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달란 말이야! 누가 물에 빠뜨린 닭 달랬어?”-영화 ‘집으로’
할머니에게 치킨 달라고 떼쓰던 꼬마아이가 어느 새 눈빛만으로 여심을 쥐락펴락하는 ‘상남자’가 돼 돌아왔다. 배우 유승호는 이제 ‘아역’이란 말을 떼어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마성남으로 자라났다.
이제 고작 스물 세 살이지만 벌써 연기 경력 16년차인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봤다. 소년에서 남자로 자라는 동안의 따뜻한 기운이 필모그래피에서도 배어나왔다.
↑ 디자인=이주영 |
◇ ‘가시고기’
유승호의 공식적인 데뷔는 2000년 MBC 특집극 ‘가시고기’였다. 당시 장안의 화제였던 동명의 소설을 극화한 이 작품은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살려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아버지의 숭고한 사랑을 다뤘다.
8살이었던 유승호는 이 작품에서 속 깊은 아들 정다움 역을 맡아 나이답지 않은 깊은 감정선을 보이며 수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그러나 이런 명연기 뒤엔 정보석의 숨은 노력도 있었다. 유승호가 연기하기 싫다고 떼를 썼을 때 정보석이 장난감을 사주며 꾀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 ‘부모님 전상서’
유승호는 2002년 영화 ‘집으로’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뒤 2년 만에 KBS2 주말드라마 ‘부모님 전상서’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그는 이 작품에서 김희애와 허준호의 발달장애아 아들 박준이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것.
기라성 같은 대배우들 사이에서도 유승호는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이 맡은 바를 다했다. 또한 이 역으로 그는 장애아의 고통과 아픔을 공감하고 알렸다는 공을 인정받아 공로패를 받기도 했다.
◇ ‘마법전사 미르가온’
2005년 아역배우들의 필수코스인 KBS 어린이 드라마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마법세계가 통일된 이후 마법사들이 마법 전사 후예들을 발굴하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미르와 가온이 그 주인공임이 밝혀지는 과정을 그렸다.
유승호는 출연자 중 가장 분량이 많았다. 그는 극 중 뮤론 족 마법전사 후예인 마법사 미르 역을 맡아 활달하고 쿨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당시 꼬마들 사이에 ‘우상’으로 떠오른 건 두말할 것도 없다.
◇ ‘에일리언 샘’
마법전사의 감흥이 가시지 않아서였을까. 유승호는 또 한 번 어린이 드라마 출연을 감행했다. 2006년 만화전문 케이블방송 투니버스 ‘에일리언 샘’에서 장근석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은 알렉산드로 행성의 황태자 럭셔리우스(장근석 분)가 지구인 미남 선생으로 행복초등학교에 부임하면서 학교짱 해룡(유승호 분)과 갈등과 화해, 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한류 왕자 장근석과 ‘대세남’ 유승호가 함께 출연한 어린이 드라마라 후에 더욱 크게 화제가 됐다.
◇ ‘태왕사신기’
이후 그의 어린이 드라마 행보는 뚝 그쳤다. 대신 2007년 9월 MBC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이 맡은 광개토대왕 담덕의 아역으로 분하면서 ‘유승호’란 이름 석 자를 다시 알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에서 어린 시절 자신을 죽이려는 세력들로 고난을 겪은 담덕을 생생하게 표현해낸 그는 드라마 초반부 시청률을 확고하게 잡아내며 작품 흥행의 초석 구실을 했다.
◇ ‘선덕여왕’
지금의 ‘비주얼신’ 혹은 ‘리틀 소지섭’이란 수식어에 기틀을 세운건 바로 2009년 MBC ‘선덕여왕’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아이 티를 벗고 부쩍 남자다운 외모로 카메라 앞에 선 그는 김춘추 역을 맡아 큰 인기를 얻었다.
당시 이 아역배우에 거는 제작진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김영현 작가는 “유승호가 ‘선덕여왕’의 최종병기”라고 공언했을 정도. 또한 유승호 역시 작품 종영 이후 “더 이상 ‘집으로’가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이름이 생긴 것 같아 기쁘다”며 만족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 ‘공부의 신’
이후 유승호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2010년 KBS2 히트작 ‘공부의 신’에서 공부와 담쌓은 채 아무런 목표없이 살아가는 반항아 황백현 역을 맡아 중고생 팬들에게 놀라운 지지를 얻었다.
특히 처음 시도하는 반항아 연기로 그동안 장난기 많거나 점잖은 소년 이미지를 깨끗이 걷어내고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또한 처음으로 제 나이를 찾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20%대 중반의 시청률까지 이끌며 더 이상 아역배우가 아닌 ‘흥행보증수표’로서 입지를 입증했다.
◇ ‘욕망의 불꽃’
본격적인 성인 연기를 예고했던 건 MBC ‘욕망의 불꽃’에서 재벌3세 엄친아 김민재 역을 맡으면서부터다. 그동안 누군가의 아역, 혹은 학생으로 연기를 펼쳤던 그는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로맨스 연기를 펼치며 성인 배우로서 도약을 시도했다.
그는 극중 인기 톱스타 백인기(서우 분)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모든 걸 바치는 김민재로 분해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카리스마를 분출했다. 물론 아역배우로서 좋아하던 팬들에겐 다소 이질감을 느끼게 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대세남’으로 오르기 위해 발판이 됐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무사 백동수’
성인 연기 신고식을 마친 그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SBS ‘무사 백동수’에서 살성을 타고난 여운 역을 맡아 남성미를 발산했다. 물론 방송 초기엔 악역인 여운을 여리여리한 이미지의 유승호가 해낼 수 있을까 우려가 있었지만, 유승호는 여봐란 듯 사극도 훌륭히 소화하며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시청자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대부분 유승호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했다는 반응을 보였고, 유승호의 성장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또한 과감히 악역에 도전해 이미지 탈피를 시도한 그의 용감한 선택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 ‘프로포즈 대작전’
성인 변신에 계속 목이 말라 있었던 것일까. 유승호는 한 종편 드라마인 ‘프로포즈 대작전’에서 첫사랑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남자 주인공 강백호로 분했다.
이 작품은 2007년 일본에서 방송된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판타지 멜로드라마로, 이를 차기작으로 선택한 유승호의 행보는 다소 의외였다. 당시 종편 드라마라 화제성이나 시청률에선 좋은 결과를 얻어내긴 어려울 게 뻔했기 때문.
그럼에도 데뷔 이후 선굵은 작품만 해왔던 그에겐 그동안 피로감을 풀 수 있는 쉼표 같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또한 로맨스도 훌륭히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로서 또 한 번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이기도 하다.
◇ ‘보고싶다’
유승호가 윤은혜, 박유천 등 성인배우들과 함께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더욱 화제가 됐던 MBC ‘보고싶다’는 세 남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치정멜로다.
유승호는 이 작품에서 이수연(윤은혜 분)을 집착에 가깝게 사랑하는 재벌2세이자 연쇄살인범 강형준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아버지로 인해 평생 다리를 절고 14년간 사랑한 이수연으로부터 버림받는 비련의 남자지만 마지막까지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도 사랑의 눈길 한 번 못 받는 연기를 생생하게 그려내 안방극장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작품으로 인기가 정점을 찍었지만 바로 입대를 선택해 팬들에게 아쉬움과 대견함을 동시에 전하기도 했다.
◇ ‘상상고양이’
제대 이후 유승호는 쉼없는 연기 행보를 택했다. 그는 케이블방송 MBC에브리원 ‘상상고양이’를 택해 가벼운 몸풀기에 들어갔다. 웹툰작가 지망생 현종현 역을 맡은 그는 조혜정, 이엘, 솔라, 김민석 등 신인급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비록 이 작품은 여주인공 조혜정의 ‘금수저 논란’으로 방송 전부터 도마 위에 올랐지만, 작품에 대한 평가는 24일 첫 방송 이후 제대로 내려질 예정이다.
◇ ‘리멤버-아들의 전쟁’
유승호의 제대 이후 두 번째 작품은 바로 SBS 새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다. 절대 기억력을 지닌 천재 변호사가 억울하게 수감된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는 내용을 그리는 휴먼 법정 드라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남자주인공 진우 역을 맡아 18살부터 23살까지 굴곡진 인생을 연기한다. 법 없이도 살 아버지가 살인범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후 180도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남자로 파격 변신할 예정이다. ‘국민 남동생’ 이미지에 어떤 매력을 더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