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누적 관객 수 1000만을 넘은 영화 ‘암살’ 표절 의혹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앞서 최종림 소설가는 영화 속 여주인공이 저격수인 것, 김구 선생이 암살단을 보내 일본 요인과 친일파를 제거하는 점에서 자신의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의혹을 제기한 최종림 소설가는 100억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었고, 결국 법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법원은 이를 두고 전형적이고 필수적 표현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지었다. 제작사 케이퍼필름 안수현 대표는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영화가 잘 되면 이런 일들이 종종 벌어지는 데 안타깝다”이라고 입장을 표했다. 이처럼 영화계에 표절 의혹을 받았던 작품들은 그간 꾸준히 존재해왔다.
먼저 지난 2012년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1993년 할리우드 영화 ‘데이브’와 여러 가지 부분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표절의혹에 휩싸였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붕당정치로 혼란이 극에 달한 때에 광해군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 가던 중 도승지 허균에게 자신을 대신해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으라고 지시하며 그려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에 표절의혹이 제기된 ‘데이브’는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며 평범한 삶을 살아온 한 남자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미국 대통령이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지자 대통령의 역할을 하는 과정을 담았다.
한 나라의 수장이 난감한 상황에 빠지자 그 밑에 사람이 이들을 대신할 닮은꼴을 찾는다는 점, 또 그런 대역을 통해 부인과 사이가 좋아지는 것, 대역을 위해 목숨을 마치는 무사(경호원)의 등장이 유사점으로 제기됐다. 이처럼 논란이 불거지자 ‘광해: 왕이 된 남자’ 측은 “비슷한 설정이긴 하나, ‘왕자와 거지’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전해졌다.
↑ 사진=영화 포스터 |
이 외에도 영화 ‘최종병기 활’(2011) 그리고 ‘아포칼립토’(2006)가 유사한 액션 장면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표절 의혹을 받았다. 또 ‘국제시장’(2014)과 ‘포레스트 검프’(1994)는 비슷한 오프닝 장면, 당시의 유명 인물들을 영화에 등장시킨 점이 비슷한 점으로 제기됐고, 이후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기획 창작 아카데미 졸업작품으로 ‘차붐: 차범근과 파독 광부 이야기’라는 영화 기획서를 쓴 사람이 자신의 기획서와 유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렇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영화 간의 표절 문제에 대해 허남웅 평론가는 “표절 관련은 당사자 문제라 표절을 법원으로 간다고 해서 판례가 거의 없다. 창작자들의 양심에 맡기는 문제라 그런 것 같다.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기도 하고 음악을 입히기도 하고 그림을 인용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서 패러디 혹은 오마주로 얘기되는데 애매한 부분이기도 하다. 판단하기 힘든 문제”라며 영화계의 표절이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지적했다.
위 의견에 덧붙여 “음악은 몇 마디가 똑같이 겹치면 표절이라는 기준점이 있는데 영화도 계속 이런 문제가 생긴다면 캐릭터가 몇 명이 똑같이 겹치는 지 여부를 따져야 할 수도 있겠다”라는 우스갯말을 덧붙이며 영화 표절에도 확실한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영화계에 표절 의혹은 매번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표절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자신의 창작물을 침해받았다는 사실에 고통 받아 할 테고, 의혹을 받은 사람은 노력에 의심받았다는 이유로 상처받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그 누구의 편을 들 수 없을 정도로 그 경계는 모호하다. 그렇기에 쉽사리 기준을 만들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화계의 발전에서 표절은 언젠간 극복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창작자, 제작자가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명확한 기준이 등장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