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영화 ‘오피스’는 그야말로 치열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그대로 녹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실적이다. 특히 ‘추격자’ ‘황해’ ‘내가 살인범이다’ 등을 각색했던 홍원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그가 그간 각색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총출동시켜 호러와 스릴러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제시하기도 했다.
“저는 스릴러 장르만 전문적으로 했던 작가였어요. 대표님의 권유로 이번 영화의 소재를 접하게 됐는데, 그걸 보면서 스릴러에 호러를 접목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죠. 또 각색하는 과정에서도 대표님이 제 성향을 알아서 그런 부분에 대해 지지해주셨어요. 영화 자체가 그 두 가지 장르가 같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호러와 스릴러를 접목하는 게 힘들다는 걸 많이 느낀 것 같아요. 그 두 가지가 유사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자체가 다르거든요. 독특하지만 그런 점이 약점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표현하는 방식이나 톤 자체는 스릴러에 안착했지만, 중간에 표현해내는 방식이나 이런 부분은 호러적 요소를 반영시키려 했죠.”
↑ 사진=이현지 기자 |
그의 말마따나, ‘오피스’의 전개방식은 다소 독특하다. 귀신이 나타나는 다른 공포영화와는 달리 실제 살아있는 사람들이 공포감 넘치는 이야기를 끌어간다. 여기에 홍원찬 감독만의 스릴러 감성이 더해져 제대로 ‘믹스 앤 매치’를 이뤘다. 하지만 제목 그대로 회사를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는 점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우리의 사회와 굉장히 닮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런 직장은 다녀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오니까, 그곳에서 계급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경험한 셈이죠.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대한민국은 유난히 조직체계를 강요하는 사회라고 생각했어요. 조직 안에서 순응하지 못하면 배척되죠. 직장생활을 하면 회사라는 조직에 순응해야 하는데, 그런 순응을 강요하는 문화가 있잖아요. 결정적으로 이런 조직이나 개인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군대였던 것 같아요. 조직이라는 게 개인을 위해서 개인을 보호하고,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데 막상 그 안에서 들어가면 조직만 강요돼요. 전도된 느낌이죠. 그런 부분이 제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김병국 과장(배성우 분) 같은 사람들, 쓸모가 없어지면 부속품처럼 버려지는, 그런 게 너무 쉬워지는 사회가 정말 끔찍하다 느꼈어요.”
“사실 김병국 과장이 자신의 가족을 모조리 죽인다는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분들이 많으신데, 전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비슷한 사건을 기사로 심심찮게 봤어요. 사실 그 부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란 어려워요.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일이죠. 오히려 영화가 단순하게 그 부분을 설명해버리면 오히려 더 현실성이 떨어질 거로 생각했죠. 사회 구조가 그렇게 사람들은 만든 것 같아요.”
↑ 사진=이현지 기자 |
가장 현실적인 소재, 스릴러와 호러의 조화, 이런 새로운 조합은 ‘오피스’를 제68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분에 공식 초청을 받는 쾌거를 이루게 했다. 다양한 스릴러 작품의 각색을 맡았던 홍원찬 감독은 이번 ‘오피스’가 입봉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이룬 것이다.
“정말 영광이었어요. 하지만 그런 영광과 동시에 개봉도 전에 칸에 초청돼서 기자나 영화관계자, 관객들이 기대치를 가지고 오면 어쩌나 고민도 했죠. 하지만 정말 저에겐 영광이에요. 전 제가 나홍진 감독처럼 괴물 신인 감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대단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보단, 제가 느끼기에 요즘 한국영화들이 다 비슷해졌거든요. 그래서 제가 만든 영화는 많지 않은 예산이지만, 독특한 스릴러 장르가 나왔다 정도로 관객분들이 기억해주길 바랐어요. 조금은 독특한 이야기 전개와 정서, 톤을 가지고 있는 영화를 했으면 생각해서. 그런 유니크한 면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쾌거를 이뤘지만, 첫 연출작인 만큼 홍원찬 감독이 느낀 어려움은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어려움이 있었죠. 근데 그건 모든 입봉 감독이 겪는 어려움 같아요. 사실 첫 작품에서 오는 어려움 못지않게 그냥 연출자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어려움이에요.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뚫고 가야할 것이죠. 결과에 대한 부담감도 그렇고요. 첫 연출이라 어려웠던 점은, 현장에서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다는 거예요. 소품 하나까지 제가 확인해야 하고 배우들과도 이야기해야 하고, 전체적인 촬영 상황도 정말 많아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음 작품에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부드럽게(웃음).”
독특한 장르를 탄생시키기 위해선 부분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불가능할 것. 그간 스릴러 영화로 각색을 맡으며 무수한 능력치를 쌓은 홍원찬 감독이기에 가능했을 수밖에 없다.
“제가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면서 밀도 있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집중력을 갖고 가면서 밀도 있는 이야기, 그 안에서 서스펜스를 전달하는 걸 좋아하죠. 그런 취향이 작품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 혼자 책, 영화를 볼 때도 그런 장르를 찾아보죠. 평소에 자료조사라기보단 톤을 어떻게 잡을까. 조금 덜 사실적이면서 영화적으로 표현할 것인지, 사실적으로 보여줄 것인지 그 고민을 우선적으로 해요. ‘오피스’는 그런 면에서 비현실적인 지점들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중요했죠. 다음 작품도 그런 비슷한 장르를 할 것 같아요. 당분간은(웃음).”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