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배우 황정음에겐 ‘대체불가 여배우’란 수식어가 자연스럽다. 그만큼 고유 캐릭터를 지키면서도 극에 제대로 녹아들어가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시작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선 작정한 듯 제대로 망가지며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명배우’였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발연기의 아이콘’이라고 불릴 만큼 혹평과 비난을 받으며 고된 신고식을 치렀던 인물이다. 부정확한 발음,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 연기로 혹독한 여론에 시달렸다.
그랬던 황정음이 변한 건 무엇 때문일까. 지금껏 걸어온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며 절치부심의 흔적을 찾아봐야겠다.
↑ 디자인=이주영 |
◇ ‘루루공주’
걸그룹 슈가로 데뷔한 그가 팀을 탈퇴하고 아이돌 딱지를 떼기 위해 처음 택한 드라마는 2005년 SBS ‘루루공주’였다. 당시 11회부터 투입된 그는 정준호의 조력자 미소 역을 맡아 1년간 갈고닦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발연기 논란은 거세게 불었다. 아이돌 멤버 흔적을 지우려 노력했지만 김정은, 정준호 등 연기만 해온 배우들과 묻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 ‘겨울새’
2007년 MBC ‘겨울새’는 황정음에게 흑역사이자 연기파 배우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작품이었다. 소아과 레지던트 진아 역에 캐스팅돼 이태곤, 박선영과 호흡을 맞췄지만 저조한 시청률과 함께 발연기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결국 그는 조기 하차라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훗날 인터뷰에서 황정음은 “이 충격이 내게 ‘연기를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를 생각하게 했다”고 말해 발전의 밑거름이 됐음을 인정했다.
◇ ‘리틀맘 스캔들’
절치부심 머리를 짧게 자르며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건 바로 케이블방송 채널CGV 드라마 ‘리틀맘 스캔들’이었다. 극 중 아버지 죽음과 어머니 재혼으로 반항기 가득한 18살 여고생 혜정 역을 맡아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혹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한 인터뷰에서는 윤은혜를 본보기로 꼽으며 “윤은혜가 배우로 변신에 성공했듯 나 역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당찬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 ‘지붕뚫고 하이킥’
지금의 그를 있게한 건 두말할 것도 없이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이었다. 그는 동명인 정음 역을 맡아 ‘떡실신녀’ 등 망가지는 것을 서슴지 않은 연기를 펼치며 드라마 인기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그는 극 중 애교 넘치면서도 허당기 가득한 캐릭터를 구현해내며 웃음의 핵심 인물로 활약했다. 배우로 전업한지 4년 만에 드디어 인정을 받은 셈이었다.
◇ ‘자이언트’
이후 황정음의 선택은 ‘정극’이었다. 시트콤 이미지로 인기가 한껏 치솟았지만 같은 느낌을 이어가는 대신 SBS ‘자이언트’로 신파 연기를 택한 것. 극 중 이범수의 여동생이자 미혼모였지만 가수로 성공하며 파란만장한 생을 사는 이미주 역을 맡아 변신을 꾀했다.
극 초반 혀짧은 소리로 연기 몰입에 방해된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감정선을 충실히 지켜내며 혼신을 다한 눈물 연기를 펼쳐 ‘배우’라는 타이틀로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 ‘내 마음이 들리니?’
차기작은 2011년 MBC ‘내 마음이 들리니’였다. 정신연령 7살짜리 아빠를 키우며 밝게 살아가는 ‘봉우리’로 분해 씩씩한 캐릭터를 재현해냈다.
이 작품은 막장 전개 없는 ‘착한’ 드라마였지만 시청률 역시 놓치지 않으며 웰메이드 드라마로서 미덕을 보여줬다. 특히 황정음은 타이틀롤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작품의 중추 구실을 했다.
◇ ‘골든타임’
황정음의 첫 메디컬 드라마라 더욱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MBC ‘파스타’를 연출했던 권석장 PD와 이선균, 이성민 등과 의기투합해 휴머니즘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황정음은 이 드라마에서 허당이거나 비련의 이미지를 모두 걷어내고 똑 부러진 의사 강재인 역을 연기했다. 초반 메디컬 드라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권석장 PD의 특훈으로 작품에 잘 녹아들며 완성도 높이는 데에 기여했다. 그가 이후 MBN스타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기 인생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계기로 꼽을 정도였다.
◇ ‘돈의 화신’
SBS ‘돈의 화신’에선 그동안 한번도 볼 수 없었던 황정음의 뚱녀 연기를 즐길 수 있었다. 그는 역대급 폭탄녀에서 럭키저축은행 후계자인 매력녀로 환골탈태하는 복재인이란 캐릭터에 빙의해 극을 이끌어 나갔다.
특히 어릴 적 뚱뚱하고 볼품 없는 복재인을 연기하기 위해 특수분장까지 도전하며 특별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의 열연으로 ‘돈의 화신’은 비교적 높지 않았던 시청률에도 수많은 이슈를 생산해내며 의미있는 종영을 맞았다.
◇ ‘비밀’
황정음이 ‘믿고 쓰는 흥행보증수표’라는 걸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지성, 배수빈, 이다희 등과 함께 나선 KBS2 ‘비밀’은 방송 초반 애국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최호철 작가의 탄탄한 필력과 황정음의 명연기로 수목극 1위로 종영하는 역전극을 보여줬다.
황정음은 사랑의 배신 속에서 복수를 결심하고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는 강유정 역을 맡았다. 통통 튀는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치정 멜로극도 무난하게 소화해내며 대체불가 여배우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 ‘끝없는 사랑’
치정 멜로에서 성공한 그의 두 번째 선택은 시대극이었다. SBS ‘끝없는 사랑’에서 격동의 세월을 산 서인애로 변신해 그의 진가를 시험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결과는 실패였다. 산으로 가는 극 전개는 그의 명품 연기력도 당해낼 수 없었다. 강간, 폭행 등 수많은 논란을 낳은 이 작품은 애국가 시청률로 종영을 맞이해 황정음 필모그래피를 얼룩지게 했다.
◇ ‘킬미, 힐미’
그가 다시 ‘흥행보증수표’ 명예를 회복한 건 MBC ‘킬미, 힐미’에서였다. 그는 정신과 레지던트 오리진 역을 맡아 ‘비밀’ 상대역 지성과 또 한 번 재회했다.
지성과 두 번째 의기투합 역시 결과는 성공이었다. 초반 드라마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황정음은 지성과 찰떡호흡으로 수목극 시청률 1위를 끝까지 지켜내며 선전했다.
◇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은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어릴 적 미녀였다가 폭탄녀로 역변한 김혜진 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미모를 포기한 채 폭탄머리, 주근깨 등 분장과 촌스러운 의상으로 나와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제 막 시작한 탓에 라이벌 SBS ‘용팔이’에 밀려 만족스러운 시청률을 얻진 못했지만, 2회 나간 상황에서 이슈가 크게 된 터라 앞으로 성적에 더욱 기대가 높다는 평가. 여기에 황정음 효과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