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가 탄탄한 극 전개와 작품성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경쟁작 MBC ‘내딸 금사월’이 강력한 막장 요소로 두 배 이상 시청률을 앞서고 있지만, 그럼에도 존재감이 빛나는 이유다. 7%대 시청률에 갇히긴 너무 아쉬운 작품이다.
‘애인있어요’는 불륜과 도플갱어, 복잡하게 얽힌 사각관계 등 뻔한 소재를 택했지만 이를 표현해낸 결과물이 여는 드라마와는 180도 달랐다. 매회 터지는 ‘사이다’ 같은 대사와 긴장감을 높이는 설정, 군더더기 없는 전개 등이 차별성을 더했다. 불륜드라마도 웰메이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게끔 시청자를 설득하는 묘한 마력도 지녔다.
이는 집필을 맡은 배유미 작가의 힘이 컸다. 전작 MBC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반짝반짝 빛나는’ ‘위풍당당 그녀’ ‘로망스’ KBS2 ‘태양은 가득히’ 등에서 보여준 ‘뻔한 소재 낯설게 만들기’ 기법이 이번 드라마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출생의 비밀, 사제지간 연애, 복수 등 이미 수많은 드라마에서 차용한 닳고 닳은 소재지만, 배 작가의 손에선 마치 새로운 아이템처럼 다시 태어났다.
↑ 사진=SBS |
‘애인있어요’도 다르지 않다. 순수함을 갈망하는 남자 최진언(지진희 분)이 야망 강한 전처 도해강(김현주 분)에게 마음이 떠나 순수한 가면을 쓴 강설리(박한별 분)에게 흔들리는 부분은 현실감 있게 그려졌다. 강설리가 극 초반 순수하게 그려졌지만 욕을 먹은 건 보는 이의 공감대를 심히 자극했기 때문.
또한 도해강이 쌍둥이 동생 독고용기와 운명이 뒤바뀌는 부분도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지만 묘하게 설득력을 지녔다. ‘애인있어요’가 비현실적인 설정에도 큰 논란이 없었던 건 단지 자극을 위해 무리수를 둔 여느 막장극이 비난을 받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지진희, 김현주, 박한별. 이규한을 비롯해 백지원, 공형진, 나영희, 독고영재 등 버릴 사람 하나 없이 명연기를 펼치고 있는 출연진도 ‘애인있어요’의 강점이다. 특히 백지원과 공형진은 조연임에도 갈등과 긴장을 일으키는 주요 구실을 제대로 해내며 톡톡 튀는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4일 오후 방송된 ‘애인있어요’는 시청률 7.1%(이하 닐슨코리아 집계, 전국기준)를 찍으며 작품성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한 기록이지만 경쟁작 ‘내딸 금사월’이 20.8%를 나타낸 것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 수치다.
머리 쓰지 않고 쉽게 보는 ‘킬링타임’용 드라마가 득세인 주말 안방극장 특징을 감안해볼 때 복잡한 전개와 깊은 메시지를 담은 ‘애인있어요’의 부진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다만 오랜만에 등장한 웰메이드 드라마를 시청률로만 평가해 사장시키는 현실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애인있어요’가 자신만의 강점으로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