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화 블러바드 포스터 |
26년 째 다니고 있는 회사,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실에 누워있는 아버지, 다정해보이지만 각방을 쓰며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아내 조이(케시 베이커).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을 살고 있는 놀란(로빈 윌리엄스)은 어느 날 운전을 하던 도중 레오(로베르토 어과이어)를 만나게 된다.
레오를 만나게 된 놀란은 이후 아내 조이에게까지도 숨겨야 하는 비밀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는데…
↑ 사진=영화 블러바드 스틸컷 |
로빈 윌리엄스의 유작 <블러바드> 속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우리 대부분은 스크린 속 놀란처럼 사회라는 틀 안에 자신을 끼어 맞추며 살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사회적 통념이라는 퍼즐판 모양에 들어가기 위해 온 몸을 다해 애쓴 후, 결국 똑같은 하나의 퍼즐 조각이 된다.
그렇게 진짜 나의 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우린 60살이 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60살의 놀란은 우리가 삶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로빈 윌리엄스의 미묘한 감정 표현은 점점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극한의 감정을 절제하며 요동치는 심리를 세밀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청춘에 대한 동경, 연민, 혼란스러움. 젊은 시절엔 억누를 수 밖에 없었던 진짜 내가 원하는 삶. 그로 인해 희생되어야 하는 가족에 대한 죄책감까지… 로빈 윌리엄스가 표현하는 치밀한 내적갈등은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데 충분하다.
↑ 사진=영화 블러바드 스틸컷 |
남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에 분노와 혼란스러움을 느꼈던 놀란을 보며 로빈 윌리암스의 대표작 <굿 윌 헌팅> 속 숀 교수가 윌에게 했던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렴. 네 잘못이 아니란다… 네 잘못이 아니란다… 네 잘못이 아니란다."
인생의 마지막에 다다른 60살 노인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12살 때의 그 해변가를 서성이고 있는 놀란. 그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피게하는 힘이 있다.
자동차를 타고 새로운 인생을 향해 떠나는 놀란의 모습에서 "이제 다음 모험을 떠날 시간이 됐네"라며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던 <박물관이 살아있다3> 속 로빈 윌리암스의 모습이 겹쳐졌다.
영화 <블러바드>는 그가 '죽음'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모험을 떠나기 전 우리에게 꼭 남기고 싶었던 마지막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올드보이' 촬영감독인 정정훈이 참여해 더욱 화제를 모았던 로빈 윌리엄스, 봅 오덴커크, 케시 베이커 주연 <블러바드> 8월 13일 개봉.
영상뉴스국 임헌진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