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책유니온픽쳐스 유영호 대표 인터뷰
"할리우드 비주얼 누른 한국의 기획력, 분명히 통한다"
"한국 기술력 빼앗긴다고?"
"중국인 기호 맞춘 새로운 장르적 도전 필요"
우리나라 배우들과 영화, 드라마들은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최근 한국의 많은 유명 감독들과 배우들이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다. 드라마와 영화 출연 기본 금액이 ’1억 원’이고 연출료도 ’3억 원’이 기본선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말 많고 탈 많은 현재 우리나라의 영화계에서 한중합작은 성공 모델인 것처럼 보인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유영호(42) 화책유니온픽쳐스 대표를 만나 한중 합착과 관련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만 대학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1996년 삼성영상사업단으로 시작해 상당수의 합작영화를 성공시켰고, CJ E&M China 재임 시절에는 중국과의 합작영화 ’이별계약’과 ’20세여 다시 한 번’을 흥행시킨 인물이다. 중국에서 잔뼈가 굵은 유 대표는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그룹인 화책미디어와 함께 자회사인 화책유니온픽쳐스를 지난 5월 설립했다.
노골적인 질문들부터 꺼냈다. ’중국이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큰 시장인가?’ ’영화인들은 중국에 기술력만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보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이다. 유 대표는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답을 했다.
유 대표는 "최근 중국에서 영화 시장은 연간 3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그 성장은 5년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중국 도시들은 거대하다. 극장들이 아직 3, 4차 도시를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극장들은 더 많이 설립되고 관객층도 많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영화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상장하기 쉽기 때문"이라며 "부동산 재벌, 광물을 캐는 이들도 영화 사업하려고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영화산업 인프라는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신생업체들이 많아졌는데 가진 건 돈밖에 없다. 홍콩에서, 대만에서 감독과 배우들을 데려다 썼다. 한국도 그중 하나였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2001년도 중국의 연간 박스오피스는 9억 위안 정도였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극장이 용도 변경돼 나이트클럽이나 식당이 됐다. 정부가 개방 정책을 편 뒤 홍콩과 합작영화 형태로 사업이 이어졌다. 하지만 1996년 이후로 홍콩영화 위상은 급속도로 추락했다. 금융 위기로 성룡 영화도 비디오 시장에서 보였다. 홍콩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절실히 노력했고 여전히 많은 합작이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흘렀고, 한국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차별화된 힘이 있다. 바로 기획력이다."
유 대표는 "한국영화는 할리우드의 비주얼이 아닌,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짚었다. 사실 중국에서도 기획영화 시대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1년이 그런 해였다. 중국에서 ’실연 33일’이 개봉된 뒤, 판이 바뀌었다는 게 유 대표의 판단이었다.
"한국 사람들의 기획력이 중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게 된 때다. 물론 얼마만큼 중국인들을 파악하고 잘 접목하느냐가 아직 숙제다. 2005년 중국에서는 ’크레이지 스톤’이라는 획기적인 영화가 호응을 얻었지만 흥행하진 못했다. 메인 소비자가 돈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10년 만에 중국은 수요에 의해 공급이 따라가는 시장이 됐다."
중국의 무분별한 자본이 한국의 기술력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유 대표는 할 말이 많다. 중국 자동차 시장 1위 업체인 폭스바겐을 예로 들었다. (최근 배기가스 조작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이긴 하지만) 폭스바겐은 20여년 전 모두가 고사한 중국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폭스바겐은 전체 중국 자동차 시장의 50%를 차지했다. 이후 중국 자동차들이 조금씩 따라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상대도 성장하는 법이다. 중국 영화들의 퀄리티도 최근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SF대작 몇 편도 나온다. 향후 3~5년 내 중국의 기획력도 한국 못지않게 될 것 같다. 그때가 오면 기술력이나 기획력은 가치가 없을지도 모른다. 폭스바겐처럼 같이 성장하는 방향을 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유 대표가 새롭게 제작사를 차린 이유와도 맥이 닿아 있다. 화책유니온픽쳐스의 모회사이자 중국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화책미디어는 국내 투자배급사 NEW와 합자법인 화책합신의 출범을 알렸다. 내년 4월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마녀’가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제작에 들어간다. ’마녀’는 로맨틱 코미디의 감동과 함께, 판타지와 스릴러가 가미됐다. 로맨틱 코미디의 변주 시대에 맞춰 기획된 작품이다. 여기에 리얼리티와 사회성을 더해 관객과 얘기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제작사는 1만 개가 넘는다. 600여 편 정도가 만들어지고 250편 이내로 개봉한다.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