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김성균은 영화 속에서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는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독기서린 눈빛으로 스크린 데뷔를 치루더니 ‘이웃사람’에서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극의 긴장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용의자’에서는 북한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더니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도 전작들 못지않은 강렬한 캐릭터로 짙은 인상을 남겼다.
때문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 역을 맡은 김성균의 모습은 다소 뜻밖일 수도 있지만, 그는 오히려 ‘포블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극에 잘 녹아들었다.
↑ 사진=이현지 기자/ 디자인=이주영 |
그런 김성균이 ‘퇴마: 무녀굴’(이하 ‘퇴마’)을 통해 또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앞서 김성균은 ‘퇴마’ 제작발표회에서 “가방끈이 가장 긴 캐릭터”라고 극에서 맡은 진명이라는 캐릭터가 기존의 이미지와 다름을 나타내기도 했다.
“요새 잘 생겨졌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는 김성균은 ‘퇴마’를 찍으면서 ‘힐링’을 했다며, 극의 중심을 잡으며 감정 표현이 적은 진명이라는 캐릭터를 맡게 된 이유를 조곤조곤 밝혔다.
“‘퇴마’ 시나리오는 ‘살인의뢰’가 개봉하고, 조금 심리적으로 지쳐있을 때 보게 됐다. 전작들은 내 힘으로 과하게, 욕심을 부려서 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김휘 감독이 작품하자고 해서 만났는데 ‘주인공은 안 하겠다’고 말했다.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쉬러 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하라고 하더라.”
하지만 ‘퇴마’는 결코 심적으로 쉬울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극 중 진명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볼뿐더러, 정신과 의사가 된 것, 퇴마사가 된 것 역시 아픔에서 지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극 중에서 소리를 버럭 치거나, 총을 겨누는 일도 칼을 쓰는 일도 없지만 무덤덤하지만 모든 감정을 표정과 눈빛으로 드러내는 것은 결코 ‘마음 편히’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 사진=이현지 기자/ 디자인=이주영 |
진명이라는 캐릭터에 많은 고심이 묻어나는 답이었다. 김성균은 한국적인 공포감이 묻어나는 ‘퇴마’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이었다.
“사실 깜짝 놀라게 하는 부분이 많지도 않고 보통 공포영화와는 다른 느낌이다. 공포영화를 즐기는 보다는 무서운 것 보다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편이 좋다. 그래도 조금 만 더 놀라는 장면이 있었으면 했다.”
김성균의 말대로 ‘퇴마’는 스토리가 탄탄하고 억지로 놀라는 부분이 적은 영화다. 하지만 무당, 빙의, 퇴마 등의 한국적인 소재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접하고 이를 맞닥뜨리는 금주의 모습은 ‘인연’ ‘운명’ 등의 단어와 함께 소름을 끼치게 한다. 김성균은 극 중 퇴마사로 분하지만 실제로도 귀신이나 UFO에 관심이 많았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UFO에도 관심이 많았고 어떠한 기운이 있다는 것도 믿는 편이다. 살인을 저지를 만한 강한 기운은 한 곳에 머무르게 된다고 들었다. 그 기운을 느끼는 분들도 있다고.”
때문에 김성균은 ‘퇴마’ 시나리오를 보고 앞서 접했던 공포가 아닌, 조금 다른 듯한 ‘공포’를 느꼈다. 특히 소재로 봤을 때 시리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하며 짓궂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2탄이 나오면 재밌을 것 같다. 시리즈로 탄생되면 이번 작품에서는 금주의 심리를 따라갔지만, 색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인물을 만나고, 심심했던 캐릭터가 무한하게 퍼질 수 있을 것 같더라.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극 중 진명은 원치 않는 자신의 능력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고, 그로 인해 힘들어한다. 촬영을 하면서도 쉽지 않았을 법 하다. 절제하는 감정표현이 더욱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빙의연기를 할 때 CG가 들어가기 전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 했다. 행여나 우스워질까봐, 걱정했다. 무서웠던 장면? 과거로 가면서 시초를 알게 되고 극 중 임화영의 독기 품은 모습이 섬뜩했다.”
‘퇴마’는 공포영화지만, 김성균은 오히려 촬영을 하면서 ‘힐링’을 했다. 그는 “(마음을) 툭 내려놓을 수 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이현지 기자/ 디자인=이주영 |
“사실 내가 주인공을 한 역사가 길지 않지 않나. ‘퇴마’는 금주를 중심으로 감정이 이어지긴 하지만 모든 상황에 따라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름이 주인공이라고 내가 장면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퇴마’는 그런 부담이 적었던 작품이다.”
부담을 버리고 진명이 됐기 때문인지 극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전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과연 김성균의 ‘평소’ 모습은 어떨까.
“나도 내가 뭔지, 어떤 성격인지 모르겠다(웃음). 일상생활에서도 상대나, 상황에 따라 대하는 모습이 달라지지 않나. 김휘 감독이 나를 통해 실험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 전작에서 살인범으로 했는데 다른 모습으로. 음식점에 비유를 하자면 난 단일품목(單一品目)이 특화되지 않았다. ‘여기서는 이것이다’라고 한 가지 메뉴가 특화된 유명한 가게가 아니라,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대중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그런 가게 말이다”
김성균의 말대로, 그는 ‘한 가지 맛’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보다, 여러 요리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배우다. 그의 연기가 섬뜩하거나 귀엽거나, 사투리를 쓰던, 쓰지 않거나, 캐릭터의 가방끈이 거나 짧거나, 김성균스럽지만 극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