가 황덕삼은 우직하고 믿음직스러울 뿐 아니라 그의 장렬함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말 날아갈 것 같다. 개봉한지 며칠 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받다니. 의도한 바는 아닌데 광복 70년 시기에 적절하게 맞춰져 더 의미가 싶은 것 같다. 젊은 분들은 역사를 책으로 배웠는데 ‘암살’을 통해 다시 생각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최덕문은 ‘명량’ ‘도둑들’ ‘초능력자’ 등의 영화, ‘총리와 나’ ‘상어’등의 드라마, ‘웨딩 스캔들’ ‘서울노트’ ‘늘근도둑 이야기’ 등 수많은 작품에 이름을 올린 배우다. 최덕문의 첫 작품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했다. 그는 “당시 황정민, 장현성. 오지혜 등이 함께 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연을 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오디션을 하루에 세 개씩 보는 데도 보는 족족 떨어질 때였다. 써클K라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침에 운동을 하면서 살았다. 당시 꿈이 오디션을 보지 않고 대본을 받는 것이었다. 그 때 영화 ‘나쁜 남자’를 찍게 됐고 명수라는 큰 캐릭터를 시작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
그는 “최근에도 연극 쪽은 여전히 힘든 것 같다. 가끔 동생들과 한 잔하는데 버텨라는 말 밖에 못해 주겠더라. 그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라고 털어놓으며 한쪽 가슴을 쓸어내리더니 “버티는 놈이 이기는 것 같다. 버티는 것이 센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앞에서 ‘암살’이 버티는 것처럼”이라고 덧붙였다.
최덕문은 인터뷰 내내 큰 웃음을 유발할 정도로 유쾌하고 개그감이 살아있었지만, 황덕삼에 대한 캐릭터에 대해서는 유독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행한 일이다. 힘을 가진 사람에게는 표현하기 힘들고 자신 만을 생각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목숨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할 것 같다. 극 중 전지현, 조진웅과 사진을 찍는 장면이 있는데, 스틸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다. 그 사진이 제일 기억에 남는데, 중간에 나오는 장면보다 마지막에 한 번 더 나올 때 더 슬프더라.”
‘암살’은 세트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당시 모습을 생생하게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골목이 많아 돌아다닐 만 하더라. 구둣방을 봤을 데 소품인데 사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잠든 사람 몰래 세트장에 놓으면 아마 잠에서 깨면 타임머신을 탄 줄 알 것 같다. 게다가 일본 경찰까지 돌아다니고”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덕문은 ‘암살’에서 선보인 중국어 실력도 선보였다. 그는 “외워서 현장에 가는데 감독이 대사를 더 넣기도 했다. ‘도둑들’ 때도 중국어 연습을 했는데, 성조(중국어 음의 높낮이)를 익히고 나니 외우기 어렵지 않더라”며 “극 중 외국어는 잘못하면 내용만 전달되고 감정을 안 들어갈 수 있어서, 툭 쳐도 나올 만큼 외우고 또 외웠다”고 설명해 그의 노력이 엿보였다.
때문에 처음 인터뷰하는 이 시간도 값질 수밖에 없고 하루하루가 더더욱 즐겁다. 그는 “내가 원래 재밌는 것을 좋아하는데 배우로 사는 것도 재밌어서고, 공연도 재밌고 드라마도 재밌다”라고 털어 놓았다. 20년이 다 되도록 연기를 했는데도 아직도 재미를 느낀다니, 도대체 연기의 어느 면모가 최덕문의 세포를 자극하는지 궁금했다.
최덕문은 작품 하나의 시작부터 끝까지 과정이 아직도 즐겁다는 것이다. 그는 “희열을 느끼는 지점 재밌어서 하는 것이다. 연극은 아무리 공연을 해도 늘 새롭다. 오후 8시 공연이면 무대 뒤에서 7시55분부터 깜깜한 상태에서 5분 동안 있는데, 그 순간이 떨리고 긴장되는데 참 좋다. 8시에 객석 조명이 들어오면 마치 다른 링에 올라가는 기분인데 희열 아닌 희열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암살’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작품을 했지만 내 인생의 대표작은 ‘암살’이다. 이로 인해 6년 전 친구도 전화를 했을 정도다. 관객들이 인상적으로 보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신기했다. 영화가 주는 의미가 있고 말이다. 작품한지 15년이 됐는데 부모님을 시사회에 처음 불렀다. 난 부끄러운데 그 다음날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아들아’라고 하시는데 느낌이 남다르더라.”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