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최근 세간을 들썩였던 이른바 ‘세 모자 사건’. 엄마인 이 모씨가 작년 두 아들과 함께 가족 내 성폭행과 집단 간음 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거친 후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글을 올리면서 큰 파장을 몰고 왔던 충격적인 사건이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달 25일 방송된 ‘위기의 세모자-그들은 왜 거짓폭로극에 동참하나’에서 이를 자세하게 다루며 또 한 번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씨가 주장하는 성폭행 여부가 무속인 A씨에게 사주 받아 벌인 자작극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
↑ 사진=SBS 방송 캡처 |
이 씨를 지지했던 수많은 누리꾼들은 그동안 누군가에게 속았다는 허탈감과 분노 속에 뜨거운 반응을 쏟아냈다. 이 씨가 방송 도중 외친 ‘넘버 세븐’이란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이 덕분에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상파 3사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10.3%, 닐슨코리아 집계, 전국기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러나 취재 및 연출을 담당한 안윤태 PD는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과 식을 줄 모르는 분노 행렬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
“이 씨와 그 자녀는 가해자지만 한편으론 피해자입니다. ‘넘버 세븐’이란 말이 유행어가 됐다는 점도 안타까운 일이죠. 당시 이 씨가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고 아이들도 위험한 상항이었는데 우스개소리로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세 모자 사건의 이모저모와 방송 이후 상황을 안 PD에게 직접 들어봤다.
↑ 사진=SBS 제공 |
-방송 이후 굉장한 관심을 받았는데?
안윤태 PD(이하 안) : 이런 반향을 예상하진 못했다. 작년 10월 기자회견에서 미성년자인 아이들이 공개적으로 그런 성적인 주장을 거리낌 없이 한다는 것 자체에 충격을 받아 취재했고, 어찌 됐든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했기에 그 부분에 집중했다. 하지만 단순히 가십으로 끝날 게 아니라 왜 아이들이 이런 상황까지 내몰렸는지 다같이 짚어봐야 한다. 아이들은 죄가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취재를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
안 : 작년 4월 이 씨를 만났는데 당시 얘기는 지금의 주장과 달랐다. 성매매나 집단 혼음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 시댁에 관련된 성추문을 얘기했는데 이에 대한 증거도 90년대에 나온 신문기사가 다였다. 그 이후로 연락이 끊어지다시피 안 되다가 기자회견에 나와 성매매 등의 얘기를 하더라. 이 씨와 함께 나와 얘기하는 아이들을 보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다보니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피해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됐다.
-이 씨측은 편파적 편집을 주장하던데?
안 :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이 씨가 온라인 상에서 주장하는 얘기들이 힘을 가지게 된 배경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들이 그 내용에 빠져들고 도와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건 아이들이 전면에 나서서 피해를 호소했고, 종교적 반감이 있는 사회 배경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상에서는 이씨 글만 돌아다녀 대중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됐다. 실제 우리가 이 씨를 만나 인터뷰 하고 취재하면서 확인한 내용은 황당한 것들이 많아 의구심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 사진=SBS 방송 캡처 |
-혹시 방송 분량으로 담지 못했던 부분도 있을까.
안 : 방송이 나간 직후 이씨 모자를 탓하는 반응이 많아 정말 안타까웠다. 우리가 말하고자 한 바는 그들이 왜 이런 상황에 내몰렸느냐, 그 배후에 누가 있느냐였기 때문이었다. 실제 만나본 이씨 모자는 굉장히 온순하고 천진난만한 사람들이었다. 이 상황이 위험하다고 인식도 없었다. 예를 들면 일명 ‘섹스촌’으로 알려진 곳에서도 아들의 직설적인 언행만 화제가 됐지만, 당시 그 아들은 시골에 와서 좋아하며 잠자리를 쫓아다니는 순수한 아이 그대로였다. 또한 이 씨도 그 사건에 대한 주장을 할 때 빼고는 얌전하고 아이에게 뭐 하나 더 해주고 싶어하는 모성애 지극한 사람이었다. 무속인 A씨가 배후일지도 모른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춰 이런 부분이 방송되진 못했지만, 대중들이 주목해야할 건 세 모자의 발언들이 아니라 사건의 본질이다.
-지금 이 씨 모자는 어떤 상태인가?
안 : 이 씨는 법원으로부터 자녀들을 상대로 접근금지가처분 명령을 받았다. 아이들 역시 분리돼야 한다는 판단하에 각자 다른 병실에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아이들이 아버지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까지 있고, 아버지 역시 시간을 가져야할 것으로 판단해 이 씨 친정가족이 대신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서로 애틋한 모자 사이라 제작진을 향한 반감이 더욱 컸을 텐데?
안 : 당연하다. 현장에선 제작진 뿐만 아니라 경찰, 아동심리전문가 등도 있었는데 이들을 향해 정말 공격적이었다. 엄마하고 떨어진 상황을 굉장히 힘들어했다. 그러나 전문가들도 긴급하게 분리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이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그 상황이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맞는 선택인지도 고민됐다.
-사건의 방향이 어떻게 흐르길 바라는가?
안 : 우리 프로그램에서 이번 사건과 무속인 A씨의 연계성을 얘기했고, 이후 김씨에게 피해 입었다는 사람들도 다수 있다는 것도 들었다. 방송에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은 이제 거의 다 했고, 나머지는 수사기관에서 파헤쳐야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이 씨가 가해자지만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호차원의 구속 영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무속인에 대한 수사가 꼭 들어가야 세 모자가 피해자라는 정황이 명확히 드러날 것 같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