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iew] ‘계약의 사내’ 최명길, 연기 클라이맥스란 이런 것

[MBN스타 박주연 기자] 최명길이 우아하면서도 묵직한 카리스마로 안방을 사로잡았다. 감정의 큰 진폭 없이, 대사 한마디를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극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했다.

지난 28일 방송된 KBS2 드라마스페셜 2015 시즌3 마지막 작품 ‘계약의 사내’에서는 요양원의 수간호사 성수영(최명길 분)을 감시하기 위해 위장 잠입한 감시원 김진성(오정세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수영은 요양원의 평화와 질서 확립을 위해 힘쓰는 인물로 병원 내 수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절대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미화원으로 요양원에 위장 잠입한 진성의 눈에는,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다. 평화로운 요양원인 척 포장되고 있으나 집단을 통제하려는 수영의 독단적인 면모가 속속 들어난 것. 수영은 “이 요양원에서 행복해질 수 없다”는 최도석(오의식 분) 앞에서 날카로운 흉기를 들어 자신의 목 부근을 자해했고, 사람을 불러 그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다.

이후 한동안 감금돼 있던 도석은 수영이 요양원을 비운 사이 환자의 정보가 적힌 파일을 발견했고 이미 오래전 퇴원 결정이 내려진 노파 석기(박혜진 분)이 파일이 조작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석기는 그길로 수영을 찾아가 퇴원을 시켜줄 것을 요구했으나 “우리는 모두 행복한 줄 알았는데 유감이다”라는 말로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 사진=KBS

감시자로서 요양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감시했던 진성은 수영의 부조리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요양원 사람들에게 그의 정체를 폭로했다. 모든 것은 수영의 통제 속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요양원의 평화는 모두 조작되고 있다고 말했으나 비난의 화살을 받는 것은 오히려 자신이었다. 이에 수영은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계약의 사내’는 집단의 통제, 사회의 부조리를 그리며, 힘없는 개인은 결코 집단을 바꿀 수 없다는 등의 무겁고 참담한 메시지를 담았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잿빛으로 톤다운 된 화면 색감이나, 배우들의 읊조리는 독백과 대사로 분위기를 살렸다. 드라마 특유의 극적인 느낌이 익숙한 시청자들에겐 난해할 수도 있었겠으나, 최명길은 연기인생 35년의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최명길의 연기로 극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그동안 든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전문직 여성, 혹은 우리네 푸근하고 정겨운 엄마로 시청자들을 만났던 최명길은 음울한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확고하게 보여주며 배우로서의 또 다른 매력을 어필했다. 단아한 외모와 온화한 미소 속에서 번뜩이는 서슬 퍼런 눈빛과 감정을 억누른 채 읊조리는 사근사근한 말투는, 다른 장치 없이도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기 충분했고,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을 만 했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