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귀여운 뚱뚱이’인 개그우먼 홍윤화, 알고 보니 관객에 울고 웃는 천상 ‘공연쟁이’였다.
최근 SBS ‘웃찾사’에서 ‘백주부TV’와 ‘윤화는 일곱 살’에서 ‘빅마마’ 이혜정과 일곱 살 어린 아이를 완벽하게 표현해내 웃음을 자아내는 홍윤화는 얼마 전 공연 ‘드립걸즈’로도 활약을 펼쳤다. 이제야 숨 돌리나 싶었는데 오는 16일 첫 방송하는 KBS2 새 월화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에서 신민아 절친 역으로 정극 연기에 도전한다.
이렇게 바쁜 틈에도 홍윤화는 집에서 바느질을 해서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들고 유자청을 담그며 주변 사람들에 나누고 있다. “선물했을 때 상대방이 좋아하는 표정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홍윤화는 ‘천상 여자’였다. 이토록 ‘천상 여자’인 그가 무대만 오르면 ‘19금 개그’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다니. 도대체 어떤 것이 홍윤화를 이렇게 ‘다중이’로 만든 걸까. 바로 답은 ‘관객’이었다.
↑ 사진제공=JD브로스 |
Q. 최근 요리연구가 이혜정을 묘사한 ‘백주부TV’로 많은 시청자들에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 이혜정이 직접 나온 편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서니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 갈 정도던데.
A. 그렇게 봐주셨다니 다행이다.(웃음) 이혜정 선생님께는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백주부TV’가 첫 방송이 나가고 나서는 사실 기분이 상하실까봐 걱정도 많이 했다. 하지만 오히려 선생님께서 작가와 매니저를 통하고 통해서 제게 전화를 주셨다. 정말 재밌게 봤다고, 이렇게 똑같이 따라할 수 있느냐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승승장구 하라고 응원해졌다.
사실 자신을 따라하는 사람을 보고 흔쾌히 응원해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필요한 거 있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제게 당부를 남겨주시기까지 했다. 추석 특집 때에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선 것도 다른 일정을 위해 원래는 비행기에 오르셨어야 할 시간인데 비행기까지 미루고 저를 위해 무대에 함께 해주신 거였다.
정말 이혜정 선생님께서 그 날 무대를 잘 살려주셨다. 눈썹도 직접 저를 따라서 똑같이 그려주시고. 이왕 하는 거 ‘빵빵’ 터뜨려주겠다며 분장을 저보다 열심히 하셨다. 그래서 옆에서 매니저 분께서 말릴 정도였다.(웃음) 대사도 그 바쁜 와중에 다 외워 오시고, 하나도 안 틀리고 하시더라. 정말 ‘백주부TV’를 위해 많은 부분을 애써주셨는데 저도 언젠가 보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모든 일 제쳐두고 달려갈 거다,
Q. 사실 ‘백주부TV’ 속 ‘픽마마’는 분장이 8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분장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
A. 그 분장은 제가 스스로 다 한다. 눈썹을 강조해서 분장을 해야 하는데, 특수 분장을 하면 눈썹이 다 뽑히고, 그렇게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었다. 살색 테이프를 바르고 그려보기도 하고. 그러다 컨실러로 눈썹을 가리고 눈썹을 새로 그리는 방법을 택했다.
↑ 사진제공=JD브로스 |
그래서 모든 화장품 브랜드의 컨실러란 컨실러는 다 사서 얼굴에 발라봤고, 아이라이너도 종류 별로 사서 가장 눈썹 같은 느낌이 나는 아이라이너를 고르기도 했다. 그런 정성으로 태어난 눈썹이다, 그 눈썹이.(웃음)
가발도 비슷하다. 이혜정 선생님의 머리는 ‘빵빵한’ 커트 머리인데 이 질감을 살릴 수 있는 가발을 찾기 위해 새벽 동대문 시장을 뒤져서 찾아낸 거다.말투도 연구를 많이 했다. ‘맛있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말투를 따라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선생님 따님보다 제가 이혜정 선생님을 더 많이 닮았다.(웃음) 저도 직접 따님을 뵈었는데 진짜 제가 더 닮았더라.
Q. 소품이나 분장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유독 소품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A. 소품은 제가 후배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사항이다. 개그에서는 소품이 정말 중요하다. 저는 1프로의 안일한 생각이 100프로의 실패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안일한 생각’이 소품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소품이라도 어느 방향으로 잡는지에 따라서도 웃음의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드립걸즈’에서 살구색 전신 타이즈를 입고 허리에 코끼리 모형을 차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가 제일 작은 코끼리를 찬다. 그 코끼리 인형도 직접 만든 거다. 다른 인형들은 외국에서 ‘직구’했는데 작은 사이즈의 코끼리는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거다. 그래서 양말에 솜 넣어서 귀를 달고 만들었다. 그런 식으로 ‘윤화는 일곱 살’ 코너의 소품도 제가 만들고는 한다.
Q. 12명의 개그우먼들과 함께 개그 공연인 ‘드립걸즈’ 시즌4를 얼마 전에 끝냈다. 관객들을 무대에 초대해 참여시키는 코너들이 정말 많더라.
A. ‘드립걸즈’는 6월부터 코너를 짜기 시작해서 네 달 정도 걸렸다. 공연은 8월부터 시작했고. 12명 모두 모여서 아침부터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내용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지만 관객들을 무작위로 무대에 초대해 함께 극을 진행하기 때문에 매번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다.
↑ 사진제공=JD브로스 |
그런 과정들을 통해 관객들의 반응을 더 많이 살피게 됐다. 반응이 적극적인 관객들이 무대로 올라오면 더 재밌어하기도 하고 활기도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희는 개그를 하면서 애드리브도 하고, 관객들의 반응도 살펴야 해서 정말 눈과 귀가 바쁘다. 그러다보니 시간도 금방 가고.
‘드립걸즈’ 시즌3까지는 관객이 올라오는 형식이 많이 없었다. 일정한 스토리가 이어지는 형식이라 한 두 명 정도의 관객은 참여해도 시즌4만큼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한 열 명 정도의 관객들을 무대로 올린다. 제가 관객들을 모시러 무대 아래로 내려가면 관객들이 다 다른 곳 쳐다보거나 머리를 만지거나 한다. 눈이 다 흔들린다. 그런 반응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Q. ‘드립걸즈’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A. 제가 대학로에 사는데 하루는 지나가다 ‘드립걸즈’ 포스터를 봤다. 정경미 언니, 안영미 언니가 포즈를 취하고 있었는데 ‘개그우먼들만의 드립쇼’라는 게 정말 멋있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싶고. 시즌2에서는 이국주 언니가 들어가고 규모도 훨씬 커졌더라. 그걸 보면서 ‘나도 정말 하고 싶다. 이런 기회가 내게 올 수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시즌3 때 감사하게도 제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영광이고 감사했다. 이렇게나 하고 싶었는데 제게 “함께 하자”고 제안이 온 거다. 여자끼리 모여서 각자의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정말 신났다. 이렇게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는 것도 관객들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드립걸즈’를 하면서 저는 배운 게 너무나 많다. 저는 주로 짜여있는 개그를 오래 했다. 순간적으로 받아치는 순발력이 조금 부족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드립걸즈’ 시즌3을 하면서 점점 팀워크를 다져가는 과정에서 리액션을 받아주고 재밌는 애드리브를 치는 호흡이 점점 맞으니까 저도 용기가 생기고 팀들을 믿고 제 애드리브를 마음껏 하게 됐다.
서로 호흡이 맞으니 어떤 소리를 해도 그게 개그가 됐다. 그리고 ‘탁탁’ 잘 맞기도 하고. 시즌4는 더욱 마음을 놓고 했다. 홍현희 언니는 거의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자신을 ‘불태운다’. 제가 오죽하면 ‘언니, 그러다 고소 당해’ 이런 말을 하겠나.(웃음) 이렇게 열정적이고 적극적이면서도 서로 더 재밌게 잘 받아주려고 하는 걸 보면 든든하고 제자신도 발전하는 게 느껴진다.
↑ 사진=웃찾사 방송 캡처 |
제가 원래 정말 ‘천상여자’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번 ‘드립걸즈’를 통해 ‘욕쟁이 피’를 찾았다. 정말 센 캐릭터를 맡았다. 원래는 아이 캐릭터나 귀여운 캐릭터를 많이 해서 극중에서 제가 ‘19금 드립’을 하거나 ‘욕설 드립’을 하는 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를 편하게 생각해주시는 것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개그우먼이 아닌 그냥 홍윤화로서 저를 아시는 분들은 저의 그런 모습에 정말 놀랐다고 하더라.(웃음)
Q. 개그맨 김민기와 오랫동안 공개 커플이다. 개그맨-개그우먼 커플인데 어떤가.
A. 남자친구는 자꾸 제게 ‘건달’같은 캐릭터를 하자고 한다. 더 센 캐릭터를 원하는 모양이다.(웃음) 사귄지 6년이 지났는데 거의 ‘그들만의 로맨스’처럼 알콩달콩하게 나름 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 아껴주고, 잘 싸우지도 않고.
김준형 선배가 예전에 개그맨끼리 결혼하면 좋다고 했었다. 막 싸우다가도 개그 한 번 치면 살벌한 싸움이 한 번에 끝난다고.(웃음) 우리도 비슷한 것 같다.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결혼? 결혼은 아직 제가 준비가 안 됐다. 그 사람을 더 잘 챙겨줄 만큼 성숙하게 되면 그 때 결혼을 할 생각이다.
Q. 그렇다면 개그우먼 홍윤화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A. 제가 원래도 공연 팬이다. 그래서 대학로에 살기도 하고. 특히 강홍석 배우의 ‘왕팬’이다. 제자신도 공연을 하는 걸 좋아한다. 관객들과 호흡하는 게 제일 좋다. 지금 하는 공개코미디를 좋아하는 것도 그 이유다. 관객들의 기를 받아야 흥이 나고 더 재밌는 말들이 나온다. 예전에 비공개 코미디를 했던 선배님들은 어떻게 했을까 싶다. 정말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 사진제공=JD브로스 |
그렇게 공연을 좋아하기 때문에 지방 공연도 정말 환영한다.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남자친구와 어디 가야지 라는 생각보다 어디로 공연을 다니게 될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대구와 같은 지방은 규모도 정말 크다. 3층 전석 매진되기도 하고 호응도 엄청 좋다. 그런 걸 보면 관객들과 더 소통하고 싶고, 얘기하고 싶고, 교감하고 싶다.
그런 걸 돌이켜보면 저는 무대 위에서 빛나는 사람을 정말 좋아했다. 저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됐으면 한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사람. 길게 봤을 때에는 저를 보면 ‘유쾌한’ 마음이 들 수 있는, 그런 ‘유쾌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어디 있는 간에 유쾌한 공기를 이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인간 홍윤화’로서의 꿈이다.
2006년 SBS ‘웃찾사’로 데뷔한 홍윤화는 1988년 7월 16일생으로,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를 졸업했다. 2008년 SBS 방송연예대상 코미디 신인상, 2012년 S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SBS ‘웃찾사’에서 ‘백주부TV’, ‘윤화는 일곱 살’에서 활약 중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