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한 여대생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기업 취업을 조건으로 성상납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는 그는, 모든 책임과 원인은 국가에 있다고 판단해 이에 대해 국가 상대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이후 ‘블랙토론’이란 방송을 통해 여대생의 소송을 둘러싼 각계 패널들의 토론이 스크린을 통해 펼쳐졌다.
‘위선자들’은 이 여대생의 이야기를 주제로 각계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 작가, 여배우, 문화평론가가 패널로서 토론을 벌이는 상황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 패널들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토론을 진행하고, 토론에 등장한 여대생은 그간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여대생은 그가 성상납을 할 수밖에 없던 배경을 설명하고, 이에 패널들은 이 배경을 둘러싸고 자신들의 생각을 거침없이 발설하기 시작한다.
이때 토론을 이끌어가는 변호사, 작가, 여배우, 문화평론가는 여대생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변하기 보단, 자신의 지식을 뽐내거나 생각을 주장하기에 여념 없다. 그렇게 여대생이 힘겹게 이야기를 꺼낼 때 패널들은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는 ‘큰소리 내기’ 싸움을 계속할 뿐이다. 결국 ‘여대생이 국가를 상대로 건 소송’이란 주제는 어디로 간지 모른 채, 토론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 사진=더픽쳐스 / (주)마운트픽쳐스 제공 |
알 수 없는 방향을 흘러가는 건 토론만이 아니다. 묵직한 사회 문제를 가지고 나아갈 줄 알았던 영화도 그 방향을 잃은 듯 하다. 여대생이 성상납을 하기 전, 그가 만났던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장면이 꼭 필요한 장면이었는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든다.
여대생이 남자친구와 처음으로 잠자리를 갖는 것과, 그 남자친구가 여대생의 친구와 바람을 피워 잠자리를 갖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모든 베드신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성상납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영화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베드신은 다소 엉뚱하다는 느낌을 느끼게 한다.
이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위선자들’은 토론 패널들의 속 시원한 발언을 통해, 대한민국의 가장 더러운 부분을 대신 꼬집어줌으로써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오는 26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