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SBS ‘웃찾사’에서 최근 가장 큰 화제를 낳고 있는 ‘남자끼리’ 코너. 코너의 주인공인 코미디언 강재준, 이은형, 이재훈은 “우리도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고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웃찾사’ 녹화를 앞두고 만난 세 개그맨은 앉자마자 “우리가 올해에만 참 많은 코너를 말아먹었다”며 실패했던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았다. 강재준의 입에서 ‘실패’라는 말이 너무나 쿨하게 나오자 옆에 있던 이은형이 “실패한 거 자랑하냐”고 웃음을 터뜨릴 정도였다.
하지만 세 명은 모두 “그랬기 때문에 참 ‘남자끼리’라는 코너가 소중하고 고맙다”며 입을 모았다. 포기하던 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탄생한 ‘남자끼리’가 SNS를 중심으로 소위 ‘대박’을 치자 이들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단다. 그들을 알아보는 이들도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한다.
↑ 사진제공=SBS |
Q. ‘남자끼리’의 반응이 정말 좋다. 이를 실감하나.
A. 무엇보다 우릴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졌다. 특히 어린 친구들이 지나가면 저를 가리키며 ‘줴훈줴훈 나온 사람’이라며 알아본다. 하루는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다 옆 테이블의 한 남성 시청자께서 ‘당신 때문에 편해졌다’고 술값을 계산하고 가신 적도 있다.(웃음) ‘줴훈줴훈’이나 ‘왜줘래, 노잼 노잼 핵노잼’ 같은 유행어가 있어서인지 저희를 보면 많이들 따라한다. 의도치 않았는데 유행어가 돼 감사할 뿐이다. (강재준)
저는 여성 분들이 정말 좋아한다. 신기한 게 제가 코너에서 굉장히 얄미운 캐릭터로 나와 별로 안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성분들이 재밌어하고 좋아해주시더라.(이은형)
예전엔 사실 저를 알아보는 분이 한 분도 안 계셨다.(웃음) 그리고 선배님들(강재준, 이은형)과 같이 다녀야 알아보는데, 지금은 혼자 다녀도 조금씩 알아보시는 분들이 생겼다.(이재훈)
↑ 사진제공=SBS |
Q. 첫 방송이 나간 후 SNS를 중심으로 정말 많이 회자가 됐다. 기자도 SNS를 통해 ‘남자끼리’를 처음으로 접했을 정도다. 이런 추세를 알고 있나.
A. 2012년에 SBS ‘개그투나잇’에서 (이)은형이와 함께 ‘적반하장’이라는 코너를 한 적이 있다. 그 때만 해도 SNS가 이 정도로 활성화되진 않았다. 그 코너도 인기가 제법 있었는데 SNS에서 그렇게 화제가 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남자끼리’는 확실히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더라.
무엇보다 놀란 건 첫 방송한 다음 날 부재중 전화가 엄청 많이 남겨져 있었다. 페이스북 영상의 조회수가 몇 백만 건이 돼 있었다는 거다. 그 흐름을 타면서 점차 코너가 이름을 알렸고, SNS에서 보신 분들이 본방송을 보기 시작하면서 시청률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이상 강재준)
↑ 사진제공=SBS / 강재준 |
Q. ‘남자끼리’ 코너가 탄생하게 된 비화는?
A. 이 코너를 짤 때 30분도 안 되게 걸렸다. 고민은 정말 오랫동안 했는데 한 번 딱 생각이 나니까 일사천리로 코너가 탄생했다. ‘어, 이 아이디어 좋은데?’라고 시작해서 ‘음악 뭐할래?’ ‘이건 어때요?’라면서 ‘툭툭, 탁탁’ 만들어서 감독님께 보여드렸는데 오케이를 받았고, 소극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갑자기 말도 안 되게 ‘빵’ 터졌다. 무대 위에서 셋 다 놀라서 얼떨떨했던 게 기억이 난다.(이은형)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진 느낌의 코너였다. 사실 셋 다 일이 잘 안 풀렸다. 그래서 셋이 스킨스쿠버가 취미라 일도 안 되고 힘든데 제주도 가서 쉬다가 오자고 결정했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버리면 마음 편히 못 놀 거 같아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나 올리고 마음 편히 가자 싶어서 만든 게 이 코너였다.(웃음)(강재준)
전에 공들여서 다듬고 한 건 잘 안 됐는데.(웃음) 재밌는 코너일수록 이렇게 금방 나오게 되더라. 생각해보면 잘 안 된 코너들은 그만큼 확실한 콘셉트나 한 방이 없어서 다듬는 걸 반복했던 게 아닐까 싶다. 진짜 재밌는 건 한 번 떠오르면 ‘후루룩’ 만들어지는 게 있는 것 같다.(이은형)
저 같은 경우는 (강)재준 선배가 작년 12월에 ‘한 번 같이 해보자’고 전화가 왔다. 혼자 개그를 짜고 있다가 저도 지쳐있던 상태였는데 평소 함께 해보고 싶었던 선배가 먼저 오라고 해줘서 기뻤다. 그렇게 코너를 몇 개 하면서 친해졌는데 저는 재준 선배나 (이)은형 선배가 친형, 친누나 같아서 정말 좋았다. 그래서 안 돼도 스트레스 안 받았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한 코너가 잘 돼서 정말 기분이 좋다.(이재훈)
잘되는 코너를 보면 다들 서로 마음 비우고 하더라. 재준 오빠와 제가 경쟁하는 개그맨이었으면 서로가 더 웃기려고 애를 써서 코너가 이상해졌을 텐데 서로 받쳐주려고 한 게 한 수였던 것 같다. 욕심을 부리면 잘 안되는 것 같다. 저희 멤버가 다 착하고 잘 한다. 마음이 잘 맞는 것도 있고.(이은형)
↑ 사진제공=SBS / 이은형 이재훈 |
Q. 이렇게 잘 될 줄 감이 왔나. 왜 반응이 좋다고 생각하나.
A. 사실 반응이 좋을 줄은 전혀 몰랐다. ‘웃찾사’에서 올해 내내 실패했다. 코너를 한 3개 정도 했는데 안 돼서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였다.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했는데 여기서 그만두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밀고 나갔다.
그렇게 해서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남자끼리’가 ‘펑’하고 터졌다. 무엇보다 신선한 맛이 통한 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은 (주눅 든)남자들을 위로해주는 개그가 없지 않았나. 요즘 세태가 반영된 부분도 있는 것 같고.(이상 강재준)
후배인 이재훈이 신인인데도 연기를 정말 잘 한다. 지친 표정을 정말 잘 짓는다.(웃음) (이)재훈이가 무대 위에서 지친 표정을 지어서 코너의 특징이 잘 살았다. 제가 평소에도 재훈이의 ‘위염유발자’ 노릇을 하긴 한다(웃음). 워낙 친하니 그런 케미가 잘 맞았던 것 같다. (강)재준 오빠는 웃긴 부분을 정말 신선하게 잘 짠다. 그런 부분들이 다 잘 들어맞았던 것 같다.(이은형)
솔직히 은형이의 캐릭터가 없었으면 ‘남자끼리’의 코드만으로도 힘을 잘 받지 못했을 것 같다. 이은형의 힘이 컸다. ‘웃긴 부분을 살리려면 네가 최대한 얄밉게 해줘야 한다’고 은형이에 말했는데 그게 그야말로 코너의 ‘메인’이 됐다. 저희 입장에선 좋았다. 우리가 생각했던 최고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더 최고가 있었던 거지.(강재준)
저는 처음에 제 역할은 웃긴 부분을 받쳐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녹화 때에도 제가 말할 때에는 그렇게 터지진 않았다. 정적이고 조용했고. 받쳐주는 역할이 처음인지라 저도 그 분위기가 적응이 잘 안 될 정도였다. 하지만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되면서 제 표정이 화제가 됐고, 그게 웃음 포인트가 됐다. 사실 제가 웃긴 부분이 아니었는데.(웃음) 반응이 놀라웠다.(이은형)
↑ 사진제공=SBS / 이은형 이재훈 |
Q. 강재준과 이은형은 대표적인 ‘개그 커플’이다. 사귀는 사이인데 함께 코너를 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 같은데.
A. 우리가 7년을 사귀었다. 저도 처음에는 코너를 은형이와 안 하려고 했다. 사실 개그를 짜다보면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이고, 저는 웃기다 생각했는데 은형이가 안 웃기다고 하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다. 그러다 한 번 해봤는데 의외로 코드나 개그 스타일이 잘 맞았다. ‘적반하장’을 함께 했는데 당시 반응도 좋았다. 일을 하면서 연애도 하니 그것도 좋고.(웃음)(강재준)
저랑 은형 선배님은 원래 친했다. 두 분 다 누나 같고 형 같고. 그래서 은형 선배님과 연인 역할을 해도 별로 상관없었다. 뜻하지 않은 야자타임도 신나고.(웃음) 저는 극에서 받쳐주는 역할인데 사람들이 많이 못 알아보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많이 알아봐주니 ‘받쳐주는 역할’도 중요하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고 그에 따른 재미도 알아가고 있다.(이재훈)
(이)재훈이는 받쳐주는 역할도 잘 하지만 웃기는 것도 잘하니까 걱정 없다. 이걸 발판을 삼아서 다른 코너에서도 웃기는 역할을 잘 할 거라는 걸 아니까. 사실 ‘줴훈줴훈’ 때문에 재훈이가 이름을 알리지 않았냐. 우리가 너의 인생을 받쳐주는 거다. 이런 가장 큰 수혜자.(웃음)(이은형)
Q, 반복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할 것 같다
A. 그렇다. ‘남자끼리’도 일정한 코드가 있기 때문에 매회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한 번 질리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코너를 똑같이 해도 재방송 같아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게 우리의 몫이다. 큰 틀은 뻔하지만 그 안의 내용물을 한 번도 안 본 그림으로 짜야 한다. 은형이의 캐릭터를 최대한 밀어주고 디테일을 조금씩 바꿔주는 방향으로 매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강재준)
↑ 사진제공=SBS |
Q. 개그맨으로서 최종 목표나 꿈이 있다면?
A. 저는 재준 선배와 함께 하면서 정말 중요한 걸 배웠다. 남들이 안 보던 걸 해야 한다는 것. 늘 신선한 걸 찾아서 해야 한다는 걸 재준 선배가 하는 모습들을 보고 크게 배웠다. 앞으로도 개그를 정말 오래 하고 싶은데 ‘신선한 개그를 하는 개그맨’을 중심 모토로 삼았다. 안 보던 걸 하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이재훈)
목표보다 소원 같은 게 있다. 죽을 때까지 공개코미디만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버라이어티 출연 기회가 있어서 몇 번 나간 적은 있는데, 가끔 나가면 재밌긴 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장 희열감을 느끼는 건 내 머릿속에 있는 코너가 ‘빵’ 터지는 그 순간이다.
그런 게 공개코미디의 매력이다. 고정적인 것도 아니고 수입도 왔다갔다 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그 웃음 한 방에 모든 게 해소된다. 그래서 저는 이런 공개코미디를 할 수 잇는 ‘웃찾사’ ‘개그콘서트’ ‘코미디빅리그’ 같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반대로 다시는 폐지되지 않았으면 하는 강한 소망이자 목표가 있고.(이상 강재준)
저는 미스터빈이 제 롤모델이다. 미스터빈은 생활에서는 평범하고 젠틀한데 TV 앞에서는 우스꽝스럽다. 개그로 기사작위도 받은 분이고. 그 분처럼 정말 계속 개그를 하고 싶다. 얼굴이 비슷한 것도 있지 않나.(웃음) ‘여자 미스터빈’이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계속하고 싶다. 보는 분들이 부담스럽지만 않다면 늙어서까지 하고 싶다. 이경규, 박미선 선배님처럼 콩트 개그를 해보고도 싶고. 무엇보다 저는 개그를 정말 좋아한다.(이은형)
‘남자끼리’는 SBS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의 한 코너로, 개그맨 강재준, 이은형, 이재훈 등이 함께 하고 있다. 강재준은 2008년 SBS 공채 10기 개그맨으로 데뷔, tvN ‘코미디빅리그’ SBS ‘개그투나잇’ 등을 거쳤으며, 2011년 S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은형은 2006년 SBS ‘웃찾사’를 통해 데뷔했으며, ‘드립걸즈’ 등의 공연으로도 대중을 만나고 있다. 이재훈은 2014년 SBS 14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신인 개그맨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