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이 빠른 전개로 극의 집중력을 한껏 올리고 있는 가운데 실제 정치가 혹은 재벌가에서 있을 법한 소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현실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화려한 유혹’에서는 비자금 관련 문서를 우연히 발견해 위기에 처한 신은수(김새론 분)와 정치 생명이 끝나게 된 진정기 의원(김병세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신은수는 진 의원의 아들은 진형우(남주혁 분)와 미래를 그리며 사랑을 키워갔다. 신은수의 단짝이자 진형우의 집에서 살고 있는 백상희(김보라 분) 또한 진형우를 좋아하지만 자신에게 눈물로 진형우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 신은수의 말을 듣고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 사진=화려한유혹 방송캡처 |
청소년기의 풋풋한 첫사랑을 해나가는 세 명의 아이들과 극을 이룬 것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진 의원의 집이었다. 진 의원은 여당 대표인 강석현 의원(정진영 분)의 수족 노릇을 하며 환멸감을 느꼈지만, 아내 한영애(나영희 분)는 강 의원과 따로 만나 남편의 충성심과 장관 자리를 거래하는 등 야욕을 불태웠다.
신은수에 위기가 닥친 것은 그가 자신의 가방 속에서 이상한 문서를 발견하면서 부터다. 신은수는 가방 속에 이상한 종이들이 있는 것을 보고 진 의원의 충직한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아버지 신 기사(정인기 분)에게 이를 말했다.
이 문서는 알고 보니 비자금이 조성된 내역을 기록한 암호들이 적힌 문서였다. 신 기사가 가져온 문서가 복사본이며 마지막 세 장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자 진 의원 일가는 발칵 뒤집혔다. 한영애는 신은수와 신 기사를 의심했지만 평소 그들을 두텁게 신뢰하는 진 의원은 자신의 선에서 마무리하고자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않도록 일가에 지시했다.
하지만 이를 보고받은 강 의원은 달랐다. 강 의원은 신은수를 좀 더 캐 볼 것을 한영애에 지시했고, 한영애는 신은수를 납치한 후 비자금 문서 원본과 사라진 부분을 회수해 오라고 신 기사를 압박했다.
신 기사는 이 명령이 진 의원이 한 일이라는 말을 듣고 배신감과 절박함이 밀려와 결국 진 의원의 비자금을 위해 개설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차명 계좌 내역과 비자금 문서를 들고 검찰로 향했다. 결국 진 의원은 비자금과 미성년자 납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고 말았다. 한영애는 강 의원에 찾아가 읍소했지만 이미 결정적인 증거들이 넘어간 뒤라 손 쓸 도리가 없었다.
↑ 사진=화려한유혹 방송캡처 |
결국 진 의원은 자신이 모든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강 의원의 명령으로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만났다. 그가 건네받은 쪽지에는 비자금 문서의 암호로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를 본 진 의원은 모든 걸 단념하고 검찰청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살을 선택했다.
3회에서 이미 납치와 정치가의 은밀한 뒷면, 비자금과 자살까지 자극적인 요소들이 총출동했다. 진 의원 일가와 강 의원, 신은수의 이야기까지 얽히면서 물 샐 틈 없이 빠른 전개가 이뤄진 탓에 몰입도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진 의원이 자살을 선택하는 장면은 김병세의 허무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듯한 연기 덕분에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렇듯 자극적인 요소들이 등장하지만 ‘화려한 유혹’을 결코 ‘막장’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모든 이야기가 결코 허무맹랑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극중 진 의원의 비자금 조성 과정과 검찰이 문서를 제보 받고 수사에 착수하는 과정은 뉴스에서 간혹 접했던 재벌가의 어두운 뒷면과 흡사했다.
각자의 야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이를 ‘정치’라 표현하는 한영애와 강석현의 모습 또한 낯설지 않았다. 진 의원이 아들 진형우에 마지막으로 남긴 “넌 절대 정치하지 마라”는 말 속에 담긴 의미와 환멸감, 허무함을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있을 법한 소재들 때문에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날카로운 결을 더욱 잘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화려한 유혹’의 제작발표회에서 강 의원 역을 맡은 정진영은 “한 편의 심리드라마로 봐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드라마는 자극적인 요소로 눈길을 끌 뿐 아니라 그 속에서 인간들의 다양한 심리와 서로 다른 시선, 야망을 하나의 이야기로 쫀쫀하게 묶어가는 탁월한 직조력을 자랑하고 있다. 앞으로의 ‘화려한 유혹’에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