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드라마가 있다.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연출 최문석)가 시린 가을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동시간대 경쟁작이 ‘욕하며 보는 드라마’라면 ‘애인있어요’는 ‘욕은 나오는데 욕 할 수 없는 드라마’다.
‘애인있어요’는 극 초반 최진언(지진희 분)-도해강(김현주 분) 부부 사이를 치고 들어온 불륜녀 강설리(박한별 분)의 맹활약으로 불륜드라마라는 낙인이 찍혔다. 강설리는 “그 사랑이 내게 왔다”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 사랑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 등의 어록을 쏟아내는 당당한 모습으로 혀를 내두르게 했다.
비단 불륜 소재뿐 아니라 ‘애인있어요’에는 출생의 비밀, 시월드, 살인교사, 기억상실과 이후 벌어질 복수 등 소위 ‘막장 통속극’의 소재란 소재는 다 모여 있다.
여기에 극중 캐릭터들이 얽히고설킨 모습은 가관이다. 최진언과 사랑에 빠진 강설리의 오빠는 사고로 기억을 잃은 도해강을 거둔 백석(이규한 분). 백석은 도해강의 잃어버린 쌍둥이 자매 독고용기(김현주 분)를 사랑하는 인물이다.
독고용기는 잃어버린 엄마 김규남(김청 분)의 집에 하숙하는 도련님(이재윤 분)에게 의료 자문을 구하는데, 그는 최진언 누나 최진리(백지원 분)의 남편 민태석(공형진 분)의 동생이다. 이후 도해강을 독고용기로 착각하고 인연을 맺는다.
공형진은 독고용기를 죽이려다 도해강을 사지로 몰았고, 도해강의 유일한 지원자인 최만호(독고영재 분)는 알고보면 도해강-독고용기의 아버지 독고진호의 절친이자 그를 실족사시킨 장본인이다.
이쯤 되면 꼬이고 꼬인 족보를 풀어나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도해강이 기억을 되찾아도 최진언과 백석 사이에서 갈등할 것은 뻔하고, 그로 인해 최진언-강설리, 도해강-백석, 강설리-백석 사이의 관계도가 오묘해질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 드라마, 자꾸 끌린다. 일요일 방송이 끝나고 나면 “일주일을 또 어떻게 기다리느냐”는 반응이 쇄도한다. 시청률은 한자릿수로 저조하지만 인터넷상 체감 반응은 30%대를 넘나드는 인기 드라마 못지 않다. ‘애인있어요’만의 특별한 그 무언가는 대체 뭘까.
‘애인있어요’ 관계자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기에 앞서 하나의 소재로 불륜이 들어가긴 했으나 그 전개 방식이 여타 드라마와 다르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소재지만 진행 방식은 흔한 불륜극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진언 입장에선 도해강은 굉장히 사랑했던 여자였지만 악마 같은 자기집에 들어와서 자신을 위해 변했는데, 더 이상 변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고, 종국에는 아이까지 잃었는데 냉정한 그녀를 보며 더는 미워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때 마침 운명처럼 강설리가 등장한 것.
관계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극에 달한 상황으로 푸는 게 아니라, 그 감정선을 대사로 풀어내는 게 있다. 객관적으로 막장같이 볼 수 있는 설정이 있지만 배유미 작가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전개로 풀어가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깊이감이나 신선함이 있지 않나 싶다”며 “일차원적 막장 불륜극이 아니기 때문에 호응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관계자는 이어 “초반엔 ‘막장 불륜’이라고 생각했던 시청자들도 이제는 그 진가를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 얼핏 본듯한 내용에 본 듯한 설정인데 남다른 캐릭터에 남다른 깊이가 있다”고 자평하며 “50부작에서 이제 겨우 14회까지 끝났을 뿐이며, 아직 이야기의 반도 안 풀었다. 향후 이들이 본격적으로 엮이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 지 궁금해진다”고 덧붙였다.
중반부 이후 관전 포인트는 강설리의 변화라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순수한 사랑을 외치며 도해강을 손가락질하던 그녀가, 백지상태로 돌아온 도해강과 (최진언이) 사랑하는 걸 목격했을 때, 과거 자기가 했던 이야기를 어떻게 지켜보게 될까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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