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외국의 정치 풍자 코미디요? 아마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는 장르일 걸요? 굉장히 부럽죠.”
한 개그맨의 말처럼 이른바 ‘선진 국가’라 일컫는 해외에서는 촌철살인의 정치 풍자 코미디가 각광받고 있다. 대선 때 정치인들이 줄을 서서 풍자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려고 하는가 하면, 이로 인해 상상할 수 없는 인기를 얻기도 하다. 개그맨들의 입지가 단단해지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국내 실정과 확연히 차이나는 점이다.
정치 풍자 코미디의 한계를 제한하지 않는 대표적 사례로 ‘르팽 사건’을 들 수 있다. 르팽은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ront national)의 당수로 대선마다 출마하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었다.
↑ 디자인=이주영 |
그는 1990년 가을 이라크가 미국을 상대로 걸프전을 치를 당시 수도 바그다드로 여행을 다녀왔고, 이라크 무희들의 배꼽춤 관람을 하는 등 이라크 대통령인 후세인으로부터 대접을 받고 돌아왔다.
이를 두고 프랑스 코미디언 귀 베도(Guy Bedos)가 르팽 일행의 행동을 비꼬며 후세인으로부터 돈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담은 내용을 연출했는데, 국민전선과 르팽이 그를 형사고소하며 논란이 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민전선과 르팽이 외국으로부터 그것도 전쟁 중인 상태에서 적국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대역죄나 국토방위의 침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확인되지 아니한 사실을 함부로 말하는 것은 아무리 그 형식이 풍자나 유머의 영역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을 구성하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한 뒤 “그러나 선진 민주사회에 있어 특히 정치적인 문제에 관하여는 폭넓은 비판과 풍자, 해학과 유머의 자유가 허용된다”고 판결했다.
또한 역사에 비춰보면 모든 시대에 걸쳐 코미디언이 정치인을 대상으로 정치적 풍자나 해학을 하면서 기자처럼 신중성이나 객관성을 가지고 사실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선상에서 귀 베도의 행위는 유머리스트로서 재능을 정상적으로 행사한 범위 내 예술적 표현행위로 보여지고, 표현의 자유의 합리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재협‧2002)
최근 미국 민주당 후보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SNL’에서 래리 데이비드의 풍자 재현으로 히트를 치면서 덩달아 인기가 치솟은 것도 눈여겨볼 만한 일이다. 래리 데이비드는 ‘속옷 한 벌만 가진 점’을 강조하는 개그로 좌중을 폭소케 했고, 샌더스 의원도 더욱 조명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지난 3일 ‘SNL’에서 ‘발(Val)’이란 이름의 바텐더로 깜짝 출연해 자신을 풍자하는 내용도 서슴없이 연기했다. 물론 어설픈 연기력이었지만, 현지 언론들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엿보였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과테말라에서도 정치 풍자 코미디언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현직 대통령이 사임 직후 뇌물 비리로 구속된 상황에서 대선 후보로 나선 코미디언 지미 모랄레스가 그 주인공. 그는 지난달 치러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하며 정치 풍자 코미디언으로서 살아온 20년의 파워를 제대로 입증했다.
[참고문헌] ‘한국학술정보’ 374호-‘코미디 정치 풍자 어디까지 가능한가’, 김재협, 2002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