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첫 tvN 장르물인 ‘신분을 숨겨라’가 막을 내린 가운데 뒷심이 부족한 스토리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지난 4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신분을 숨겨라’ 최종회에서는 바이러스 폭탄 테러를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사5과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범죄 조직의 수장 ‘고스트’로 밝혀진 국정원 국장 최대현(이경영 분)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바이러스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하며 협상자로 장무원(박성웅 분)을 지목했다. 최대현은 각종 비리를 저지른 정치·군 고위급 인사들의 목록을 폭로하고 그들의 속죄를 요구조건으로 걸었다.
↑ 사진=신분을 숨겨라 방송 캡처 |
하지만 장민주(윤소이 분)와 최태평(이원종 분)이 폭탄이 있는 곳을 알아내자 고스트 일당의 계획은 틀어졌고, 급기야 이는 최대현과 정상준(허재호 분)의 내부분열로 이어졌다. 결국 정상준은 최대현을 제거하고 자신이 고스트 일당을 책임지게 됐고, 바이러스 항체를 만들 수 있는 연구원 유진우(임강성 분)를 사살하기까지 했다.
최대현은 정상준의 총을 맞고 황급히 도망쳤고, 마지막으로 장무원에 바이러스 폭탄들의 GPS 추적기를 넘긴 후 죽음을 맞았다. 장무원과 차건우(김범 분), 장민주와 최태평은 두 조로 나뉘어 폭탄을 뒤쫓았고, 각각 정상준과 마상욱(김병춘 분)과 마지막 혈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차건우는 폭탄을 해제하는 최태평을 위해 마상욱의 칼을 대신 맞고 사경을 헤맸다. 차건우는 “오래 버텼다. 이제 좀 쉬겠다”고 말하며 연인 민태희(김지원 분), 그의 오빠이자 선배인 민태인(김태훈 분)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버텨왔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눈을 감았다.
폭탄들은 무사히 제거됐고 고스트 일당도 소탕되면서 결국 수사5과는 정의를 지켜냈다. 최대현은 교통사고로 처리됐고, 장무원은 민태인의 존재와 죽음을 인정하고 국립묘지에 안장해달라는 요청을 하며 팀원의 죽음을 기렸다. 죽은 줄 알았던 차건우는 다행히 살아있었고, 이들은 잠입 경찰로서의 삶을 계속 이어갔다.
‘신분을 숨겨라’는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만든 tvN표 첫 장르물이다. 애초 김정민 PD는 “‘나쁜 녀석들’의 하드보일드한 액션 장면이나 장르적인 느낌과 달리, ‘신분을 숨겨라’는 부드러운 액션과 긴장, 스릴에 포인트를 맞췄다”고 말하며 ‘나쁜 녀석들’과 또 다른 장르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CJ E&M |
OCN보다 시청층이 넓고 다양한 tvN에 옮겨온 장르물은 잔인함의 수위는 낮추는 등 확실히 ‘톤다운’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치열한 스토리 전개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부작용으로 보였다. ‘나쁜 녀석들’에서 각 주인공들의 사연이 하나로 얽히며 당위성을 만들어냈던 것과 달리, ‘신분을 숨겨라’는 각종 사연들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그 설득력도 부족했다.
특히 아쉬운 것은 ‘신분을 숨겨라’ 초반에는 장르물 특유의 긴장감과 쫀쫀한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헐거워진 수사 과정이나 예측 가능한 스토리가 긴장감을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화려한 액션과 긴장감이 잘 어우러졌던 초반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뒷심 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배우들의 액션과 연기는 분명 ‘신분을 숨겨라’의 성과로 꼽을 만 했다. 배우 김범은 들개를 연상케 하는 야성미를 표현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액션에서는 손꼽히는 여배우인 윤소이나 ‘연기’하면 두 말 할 것 없는 박성웅, 이원종 등의 연기도 화려했다.
결국 ‘신분을 숨겨라’는 방영 전부터 비교 대상이었던 ‘나쁜 녀석들’의 벽은 넘지 못했다. 비록 드라마는 tvN의 대중성과 느와르의 접점을 찾는 과정의 시행착오로 인해 뒷심이 부족한 결과를 낳았지만 그럼에도 첫 tvN 장르물이라는 점, 배우들의 호연 등은 나름의 의미로 남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