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고 싶다고 하니까 감독님이 정상은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화자 한소윤으로 활약한 문근영의 이용석 감독과의 미팅 비하인드다.
문근영은 8일 오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드라마 합류 전 이용석 감독과의 미팅 에피소드와 함께, 자신만의 작품 선택 선호를 소개했다.
극중 문근영이 맡은 한소윤은 어린 시절 헤어진 언니를 찾기 위해 아치아라 마을에 입성, 언니 김혜진(장희진 분)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나갔다. 문근영은 의뭉스러움으로 가득찬 아치아라 마을의 숨은 비밀을 파헤치고 추리하는 소윤의 시선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이끌어갔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물인 '마을'이 사건 중심으로 전개된 터라 소윤 캐릭터가 감정의 극과 극을 오가는 일은 많지 않았다. 소위 '센' 캐릭터는 아니었기 때문에 "소윤을 연기하는 게 생각보단 어렵지 않았다"는 게 문근영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근영은 "무난함 대신, 말 하나 행동 하나하나가 되게 조심스러웠다"고 소윤 캐릭터를 표현하며 느낌 바를 털어놨다.
"소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뭔가 가치관이 들어간 말인 것 같고,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는 말 같았거든요. 엄청 세게 이야기하면, 주장이 되는 거고 덜 세게 이야기하면 유한 설득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어느 정도, 어떤 톤, 어떤 위치에서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잇는 것이라서 조심스러웠어요. 그게 소윤의 성격일 수도 있지만, 소윤이 상대방으로부터 엄청난 이야기들을 들을 때, 어떤 리액션을 하느냐에 따라 시청자도 소윤의 감정을 따라가게 되니까요."
문근영은 "그런 리액션을 어떻게 하느냐도 고민이었다"며 "그 축을 유지하고 노력하는 게, 소윤이 맡은 롤이었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 발란스와 호흡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결코 쉽지 않은 소윤이었다. 그러한 소윤을 잘 소화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문근영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일 터. 그런데 실제 캐스팅은 감독의 러브콜이 아닌, 문근영이 원해서였었다 한다.
"제가 하겠다고 하니까 감독님의 첫 말씀이 '문근영 독특하네'였어요. '네가 이걸 왜 하냐'고 계속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다고 만났는데, 뭣 때문에 하고 싶냐고 물으셨죠. 해준다고 하니까 고맙긴 한데, 독특하네, 정상은 아니네.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웃음)"
자칫 주인공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캐릭터였지만 문근영은 "나는 당연히 (소윤이) 주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작품이기 때문에 기존 주연과 다른 역할일 뿐"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이용석 감독이 "독특하다" 한 것처럼, 그동안 문근영은 '범상치 않은' 선택을 해왔다. 뻔한 캐릭터가 아닌, 전형성을 벗어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것. 이에 대해 문근영은 "뻔한 걸 재미없어 하는 성향은 있다"고 말했다.
전형성을 벗어난 독특한 선택은, 작품성과 별개로 흥행 실패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문근영은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고 편하게 볼 수 있는 건 전형성을 띤 것인데, 그렇지 않은 것을 찾다 보니 흥행이나 그런 면에선 팬들의 갈증을 못 채워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을 이어갔다.
"어떨 때는, 내 마음이 덜 와닿아도 작품을 한 적이 있었다어요. 그런데 그런데 지나고 보니, 후회가 되더라고요. 나는 연기가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인데, 처음부터 재미
'마을'을 통해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또 한 번 넓히는 데 성공한 문근영은 휴식을 취한 뒤 차기작을 검토할 계획이다.
psyon@mk.co.kr/사진 나무엑터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