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바야흐로 드라마 홍수 속에도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작지 않지만 시린 겨울을 앞두고 시청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두 편의 주말드라마가 있다.
MBC ‘내 딸, 금사월’이 주말 심야 시간대를 평정한 듯 보이지만 보다 더 은근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에 훅 들어온 두 편, SBS ‘애인있어요’와 JTBC ‘송곳’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내 딸, 금사월’은 김순옥 작가의 미친(?) 필력에 힘입어 시청률 30%를 향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극명한 선악 구도에 뻔히 예상되는 단순함에도 불구, 휘몰아치는 전개로 몰입도는 극대치. 이같은 전형적인 통속극의 강점으로 드라마가 끝나면 잠시 잊고 온전히 한 주를 보낸 뒤 다시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채널을 고정시키게 한다.
이에 반해 ‘애인있어요’와 ‘송곳’은 각각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시청률보다 월등히 뜨거운 온라인상 반응 속에 적지 않은 폐인을 양산하고 있다. 이들로서 ‘내 딸, 금사월’이 부러운 건, 시청률 밖에 없다.
◆ 제목만 떠올려도 애잔하다…‘애인있어요’
‘애인있어요’는 초반 불륜 미화 논란에 휩싸이며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지만 단언컨대, 말이 필요 없는 명불허전 명품 멜로다.
극중 사랑에 지친 나머지 아내를 두고도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파는 인생의 치명적인 실수로 나락에 떨어진 최진언(지진희 분)과, 바람난 남편과 끝내 이혼한 뒤 사고로 기억을 잃고 다른 이(독고용기)의 삶을 살다 운명처럼 남편과 재회한 도해강(김현주 분)의 절절한 러브 스토리가 극의 중심이다.
총 50부 중 중반부에 접어든 ‘애인있어요’는 생의 끝자락에서 가까스로 살아나, 덩달아 잃었던 기억까지 되찾기 시작한 해강에게 4년 전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들과 더불어, 당사자들조차 몰랐던 천년제약을 둘러싼 암투와 음모가 숨가쁘게 전개될 예정이다. 또 그 과정에서 해강이 남편과의 과거 기억마저 되찾고, 상간녀 강설리(박한별 분)와 자신을 구해준 백석(이규한 분)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용서와 화해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내 딸, 금사월’ 김순옥 작가와 대비되는 매력적인 필력을 지닌 배유미 작가의 가슴을 울리는 명대사들의 향연이 배우들의 명연기 그리고 최문석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어떻게 펼쳐질 지 기대를 모은다.
◆ 꼭 뚫고 나오고야 만, 송곳같은 드라마 ‘송곳’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가던 평범한 대형마트의 직원들이 일생일대의 사건을 맞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송곳’은 한마디로,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최규석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가 지닌 힘은, 리얼리티가 가장 크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탓에 혹자는 보기 불편하다고도 하지만, 진짜 불편한 건 ‘송곳’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디디고 서 있는 이 대한민국일 터.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지난해 열풍을 일으켰던 tvN ‘미생’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수작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송곳’의 강점은 구멍이 없다는 점이다. 내용, 연출, 연기 모두 과함도 덜함도 없다. 노조가 결성돼 단체행동을 벌이게 되는 전 과정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는데, 개별 캐릭터가 지닌 개연성도, 완급 조절도 탁월하다.
안내상, 지현우, 김희원을 비롯해 푸르미마트를 둘러싼 모든 캐릭터들이 그야말로 살아 숨쉰다. 특히 노무사 구고산(안내상 분)과 푸르미 과장이자 노조사무장 이수인(지현우 분)이 선보이는 쉼 없는 명대사의 향연은 가슴을 파고든다. 이 혼돈의 현실에선 둘 중 누가 이상주의자이고 현실주의자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렇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