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주연 기자] 탄탄한 연기력과 존재감을 갖춘 아역배우의 등장은 제작진 입장에서 좋은 자산이 된다. 그러나 미성년이기 때문에 제약도 한계도 많다. 아역 활용을 자칫 잘못했다가는 논란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최근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아역 겁탈신으로 한동안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겁에 질린 어린아이들의 모습과, 겁탈 당한 뒤 넋이 나간 여자 아이의 모습 등이 비춰졌다. 지난 MBC ‘보고싶다’(2012)에서도 아역배우 김소현이 겁탈 당하는 장면이 그려져 한 차례 논란을 겪었다. tvN 시트콤 ‘감자별2013PR3’(2013)에서는 17세 나이의 여진구가 성인캐릭터로 분해 하연수와 농익은 키스를 선보여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사진=육룡이나르샤 캡쳐, 보고싶다 캡쳐 |
표현의 자유 폭이 훨씬 넓은 영화판으로 넘어가면 수위는 더욱 위험해진다. 영화 ‘아저씨’, ‘이웃사람’, ‘나는 아빠다’, ‘도희야’의 김새론과 ‘예의 없는 것들’, ‘쌍화점’, ‘화이’의 여진구는 19세 관람불가 영화에 줄줄이 출연했다. ‘도희야’는 높은 수위 때문에 현행 아동보호법 제17조에 의거,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와 ‘공중의 오락 또는 흥행을 목적으로 아동의 건강 또는 안전에 유해한 곡예를 시키는 행위’에 대해 지적받았다.
연령대가 좀 더 어린 아역배우의 경우, 심리적 충격에 대한 대비는 더욱 절실해진다. 아동 성폭행을 다룬 영화 ‘소원’의 이준익 감독은 아역배우 이레를 배려해, 한 아동센터를 통해 아이의 심리적 반응에 맞는 처방을 받고 실제 정신과 전문의를 초빙해 이레와 상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아동센터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준익 감독이 심리 지원을 요청했으나, 실제 성폭행피해가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원은 어려웠다. 대신 상담을 전적으로 지원했다.
더 정확한 내용 확인을 위해 ‘소원’의 제작사 필름모멘텀에 연락을 취했으나 관계자는 당시 관계자들이 퇴사했기 때문에 내용 확인이 어렵다고 전했다. ‘소원’은 공식석상에서 아역배우를 위해 관리에 힘썼다고 강조했으나 결국 이를 증명해줄 자료는 남아있지 않았다. 제작사 관계자는 개봉 시기가 지났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으나, 2013년 10월 이후 이제 2년 남짓 지났을 뿐이다. 국내 아역배우들의 관리가 법적인 제제 하에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 사진=영화 "소원" 스틸컷, 영화 "키드" 포스터 |
물론 국내에도 미성년자 보호법은 있다. 근로기준법 제 69조에 따르면 15세 이상 18세 미만의 근로시간은 1일에 7시간, 1주일에 40시간을 허용하진 못하나,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1일 1시간, 일주일에 6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움직이는 반면, 국내 아역배우들이 법의 보호를 받기에 그 기준이 애매하고 헐겁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반면 할리우드에서는 아역배우를 보호하는 ‘쿠건법(Coogan Act)’이 시행된다. 이는 찰리채플린 주연의 무성영화 ‘키드’(1921)에 출연한 재키 쿠건(Jackie Coogan)의 이름을 딴 법조항으로, 아역배우의 수입이 부모에게 귀속되는 것을 막고자 만들어졌다.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의 법 규정으로는 유아는 하루 20분 이상 조명에 노출되면 안 되며 5세이하는 6시간, 6~11세는 8시간, 12~17세는 9시간으로 제한된다. 또한 학습권이 엄격하게 보장돼 있기 때문에 아역 배우를 캐스팅하는 영화사의 경우, 초등학교 교사자격증이나 1개 이상 전공과목이 있는 교사 자격증, 캘리포니아 노동법에 정통한 스튜디오 티처를 고용해야 한다.
작자의 예술표현이라고 단정 짓기에, 많은 아역배우들이 다소 폭력적인 소재에 무분별하고 무방비하게 노출된 것이 사실이다. 자아성립이 확실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은 실제 아동 성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건강한 아역배우의 탄생과 성장을 위해서, 법적인 통솔과 제제가 구축돼야 한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