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절대강자, MBC <무한도전>이 2년에 한 번씩 여름에 선보이는 무도가요제는 시청자들이 가장 고대하는 음악 프로젝트다. 무도가요제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의 면면도 화려한데다, 가요제가 끝나면 참가곡들이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한동안 석권한다. 그리고 매번 일반 시청자가 잘 알지 못하는 인디 밴드를 발굴하여 이들을 일약 스타덤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2009년 올림픽가요제에서는 '노 브레인',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에서는 '10cm', 2013년 자유로가요제에서는 '장미여관'이 무도가요제에 출연해 대단한 유명세를 탔다. 올해 영동고속도로가요제에는 '혁오'라는 밴드가 등장해 역대 최고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대표곡인 '위잉위잉', '와리가리'는 가요제가 시작되기도 전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싹쓸이하고 있다. 요즘 10대가 가장 많이 듣는 곡이 바로 밴드 '혁오'의 '위잉위잉'일 정도다. 지금 혁오 밴드는 모든 아이돌, 걸 그룹을 '씹어' 먹었다.
이쯤이면 무도가요제는 한국 대중음악의 흥행에 기여한 공로로 연말 가요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을 만하다. 1990년대 댄스음악의 열풍을 몰고 온 '토요일토요일은가수다'와 함께 무도가요제는 본격 음악프로그램도 하지 못한 '가요 열풍'의 흥행청부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도가요제'의 열풍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평균 시청률 15%대를 유지하는 <무한도전>에서 대략 한 달 반 정도 지속되는 무도가요제 프로그램은 출연 뮤지션들의 희생과 봉사, 고정 멤버들의 감동어린 도전으로 상찬하기에는 너무 많은 가요 신의 왜곡과 상업적 프리미엄이 있다.
무도가요제의 음원차트 석권은 바람직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 그것은 음원 시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기보단 기존 시장 안에서 다른 음원들을 죽이는 살인효과만을 갖는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대중들에게 선보여야하는 신곡들은 무도가요제 출연진 곡의 쓰나미 파고에 휩쓸려 '무도가요제'라는 해변을 더럽힌 쓰레기 더미가 되었다.
무도가요제에서 댄스음악 하나 히트시켜 각종 행사에서 한 몫 챙기려는 한 고정멤버의 조악한 이해타산은 EDM이란 매력적인 음악 양식을 단지 가요제의 발기부전 염려증을 치료하는 '전자적 비아그라'로 변질시켜버렸다. EDM의 흥행논리는 오로지 무엇이든 신 나야 한다는 절대기준을 강요하고 급기야는 어쿠스틱의 감성을 호소하고 싶은 아이유를 겁박하며, 대부분 출연진들을 EDM 변태 행위의 공모자로 만들어버렸다. 이번 무도가요제는 오로지 음성제국주의로 호명된 나쁜 EDM, 나쁜 일렉트로닉의 악마들만 출몰케 한다.
밴드 '혁오'의 신드롬도 인디신의 자생적 대중성을 궤멸시켜버린다. 나는 왜 이들이 무도가요제에 어설픈 예능 애드립에 동참하며, 자신들의 훌륭한 노래를 무한도전이란 좌판에 깔고 스스로 약을 팔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다. 밴드 '혁오'는 아마도 계속해서 예능의 약을 팔아야 할 것이다.
단단할 것만 같은 '3만'의 무도가요제 관객들은 조만간 환등기의 불빛처럼 공기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얼마 있다 잊혀질 것이고, 잊혀진 자리에 다른 인디밴드가 대체될 것이다. 다음 밴드는 아마도 김태호 피디의 문화적 취향에 따라 선택될 것이고, 소위 '인디 코스프레' 놀이를 즐기는 그의 피학적 만족을 위해 희생될 것이다.
2013년 무도가요제에서 '프라이머리'가 박명수와 함께 부른 '아이 갓씨'(I GOT C)가 네덜란드 가수 카로 에메랄드의 곡을 표절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 사건으로 가을행사에 한 몫 챙기려했던 박명수도 꽝됐고, 프라이머리도 아직 자숙 중에 있다. 무도가요제의 흥행 압박감이 야기한 참사이다. 사실 이 표절사건을 야기한 프로그램의 당사자로서 무도가요제는 그 책임을 지고 다시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무도가요제는 어떤 반성도 없이 다시 열렸다. 무도가요제가 강원도 평창에서 곧 열린다고 한다. 어느 여름 록페스티벌 부럽지 않게 엄청난 관객들이 몰릴 것이고, 소개된 노래들은 음원차트를 줄 세우기 할 것이다. 미디어는 무도가요제의 위력, 출연진들의 감동어린 무대, 김태호 피디의 흥행 역량에 찬사의 기사를 쏟아낼 것이다. 그런데 다시 표절 이야기가 들
※ 이 칼럼은 미디어스(www.mediaus.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동연 교수·미디어스의 협의를 거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도 기고 됐습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