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가수 아이유의 ‘제제’ 가사 및 콘셉트 논란이 끊임없이 가열, 양산되고 있다. 아이유와 소속사가 사과를 하긴 했지만 평론가들끼리도 의견이 갈리고 대중들의 차가워진 마음은 돌아섰다.
지난 10월23일 발매된 아이유의 미니앨범 ‘챗셔’(chat-shire)는 발매되자마자 각종 음원사이트에 줄세우기를 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아이유가 처음으로 프로듀싱에 나선 앨범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아이유가 쌓아온 ‘아티스트’ 이미지의 정점을 찍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단 샘플링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누리꾼들은 음원이 아닌 오프라인 앨범에 수록된 ‘23’이라는 곡에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추임새가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이유의 소속사인 로엔트리는 발 빠르게 대응을 했다.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판단되어 브리트니 스피어스 측에 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 사과와 함께 논란은 마무리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아이유가 앨범 발매 당시 진행됐던 감상회에서 아끼는 곡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은 ‘제제’(Zeze)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제제’는 아이유가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서 영감을 얻어서 쓴 곡이다. 하지만 5살 아이를 서적대상으로 묘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앨범 재킷에 있는 망사 스타킹을 신고 핀업걸 자세를 취하는 제제 캐릭터는 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이번 앨범 타이틀곡인 ‘스물셋’의 뮤직비디오, 앨범 재킷을 비롯해 그 동안 아이유가 해왔던 콘셉트까지 ‘로리타’ 의혹에 시달리게 됐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출판사인 동녘은 SNS를 통해서 아이유의 ‘제제’에 유감을 표했고 논란은 거세졌다. 표현의 자유라는 아이유 옹호 주장부터 표현의 자유보다 윤리를 강조한 비판도 많았다. 논란이 계속됐지만 아이유 측은 열애설, 무단 샘플링 의혹 때와는 달리 조용했다.
결국 하루가 지난 6일에 아이유는 SNS를 통해서 “저는 맹세코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다. 가사 속 제제는 소설 내용의 모티브만을 차용한 제3의 인물이다”며 “제가 제제에게 섹시하다고 말 한 게 아니라, 제제가 가진 양면성의 성질이 섹시하다고 했었다. 오해를 할 수 있게 한 것 조차 자신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로엔트리도 “이번 앨범의 재킷이미지 및 뮤직비디오의 일부 장면에 대해, 악의적인 끼워 맞추기 식 편집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논란을 재생산할 뿐 아니라 이를 여과 없이 확산시키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하여서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제작, 기획 단계에서 특별한 의미 없이 준비된 소품이나 가사 일부에 맞추어 단편적으로 연출된 장면들이 하나의 성적인 코드에 맞추어 재해석되고 이로 인한 무분별한 억측들이 확산되며 본래 앨범에 담았던 진정성과 아티스트의 노력까지 왜곡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대중의 자유로운 해석과 건강한 비판은 수용하지만 악의적인 폄하와 인신공격에 대해선 유감을 표했다.
하루동안 고심을 했을 아이유와 로엔트리다. 하지만 이 사과는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셈이 됐다. 누리꾼들인 제기한 로리타 콘셉트 의혹 증거에 대한 정확한 해명은 없었고 본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으면서 대중들의 해석에 대해선 끼워맞추기라고 폄하했다.
여기에 ‘스물셋’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룸펜스까지 SNS를 통해 직접 장면씩 해석을 밝히며 아이유를 옹호했다. 하지만 특별한 의미 없이 준비된 소품, 장면이라고 주장했던 소속사와 달리 룸펜스 감독의 주장에선 소품까지 세심하게 준비된 뮤직비디오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사건의 발단은 자신에게 있었다고 인정하고 사과를 했지만 아이유를 향한 논란의 불씨는 꺼질 줄 모르고 있다. 심지어 ‘제제’ 음원 판매 중지 서명까지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많은 이들에게 추억이 됐고 감동으로 남아있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이제 아이유의 ‘제제’ 논란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아이유의 의도와는 상관없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은 많은 독자들의 좋은 기억은 이번 논란으로 사라져 씁쓸함을 남길 뿐이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